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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Feb 10. 2023

오늘을 남기다] 기억의 감정

애쓰지 않아도 / 최은영 짧은 소설/ 김세희 그림

   

최은영의 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 중에서 ‘호시절’을 읽었다.

소설은 엄마와 딸이 같은 시절을 서로 다른 감정으로 기억하는 이야기다.

엄마에겐 호시절이었던 그때가 딸에게는 불편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웃집 딸을 생각하며 베푼 어른들의 친절과 배려가 어린 딸은 잔인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엄마는 그런 딸의 마음을 몰랐다. 그 이웃의 베풂에 그저 고맙기만 한 엄마 앞에서 딸은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엄마에게는 그들은 좋은 이웃이었고, 그들과 함께한 시절이 호시절이었다.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오르는 동시에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의 그 감정을 잊고 내 아이에게, 또는 다른 아이에게 잔인하고 무서운 친절을 베풀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위로해 주었지만, 그 말이 잔인하게 들리지는 않았을까 뜨끔해진다.

웬만한 일엔 자생 치유 능력이 생겨버린 어른에겐 별거 아닌 일이 아이에겐 쉽게 괜찮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도 가슴속에 깊이 박혀있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이 시절을 같은 감정으로 기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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