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Sep 29. 2022

오늘을 남기다] 시나브로

아들들 학교의 2학기 상담기간이다. 

코로나 이후로 전화로 상담을 하고 있다. 몸은 편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선생님 얼굴을 한 번도 못 보고 1년을 보내게 되는 것과 

우리 아이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선생님의 생각이, 또 나의 생각이

왜곡 없이 잘 전달되야할 텐데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 시간이 되기 전에 질문할 것들과 아이에 대해 정리하여 적어둔다.  


상담을 약속한 시간이 되어 조용한 곳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이 아이가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물으셨다. 

나는 크게 변화를 못 느낀다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선생님은 약간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사춘기가 시작된 거 같다고. 부정적인 표현을 자주 써서 한마디 해주셨다고 했다. 

선생님이 아이한테 그렇게 말씀하셨던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 선생님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나서 내가 부정적으로 변했데. 난 잘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아이와 이런저런 이유를 찾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인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아이는 1학기 때 부회장을 하면서 장착하고 있던 무거운 책임감을 벗어버리고 나니 조금 편해졌다고 했다. 그러니 '아니오,  싫은데요.' 이런 말이 쉽게 나왔다고 했다. 1학기 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들이 선생님 눈에 거슬린 게 이해는 갔다. 아이는 선생님한테 한소리 듣고 난 뒤로 다시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한테 아이와 결론 내린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선생님도 어느 정도 그쪽으로 생각을 해보셨다고 했다. 


선생님은 이어서 아이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워낙 밝은 아이라 발표도 잘하고 수업 시간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집중도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만큼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아이가 잘하려는 욕심이 있어 그럴 거라고 답변을 드렸다. 그런 점에 대해 힘들어하거나 스트레스가 된다는 말은 들질 못 해서 아이와 이야기 나누어 보겠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아이에 대해 말씀드렸다. 아이가 선생님이 TV로 글을 보여주실 때 빨리 읽어내지 못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엄마, 나는 집중해서 듣는 것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는 데 글을 빨리 읽고 이해하는 게 어려워. 예를 들어 선생님이 TV에 게임 규칙을 글로 써주시거든. 그런데 내가 다 읽고 이해하기 전에 넘어가 버리면 게임을 잘 이해 못 해. 그래서 애들이 하는 거 몇 번 보고 이해를 하지."

아들이 한 이야기를 선생님한테도 말씀드렸다. 내가 아이한테 이런 얘길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듯이 선생님도 내게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마지막으로 말씀드렸다. 

"아이가 지금은 빨리 읽어 내는 건 힘들어하지만 매일 꾸준히 조금씩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분명히 시나브로 성장하고 있으니

칭찬 많이 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아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들~ 수업시간에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집중도 잘하고 발표도 잘한다며? 선생님이 칭찬 많이 해주시던데~ 고마워. 엄마가 칭찬들은 것보다 기분이 더 좋았어!"

"그치, 내가 집중은 또 잘하지. 그럼 오저햄고?(오늘 저녁 햄버거 GO?)"

아들은 어깨가 한껏 올라가 햄버거 거래를 해왔다. 

"GO!"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남기다] 쭈욱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