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reader
Mar 26. 2020
시간이란 녀석은 냉정하다.
돈도 권력도 사랑도 그 무엇도
녀석을 붙잡을 재간이 없다.
돌진이도 이런 돌진이가 없다.
하여, 인간은 끊임없이
후회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
조금 덜 후회하기 위해 신중할 수 있을 뿐.
언제부턴가 타임 슬립 소재의 영상물이
판타지물의 클리셰가 돼버렸지만
매번 중박 이상은 해낸다.
확실히 인간은 시간에 대한
공통된 미련이 있어 보인다.
녀석이 그나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다면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점이다.
물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어떤 처지인가에 따라
다른 크기로 느껴지지만 말이다.
쫓기듯 마쳐야 할 그 어떤 일도 없는 날,
아침 해가 뜨도록
밤새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야식을 먹어가며
24시간을 온전히 붙들어본다.
잠이야 죽은 뒤에 실컷 자고
내 시간만이라도 지배해보자!
‘자야 할 시간’이라는 상식에라도 저항해보자!
뭐 그런 배짱을 부려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
길이뿐 아니라 그 무게조차 평등하다.
밤새 버티고 버티다
아침 해를 보고 잠든 날이면
하루가 통째 끝이나 있다.
예닐곱 시간만 자고도 회복돼있을 몸이
열 시간을 넘기고도 찌뿌둥하다.
불혹을 넘은 나이에 겁도 없이
시간의 위력에 저항한 형벌이라도 받듯.
온몸으로 체감하는 이 형벌을 끝내기 위해
오늘 밤은 어떻게든 잠이 들어야 할 텐데,
달 뜨고 별 뜨고 하니
손은 절로 리모컨을 찾는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 ‘아무르’와
부모님의 과거 속으로 떠나는 ‘인어공주’,
두 작품을 두고 고민을 한다.
‘아무르’를 클릭하며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애타게 돌아가고픈 시절이
대체 어디쯤이길래 이럴까, 더듬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