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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Feb 04. 2022

아들 둘과 보내는 긴 하루

2022년

예준이는 13살, 종혁이는 11살이다.


명절을 보내고 와서 이번 주는 학원을 쉬기로 했다.

평소에 아이들이 학원 가 있는 시간은 단 1시간이다. 어제오늘은 그 시간마저 집에서 보내니 하루가 참 길게 느껴진다. 게다가 방학인데 아침잠은 왜 이리 없는지……. 7시 반이 되면 두 녀석은 일어나 온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잠이 깬 아들들은 하루 종일 붙어 있는다. 팽이 돌리기를 시작해서 어벤저스 놀이, 러프 건을 쏴대며 전쟁놀이를 한다.  


아침부터 플라스틱 판위에서 신나게 도는 팽이 소리에 머리가 지끈 했다. 

"얘들아, 오늘은 팽이 그만 돌리고 오전에 할 일을 먼저 끝내면 안 될까?"

"네, 안돼요."

아이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꾸했다. 팽이는 신나서 더 세게 돌았다.  

"왜? 일찍 끝내고 놀면 좋잖아. 여유롭고."

아이들은 아예 대답이 없다. 


다행히 밥 먹는 시간에는 조용하다. 너무 후다닥 먹어치우는 게 문제지만. 

"아침 먹고, 숙제 먼저 하자."

"왜?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오전에 빨리 끝내면 오후 내내 놀고 좋잖아. 그리고 엄마가 집중해서 할 일이 있는데 좀 조용해주었으면 해서."

"음, 그래도 난 아침부터 숙제를 하고 싶지 않은데, 2시까지만 놀고 그때부터 집중해서 하려고요."

아이들은 자기들에게도 다 계획이 있다는 듯 말했다. 나의 제안은 씨알도 안 먹혔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강요를 할 수는 없었다. 


"형, 다시 한 판 뜨자."

아이들은 빈 밥그릇을 설거지통에 담그고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귀를 막아버렸다. 

 


한참 뒤 팽이 소리가 멈췄다. 대신  "두두두두 두두두두, 으~아~ 하하하하" 입술을 부딪혀 내는 총 소리 함께 숨이 넘어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침대를 가운데로 밀어 경계를 만들어 놓고 둘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각자의 손에 러프 건을 들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고개를 내밀었다를 반복했다. 좁은 방 안에서 백발백중의 사격 실력을 서로 뽐내며 배꼽 빠지게 웃어댔다. 

뒤에서 보고 있는 나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그저 숨넘어가게 웃은 아들들의 모습이 웃길 뿐이었다. 나는 언니, 오빠가 있어도 저렇게 놀아 본 기억이 없는데, 좋겠다. 너네는. 실컷 웃으며 놀아라. 


그나저나 이제 겨우 오전 10시다. 설마 2시까지 이러고 놀지는 않겠지. 이런 식이면 그냥 학원에 보낸다고 할 걸 그랬다. 오늘도 하루가 길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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