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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Nov 28. 2023

엄마를 고려한 여행 계획 짜기

엄마와 나는 컨디션이 다르다

여행루트


7월 여행을 계획해놓고 3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인만큼 더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었다. 교통편, 음식, 관광 루트까지. 엄마를 만족시키고픈 마음이 가득했다.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는 도시다. 그리하여 오스트리아 빈으로 인-아웃을 정했다. 여행 기간이 길지 않아서 유럽 국가간 이동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도 있었고 예산상의 이유도 있었다. 되도록 먼 곳으로의 이동은 지양하려고 했으나 가고 싶은 곳을 찾다보니 보태보태병이 여기서 발병하여 결국 꽤 이동을 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내가 짠 루트는 빈 - 잘츠부르크 - 뮌헨 - 퓌센 - 잘츠부르크 - 잘츠캄머구트 - 체스키프롬로프 - 빈 이었다. 각 지역 내 일정에서도 한번에 너무 많이 걷는 일정은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시간이나 체력이 허락하지 않을 때 선택할 플랜비를 마련했다.


숙소는 이동수단과 가까운 곳으로


혼자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캐리어를 끌고 멀리 이동하는 일이었다. 유럽은 대체로 바닥이 아스팔트가 아니다. 몹시 울퉁불퉁한 돌바닥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캐리어는 점점 무거워지기 마련. 내 캐리어는 급기야 바퀴가 고장났었다(당시에는 캐리어를 뭐 이렇게 만들었냐며 제조사를 욕했지만, 캐리어 바퀴에게 너무 가혹한 환경이었다). 젊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었는데 엄마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숙소는 무엇보다 위치를 중요하게 보고 결정했다. 기차역과 바로 붙어있거나 아니면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숙소를 선택했다. 그리고 숙소는 한 지역에서 한 곳으로 정했다. 성공적인 여행을 위해선 엄마의 체력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숙소가 가까운 덕에 우리는 캐리어를 오래 들고 이동할 일은 거의 없었고, 엄마의 체력을 아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엄마에게도 역할 드리기


나이가 들면 서글퍼지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점점 쓸모 없어진다고 느껴질때가 아닌가 싶다. 어렸을때는 나의 슈퍼우먼이었던 엄마가 이제는 나에게 의존하고, 특히 외국 여행을 가면 거의 어린 아이나 다름 없을 정도다. 그런 엄마에게 이 여행에서 조금은 주체적인 역할을 드리고 싶었다. 나는 못하고 엄마는 할 수 있는 그런 역할. 우리의 경우는 운전이었는데 잘츠캄머구트 지역을 돌아보기 위한 일정에서 렌트를 했다. 엄마와 유럽여행 당시 나는 운전을 못했다. 운전은 엄마가 해야했고 나는 렌트카 마련과 관련 교통법규의 정보 정도만 엄마에게 전달했다. 여행가기 전까지 본인이 그것도 유럽에서 과연 운전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워 하기도 하셨지만 결과적으로는 엄청 성공적이었고 자신이 해냈다는 점에 몹시 뿌듯해하셨다.


음식 취향 파악해두기


우리 엄마는 완고한 한식파다. 스테이크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고 동남아시아 음식 중 향이 강한 것들은 먹기 어려워 하신다. 나는 여행을 가면 그 지방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여행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끼니를 현지 식사로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건 뭐다? 엄마의 체력. 체력은 밥심이니 중간 중간 한식당에 들르거나 비교적 익숙한 메뉴를 파는 식당을 알아두었다.  


그래도 싸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난 여행이라해도 돌발상황이 없으면 어디 그게 여행이던가. 숱한 당황스러운 순간들과 마주하고 버벅거리면서 예민할대로 예민해져 결국은 엄마와 몇차례 싸웠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가도 결국엔 싸울 일도 생기겠거니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모녀 여행이 생각한 것만큼 낭만적이고 애틋한 풍경만 연출하는게 결코 아니다. 그래도 알고 가면 덜 당황하고 짧게 마무리하고 수습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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