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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ㅡ아무르

소멸의 여정

by The reader


방송으로 소개해야 할 영화일수록
되려 생각이 건조해지는데
지난 새벽엔 글을 쓰다 말고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채워 넣을 멘트 찾아 머리 굴리던 때와는 달리
짧은 영상에 그 많은 사연을 구겨 담아야 함이 속상했던, 딱 그만큼 맘을 흔든 영화 <아무르>.



노년의 그들에겐
열정과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
세월에 저항한다는 건
희망도 반전도 없는 싸움인 걸 알기에
더 아프다고 써 내려갔다.
사랑한다 해도,
그것만으로 버텨내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이란 게 있다.
싸워야 할 대상이 '세월'이라면
저항할 수조차 없다.



인간이 죽어가는 과정은
길면 길수록 참혹하다.
수십 년 함께해온 반쪽이
무너져가는 걸 보는 일도 힘겹지만,
긴긴 간병의 과정을

노쇠한 몸으로 감내해야 할 땐
슬퍼하는 일조차 사치가 된다.
내 사랑이 겨우 이 정도였나,
자책하며 반쪽을 지키는 마음 또한 고문이다.
그만큼 현실은 차갑다.

자녀도 제자도 노부부의 불행에 안타까워하지만
잠시 겉돌다 갈 뿐이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야기이다.
고개 돌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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