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딸을 생각하며 베푼 어른들의 친절과 배려가 어린 딸은 잔인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엄마는 그런 딸의 마음을 몰랐다. 그 이웃의 베풂에 그저 고맙기만 한 엄마 앞에서 딸은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엄마에게는 그들은 좋은 이웃이었고, 그들과 함께한 시절이 호시절이었다.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오르는 동시에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의 그 감정을 잊고 내 아이에게, 또는 다른 아이에게 잔인하고 무서운 친절을 베풀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위로해 주었지만, 그 말이 잔인하게 들리지는 않았을까 뜨끔해진다.
웬만한 일엔 자생 치유 능력이 생겨버린 어른에겐 별거 아닌 일이 아이에겐 쉽게 괜찮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도 가슴속에 깊이 박혀있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