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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동산이 Jul 19. 2024

1장 4편 조선朝鮮 이전 #4

왕검王儉의 아버지 웅雄

이제 앞서 제시한 핵심 자료들을 비교해가며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옛 기록은 환-인[桓-因]의 아들이 환-웅[桓-雄]이었다[A-(1):②]고 적었는데, 본기는 환-인의 아들을 일러 웅雄이라고 하였다[B-(1):②-④]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옛 기록은 환-인이 아들의 생각을 알고 내려가 살핀 뒤 도장을 주고 가서 다스리도록 하였다[A-(1):⑤-⑪]고 적고서 이어지는 문장에서 가는 일의 주어를 웅[A-(1):⑫]이라고 적었으니, 옛 기록 또한 환-웅을 웅이라고 달리 적은 것입니다. 곧 옛 기록이 적은 환-웅과 웅, 본기가 적은 웅은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이어 옛 기록은 웅이 무리들과 태백-산[太伯-山] 꼭대기, 신과 같은 단壇의 나무[樹] 아래로 내려왔다[A-(1):⑬-⑭]고 적었는데, 본기는 웅이 무리들과 태백-산[太白-山] 꼭대기, 신과 같은 단檀의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B-(1):⑫]고 적었습니다. 이 구절들에서 주어는 모두 웅이며, 같은 일이 일어난 같은 장소가 소리가 같은 다른 글자로 달리 적혔습니다. 옛 기록의 태백-산이라는 땅 이름을 본기가 소리가 같은 다른 글자로 적은 것이고 옛 기록의 단이라는 땅 이름을 본기가 소리가 같은 다른 글자로 적은 것이니, 땅 이름을 적을 때 쓴 것은 글자의 소리지 뜻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어 옛 기록은, 바로 앞 구절에서 적은 바 웅이 단의 나무[樹] 아래에 내려온 일을 지시대명사 之를 써서 그것[之]이라고 하고서, (사람들이) 그것을 일러[謂] 신 같은 사람[神]이 머무른다[市]라고 하였다[A-(2):①-③]고 적었습니다. 웅에 대해 신 같은 사람 웅[A-(2):⑯]이라는 구절이 이미 있으니, 사람들이 이르던 바 단의 나무 아래에 머무르던 신 같은 사람은 바로 웅입니다. 단의 나무 아래에 머무르는 신 같은 사람 웅, 이것을 또한 줄여 표현한 것이 단의 나무의 신 같은 사람[B-(3):①]이 아니겠습니까?


이어 옛 기록은 혼인할 사람이 없던 여자가 사람 같은 생김새를 얻은 뒤에 단의 나무 아래에서 아기 가지기를 바랬다[A-(3):①-⑤]고 적었는데, 이 구절은 단의 나무 아래에 머무르던 웅에게 빌었던 일을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서 옛 기록은 웅이 여자와 혼인하였다[A-(3):⑧]고 적었는데, 본기는 웅을 이르는 단의 나무의 신 같은 사람[B-(3):①]이라는 표현에 단檀을 대신하여 단壇이라는 소리가 같은 다른 글자를 써서 같은 일을 달리 적었습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구절들은 모두 같은 웅의 일을 적은 것입니다. 내용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살짝 다르고, 같은 사람을 돌려 말하는 표현이 다를 뿐이죠.


그렇다면 어째서 세간에서는, 이 구절들이 다른 일들을 적고 있으며 각각의 구절을 담은 자료들이 서로 다른 전승을 적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일까요? 같은 일들을 적은 것임을 알려면 먼저 여러 구절들을 살펴보고 단의 나무의 신 같은 사람이 웅을 이르는 표현임을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B-(2):⑤의 주어가 당연히 앞선 B-(2):③의 주어인 단-웅-천-왕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B-(2):③와 B-(2):⑤ 사이에는 말줄임표에 해당하는 운운云云[B-(2):④]이 있는데, 말줄임표 앞/뒤의 주어들이 언제나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B-(2):⑤의 주어에 대해 분명한 것은, 여자를 손녀라고 하고서 무엇인가 하도록 시킬 수 있는, 여자의 할아버지/할머니라는 것 뿐입니다. 게다가 여자가 혼인하는 단의 나무의 신 같은 사람은 웅에 해당하니 B-(2):⑤의 주어, 웅과 혼인하게 되는 여자를 손녀라고 부르는 사람이 단-웅-천-왕 곧 웅이라고 여기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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