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reader
Mar 24. 2020
이 감정이 뭐지,
내 맘이 알아채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게 첫사랑이던가.
어느 해 겨울,
가슴에 폭풍을 몰고 왔던
<독일인의 사랑, 일곱 번째 회상>.
바라는 마음 누릴 수 없다 해도
곁에 있음만으로 기뻐하리라는
세상 소박한 연정.
첫사랑이 그러했을 것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던 날의
두근거림이 움트지만
정작 그 대상에 대한 기억이 소멸 돼버렸다.
하얗게 지워졌다.
이루지 못해 더 아름답다는 첫사랑이
정말 실제 했었던가, 의심되는 기억상실.
'독일인의 사랑'에 대한 조건반사로
아려오는 마음만이 잊힌 시절을 증명한다.
첫눈이 내린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독일인의 사랑,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