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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Aug 20. 2019

행복하게 사는 법

쓸모를 발견하는 것.

 요즘 고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집"노란 집"을 읽고 있다. 선생님이 아치울 노란 집에 살면서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문체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어릴 적 외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외할머니의 손길을 느끼며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고나 할까. 별거 아닌 소소한 일상을 담은 책이 요즘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이들 밥상을 차린다. 아이들을 불러 밥상 앞에 앉히고는 아이들도 이 따스함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옆에 앉아 책을 낭독해준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옛 성현의 말씀 중에도 이런 게 있다. '이 세상 만물 중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 어찌 취할 게 없는 인간이 있겠는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견처럼 보람 있고 즐거운 일도 없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이다."

-노란 집, p.64 중에서

 

 얼마 전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마음이 쓰이던 일이 있어 이 구절을 찾아 읽어주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듯, 항상 학급에 개구쟁이 한 명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개구쟁이의 장난이 지나치면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아이들 앞에서 심하게 혼을 내시나 보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교실 공기를 싸늘하게 만든 개구쟁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

  "엄마, 오늘 걔 또 혼났어."

 "걔는 맨날 혼나는 데 왜 자꾸 그럴까?"

 "내가 걔라면 학교 다니기 싫을 것 같아. 애들도 걔랑 안 놀아."

 우리 아이들이 집에 와서 곧잘 하는 얘기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 아이도 아이지만, 그 아이 엄마는 알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 마음이 안 좋다.

 "그럼 네가 한번 같이 놀자고 해보는 건 어때?"

 "내가? 나도 싫은데...... 걘 너무 장난기가 많고...... 수업 시간에도 아무것도 안 해...... 암튼 싫어."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만일 나였어도 그 친구한테 먼저 다가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이렇게 어른이 돼서야 그런 용기도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도 생겼으니.


 내가 의도한 대로 아이들도 저 구절을 듣고 그 친구를 생각한 것 같았다.  

 "엄마, 지금 걔도 쓸모 있는 게 있을 거라고 나한테 찾아보라는 거야?"

 허걱. 난 절대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냥 엄마가 책 읽다가 이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너네한테 읽어 주고 싶었는데."

 "흠."

 아들은 괜히 심란한 표정으로 밥을 먹는다.


 학교에 갔다 와서는 한바탕 밖에서 뛰놀다 들어와 저녁밥을 먹을 때서야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엄마, 걔도 곤충 좋아하데."

 "어? 네가 물어봤어? 어떻게 알았어?"

 "도서관에서 곤충 도감 보고 있길래 옆에서 같이 봤어. 나도 곤충 좋아하잖아."

 "잘했어~"

 무심한 듯 내뱉는 아이의 밥에 고기를 듬뿍 올려 주었다.

 오늘은 그 아이도 내 아이도 서로의 쓸모를 발견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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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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