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아침 9시나 돼야 일어나던 녀석이
7시 30분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리고 숙제를 이것저것 챙겼다. 아침밥도 안 먹고 식탁에 앉아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영어, 수학, 국어 순으로 문제집을 늘어놓고 하루 할당량을 풀어냈다.
숙제를 마친 아들은 책들을 정리하더니 세상 귀여운 목소리로 '엄마~'하고 불렸다.
작은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다가왔다.
역시 꿍꿍이가 있었던 거다.
매일 30분씩 하는 게임이 감질이 났던 게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9시도 안 돼서 숙제를 마치고 게임 2시간을 요구하는 녀석.
2시간이 좀 긴 것 같긴 했지만,
하루 종일 숙제하라는 잔소리를 안 하게 해 줬으니 기꺼이 허락해 줬다.
녀석은 신나서 춤을 덩실 추고, 안아주고, 뽀뽀해 주며 온갖 애교를 부렸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내내 게임을 했다.
나도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녀석은 개구진 얼굴을 드러내며 '주제곡'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에일리의 '보여줄게'라는 노래는 어떻게 알았는지, 아주 열창을 해댔다.
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저러나 싶었다.
다음날 아침, 10시가 다 돼가는 데도 안 일어나는 아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물 한잔 마시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제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하루 만에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니?
매일이 전쟁 같다. 하지만 총포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불발탄처럼 머리에서 자꾸 하얀 김만 올라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