내일 걱정은 내일로 보내자.
출산 15일째 경력단절의 두려움이 갑자기 고개를 들다.
제왕절개 수술로 병원에서 5박 6일을 지내고 조리원에 입소한 지 10일째가 되어 간다.
내가 묵는 조리원의 식사는 뷔페식으로 식당에서 다른 산모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같이 식사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 많아지고 출산 방식, 출산 후 후유증, 수유 걱정, 육아정보 공유로 대화는 점점 끊기지 않게 된다.
2주간의 시간이 흐르면 (보통 조리원에 2주를 묵는다.)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나이를 공개한다.
그럼 자연스레 언니, 동생의 칭호가 붙으며 눈 깜짝할 사이 단톡 방에 내가 들어가 있게 된다.
서로가 하는 질문 중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 하나가 집으로 돌아가면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낸 워킹맘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가 오갈 때 난 눈만 뻐끔뻐끔 깜박이며 그들을 왔다 갔다 응시한다.
나는 백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업주부겠지만,
그때부터 꾹꾹 눌러 묻어 놓았던 경력단절의 고민과 두려움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방으로 돌아와 양치질을 하고 곧 내 방으로 올 아기를 기다리며 갑자기 하염없이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아니다. 아니다. 직업이 지금 당장은 없지만 누구 엄마가 아닌 내 이름 석자를 잃지 않고 육아에 전념하자.’라고 계속 되뇐다.
신생아실 선생님의 품에 안겨 아기가 왔다.
아기의 얼굴을 보고 1초도 안되어 방금 전 나의 고민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 소중한 너를 얻었으니 나 XXX(내 이름)은 걱정 따위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을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보자’라고 외쳐본다.
물론 아기가 잠에 깰까 봐 속으로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