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ㅁㅇㅈ Jan 23. 2021

저 MBTI는 잘 모르겠고, 식물과인가 봐요

“와, 이번 주 집 밖을 처음 나왔네”


주중의 마지막인 금요일이었다. 돌이켜보니 작년 한 해 절반 이상은 재택이었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발발하고 회사에선 원격근무를 공지했다. 한두 달이 지나고서 잠잠해질 즈음 회사를 나가긴 했는데 그것도 잠깐이었다. 다시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되고선 주 1회 출근 요일을 정해 순환근무를 하다가 다시 원격근무가 되어 한 해가 끝나도록 동료들과 마주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하루에 확진자가 1천 명이 넘게 나오는 나날이 계속되다 주춤할 즈음이었다. 햇빛을 쬔 기억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고, 바깥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는 마스크를 쓰고 커피라도 사 올 겸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 공동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훅 들어오는 바람은 과연 작은 창을 통해 코 끝으로 느낀 공기와 차원이 달랐다. 온몸으로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좋아하는 카페에서 사 온 커피를 안고 돌아오는 그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만화 속 시들다 못해 쪼그라든 주인공이 에너지를 한 몸에 받아 뼛속까지 충전된 기분이랄까. 이런 햇빛에 죽고 못 사는 내가 일주일에 한두 번이 아니라, 일 년에 한두 달 날이 좋을까 말까 한 아일랜드에선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노릇이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것도 아닌데 집에만 있다 보니, 이렇게 사람 만나는 일 없이 보내는 게 어색하면서 꽤 익숙해졌다. 종종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알아보는 성격, 성향 테스트를 친구와 직장 동료, 가족과 해본다. 나의 공통 키워드는 ‘인간관계’와 ‘사회적’이었다. 제법 그럴싸한 결과가 나오면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거 같았는데, 그것도 함께 할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 속에서 나를 똑 떼어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극명하게 다가오는 것도 같다. 생각지 못하게 사람을 못 만나는 것보다 햇빛을 쬐지 못하는 것에 기력을 차리지 못했던 것처럼. 하루라도 빨리 자유롭게 내리쬐는 햇빛을 만끽하며 보낼 날들을 꿈꾼다.


“광합성 중입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작가의 이전글 퇴근하고 어딜 그렇게 가냐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