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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Feb 25. 2023

Last Flower

너를 만나는 내내, 나는 꽃을 사 달라 했던 것 같아. 너는 내내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이었다가 우리의 만남이 시들해질 때쯤 처음 꽃을 주었어. 향기가 없던 꽃을. 모르겠어, 그때 내가 무슨 표정이었는지. 한참을 머뭇거렸어. 네가 준 꽃을 들고서 사랑은 참 이런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꽃은 가벼웠는데 팔은 무거워졌어. 우린 정말 내내 좋았는데, 왜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짐이 되었던 걸까.


너는 참 많이 애쓰고 있었는데. 나는 외면하고 회피했어. 당연해지는 많은 것들에 마음이 시들어 갔어. 소중한 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그만큼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걸 그땐 몰랐어. 아니 모르고 싶었어. 도망치고 싶었어. 향기 없는 꽃처럼, 우린 그런 사이가 됐어. 그래서 그런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네가 준 꽃을 보면, 아직 마음이 좀 그래. 그날 네가 준 꽃을 받고 좀 더 활짝 웃어줄 걸 그랬어. 나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나 사실 너 이후엔 제대로 연애도 못하고 있어. 이젠 내내 상처만 받다가 끝나. 다 너한테 잘 못해서 그런 거지.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그래, 이 말을 하고 나니 왠지 조금 덜 미안한 것 같네.


그냥 오랜만에, 사진첩을 열었다가 네가 처음으로 준 꽃을 봤어. 막연하고 불안했던 그때의 우리.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던 우리. 서로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우리. 실망하고 오해하고 다시 서로를 끌어 안았던 우리. 네가 처음으로 준 꽃은 마지막 꽃이 됐어. 그래도 우리, 참 예쁘게 헤어졌네. 꽃처럼, 서로의 안녕을 빌며.



202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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