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너만 이상형 있냐?

by 써니

‘띠릭’

써니씨, 좋은 아침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영화 보기로 한 거

잊지 않으셨죠? 극장 앞에서 보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두 번째 소개팅에서 만난 그분의 문자였다.

‘아, 영화.’

갑자기 손 잡힌 거에 당황해서 약속했던 걸 깜빡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까?


이 고민은 세 번째 소개팅하는 날까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소개팅이라고 생각하니 제일 긴장되었다. 그래서 그 약속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에이, 몰라. 오늘 만나는 사람이 별로면, 이제 만날 사람도 없는데 한 번 더 만나보지 뭐.’

이렇게 정리하고 드디어 마지막 소개팅 장소로 향했다.


이번에는 8시에 만나기로 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차만 마시며 이야기하는 거로. 매번 밥 타임에 만나서 밥을 먹었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과 밥을 먹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체하거나 오히려 더 못 먹어, 집에 돌아와 늦은 시간에 미친 듯이 야식을 먹게 되었다.

다행히 오늘은 편안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약속 장소가 회사 근처라 양치까지 꼼꼼히 하는 여유를 부렸다.


오늘도 일찍 도착했다. 약속한 장소는 2층에 있는 베르사유 궁전 컨셉의 커피숍이었다. 중앙에는 자그마한 분수대도 있고, 의자며 중간중간 세워진 기둥들이 고풍스럽기까지 했다. 통창 옆으로 조용한 곳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출입문이 열렸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과 몸매의 한 남자가 기웃거리며 들어왔다.

‘저 사람이네.’

소개팅하러 온 사람들은 어쩜 그리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지. 내 모습도 저 사람처럼 온갖 신경을 쓰고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을까? 그 남자에게서 내 모습이 보였다.

‘에효. 이번만 하고 소개팅은 그만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살짝 수줍은 듯 웃으면 마주 앉는 남자의 인상은 선(善)해 보였다. 따뜻한 커피가 담긴 잔을 손으로 감싸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10초, 20초, 30초, …….

헉! 이런 어색함은 처음이었다. 1차, 2차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적막을 깨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물론 간단한 이력은 알았지만), 주로 쉬는 날 하는 건 무엇인지, 요즘 관심 있는 건 무언지,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고향은 어디인지 등 내 머릿속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은 거의 다 한 거 같다. 맞다. 이분은 그냥 과묵하고 선하기만 했다. 나의 물음에도 단답형이었다. 1시간 정도 질문을 짜내고, 내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에너지가 방전되어버렸다.

더 물을 말도, 할 이야기도 없어 그만 일어나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살짝 서운했다. 1시간 동안 떠든 내게 수고했다는 말조차 안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음, 어쩌면 내가 이분의 이상형이 아니어서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상형이라는 게 나한테만 있는 건 아니니까. 우린 그렇게 커피숍을 나와 인사하고 헤어졌다.


가장 기대하고 나온 마지막 소개팅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1시간 만에 끝났다. 이번에는 내 이상형의 기준 따윈 생각도 안 하고 마음을 활~ 짝~ 열어 두었는데. 앞서 만난 소개팅 남들이 생각났다. 내게 호감을 보이고 다가와 준 것만으로 고마워 해야했었다.


맞다! 영화! 내일 그분과의 약속을 취소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 다시 한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사람을 한 번 만나 봐서 어찌 알겠어. 하하하


‘아, 차가워~’

냉장고에서 마스크 팩을 꺼내 얼굴에 찰싹 붙였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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