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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동산이 Nov 18. 2024

2장 4편 부여夫餘 (1) #9

부여에 대한 자료들 (3/4)

고구려의 도읍에 대하여 적고 있는 또다른 자료는 광개토-왕 훈적-비, 세간에서 이른바 광개토왕릉 비문이라고 이름하여 부르는 글의 구절들입니다. 이 자료는 고구려 광개토-왕이 이룬 여러 가지 일들을 자세히 적는데, 그 글의 첫 부분, 고구려 시조의 일에 대해 또한 적 부분 가운데에 부여의 옛 도읍이었고 또한 고구려 동명-성왕의 도읍이었던 곳에 관련된 구절들이 있습니다.




동명-성왕의 이야기는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동명왕편 주석, 앞서 펴본 논형 길험편, 삼국지 위서 동이전 고구려편 그리고 위서 고구려열전 등이 자세히 적고 있는데, 전체 내용은 참 뒤에 고구려에 대해 이야하면서 함께 자세히 필 것입니다. 여기서는 다만 동명이 처음 움직여 자리잡 머물던 곳에 관한 부분만 살핍니다.


뒤쫓아 이르른 부여 무리를 강을 건너 떨쳐버린 뒤 동명이 이르렀던 곳을, 광개토-왕 훈적-비는 먼저 비류-곡 홀본이라고 적고 그 서쪽으로 가서 산 위에 성을 쌓고 도읍을 만들었다고 적었습니다. 곧 도읍하기에 앞서 비류, 그 다음으로 홀본이라는 이름이 있는 장소에 이르렀습니다.


광개토-왕 훈적-비: (추모-왕이) ① 비류-곡[沸流-谷] 홀본(-천)[忽本](= 졸본-천)에서 ② 서쪽으로 가서[西] ③ 산山 위[上]에 성을 쌓고[城] ④ 도읍[都]을 만들었다. ①於沸流谷忽本②西③城山上④而建都焉


먼저 골짜기[谷]의 이름으로 적은 비류沸流는 고구려 동명-성왕에게 항복하였던 송양-왕의 비류-국이 있던 곳의 물줄기입니다. 앞서 여러 차례 이야기한 불弗에 있어 그 물줄기를 적은 비沸라는 글자를 그 이름 가운데 쓰고 있는 물줄기로, 앞서 살핀 바, 현재의 혼-강에 해당합니다. 그 이름인 비류沸流는 뒤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부여의 첫 우두머리의 이름입니다.


비류라는 이름의 물줄기 - 이른바 비류-수는,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흐르다가 꺽어져 동남쪽으로 흘러 서남쪽으로 흐르는 압록-수 - 현재의 압록-강과 더하여 흐릅니다. 그리고서 조금 지나 다시 서북쪽으로 흐르는 현재의 충만-강과 더하여지고 다시 서남쪽으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이 흐름 가운데 비류-수가 압록-수와 더하여진 뒤의 물줄기는 무엇이라고 하여야 할까요? 앞서 압록-수의 다른 이름인 마자-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마자-수가 서북쪽으로 흘러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흘러들어오는 염난-수와 더한 뒤 서남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따로 이름하는 대신 마자-수와 함께 - 곧 마자-수라고 여겨 이야기하였던 바 있습니다.


마자-수 곧 압록-수에 대해 이야기하였던 방식을 따르면, 비류-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비류-수가 동남쪽으로 흘러 압록-수와 더한 뒤 서남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또한 비류-수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뒤, 다시 현재의 충만-강과 더하여진 뒤의 물줄기는 충만-강에 해당하는 이름의 물줄기라고 이야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현재의 압록-강 가운데에는, 혼-강이 동남쪽으로 흘러 더하여진 뒤 다시 충만-강이 더하여질 때까지, 비류-수라고 부를 수 있는 작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흐르는 곳은 위와 아래의 높은 땅보다 낮은 곳이니 물줄기와 같은 이름의 골짜기 곧 비류-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물줄기는 바로 서남쪽으로 흘러, 서북쪽으로 흘러 들어오는 현재의 충만-강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앞서 자료를 보면 비류-곡과 만나는 장소 이름으로 홀본忽本이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앞서 여러 무리 이름을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여기에 해당하는 이름은 졸본卒本이니, 홀본은 卒의 뜻인 '갑자기'를 또한 뜻으로 가지며 모음이 비슷한 다른 글자인 忽을 써서 졸본을 달리 적은 것입니다.


그런데 비류-곡은 높은 땅 사이 비류-수가 흐르는 낮은 땅을 이르는 것이니 현재의 혼-강이 현재의 압록-강에 더하여지기에 앞서 흐르는 부분의 땅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졸본은 거기에 맞닿은 땅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광개토-왕 훈적-비가 홀본에 대하여 적고 있는 다른 구절에 의해 제외될 수 있습니다. 왕이 천에 오른 언덕을 이야기하며 홀본의 동쪽이라고 적었는데, 앞서 산 위에 성을 쌓고 도읍을 만든 일을 이야기하며 그곳을 홀본의 서쪽이라고 하였으니, 홀본은 어떤 곳을 동쪽과 서쪽으로 가르는 기준이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광개토-왕 훈적-비: (추모-왕이) ① 세상[世]의 자리[位]를 즐거워하지 않으니 ② 천天이 ③ 황-룡[黃-龍](=노란색 용)을 보냈고 ● (황-룡이) ④ (천의) 아래에 와서 ⑤ (추모-)왕을 맞이하였다. ⑥ (추모-)왕이 ⑦ 홀본(-천)에서 ⑧ 동쪽으로 가서 ⑨ 언덕[罡]에서 ⑩ (황-)룡龍의 목[頁]에 나아가 ⑪ 천에 올랐다[昇]. ①不樂世位②天③遣黃龍●④來下⑤迎王⑥王⑦於忽本⑧東⑨罡⑩履龍頁⑪昇天


또한 홀본을 기준으로 하여 이르는 양쪽은 각각 산山과 언덕[罡]이니 홀본은 골짜기의 이름이자 물줄기의 이름인데, 이 이름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을 나누니 그 물줄기는 남쪽과 북쪽을 이어 흐르는 것입니다. 그러니 비류-수 곧 현재의 혼-강 홀본과 맞닿은 곳 비류-수 가운데 동쪽과 서쪽을 이어 흐르는 곳입니다.


게다가 앞서 말한 비류-곡 홀본이라는 표현으로 산 위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하였으니, 혼-강의 상-류가 길게 동쪽과 서쪽을 이어 흐르는 긴 곳일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모두를 배제하고 나면 비류-곡 홀본이라고 적은 곳은 앞서 살핀 바 압록-강이 혼-강과 더하여진 뒤에 다시 충만-강과 더하여지기까지의 짧은 구간의 끝 뿐입니다.


그러니 홀본 곧 졸본은 졸본-천을 줄인 말이며, 그 물줄기는 현재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흘러 혼-강과 더하여진 뒤의 압록-강과 더하여지는 충만-강에 해당합니다. 그곳을 중심으로 하여 그 서쪽의 산 위에 성을 쌓고 또한 도읍을 만들었다고 하였으니 앞서 본에 이르러 왕으로 서서 도읍하였다고 한 곳은 바로 여기를 이릅니다.




그렇다면 여기가 흘-승골-성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여기서 끊고 다음 글에서 이어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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