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남기다] 고수가 되는 길

by 써니

그 사람은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들린다.

한마디로 나는 그 사람의 눈치를 본다.


그 사람은 남편이다.

내가 40 평생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다.

내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해도 화를 낸 적도 없고, 싫은 내색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난 그 사람의 눈치를 본다.

왜 그럴까?


지난 주말은 아들이 말실수를 했다.

남편은 아들을 의장에 앉히고 조곤조곤 따져 물었다.

절대 언성을 높이지도 표정으로 화를 내지도 않았다.

만일 그 시간에 남편이 없는 데 아들이 똑같은 말실수를 했다면

나는 아들에게 화도 내고 짜증을 냈을 것이다.

아들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대꾸도 안 하고 아빠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잘못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떨어뜨렸다.

남편은 아들을 안아주었고, 남편은 훈육을 끝냈다.


다음날 나는 아들들과 투닥거리며

'나는 아빠처럼 그렇게 말할 줄 모르는 거 알지?'라고 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랬더니 둘째가 말했다.

'난 엄마처럼 혼내는 게 좋아. 아빠처럼 말하면 너무 무서워.

엄마처럼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 나도 투털거리고 막 뭐라고 할 수 있는데,

아빠가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어져.'


'그치, 아빠는 정말 훈육을 해. 엄마는 그냥 화를 내는 거지.'

첫째가 얄밉게 말을 보탰다.


완전 어이없었다. 아들들의 말이 틀리지는 않으니 더 짜증이 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가끔 남편을 무서워한다.

여기서 '무섭다'는 건 '공포'와는 다른 개념이다.

아들의 말대로 남편이 내가 뭘 잘못하거나 실수를 할 때 화를 내면 같이 화를 낼 텐데 그게 아니니 바로 깨갱하고 꼬리를 내리게 된다. 나를 안아주고 다 이해해 준다는 그 말에 저절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너무 착하고 고마운 남편이 무서워 눈치를 보게 된다.

남편이 이 말을 들으면 억울해하겠지만,

당신은 진정한 고수.


오늘도 아들들에게 짜증 섞인 잔소리를 쏟아내고 후회를 하며,

나도 남편처럼 진정한 고수가 되는 날이 오려나

반성과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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