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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Feb 26. 2022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었네

내 맘대로 詩

너는 불덩이가 된 몸을 동그랗게 말아 

내 품으로 파고들지

뜨거워진 입김을 뱉어내며  

가쁜 신음 소리로 내 가슴을 울리지

차가워진 땀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넘기고

하얀  젖은 수건을 올려놓지

미지근해진 수건을 다시 빨아 

네 몸 구석구석의 열을 훔쳐내지 

너는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고  

땀으로 흠뻑 젖은 둥근 몸에 힘을 풀어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마주치지

벌게진 입술을 간신히 열어

작게 속삭이지

엄마, 엄마는 괜찮아? 

그럼 엄마는 괜찮지 

아무리 독한 놈이라도 엄마는 못 뚫고 들어올걸 

너는 안심하고 다시 눈을 감고 내 품에 파고들지

달님 벗 삼아    

한참을 너만 바라보지만

무거워진 눈꺼풀이 자꾸 눈을 덮지

슈퍼 파워 주문을 외워가며 눈에 힘을 주고 

너의 몸을 식혀주지 

아침 햇살이 네 눈을 간질이니 

햇살의 강렬함에 찌그러진 눈 사이

살짝 비치는 까만 눈동자가 반짝이지

이제야 살 것 같다

너는 두 팔 두 다리를 늘려가며

내 품을 시원하게 탈출하지 

나도 그제야 바로 누워 팔 다리를 펼치지

너는 내게 얼굴을 바짝 붙이고 

엄마, 엄마는 괜찮아?

그럼, 엄마는 괜찮……

목소리가 이상하다

매운 연기 뭉치가 목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것같이 

따끔하고 맵지

이런, 아들아, 엄마 안 괜찮네

엄마는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엄마는 슈퍼우먼인 줄 알았는데

그동안은 그랬었는데

이번에 온 독한 놈한테는 안 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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