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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n 27. 2020

[오늘을 남기다] 데이트

남편과 데이트 통장을 만든 지 8개월 정도 됐다.

각자의 용돈에서 매월 2만 원씩 통장으로 이체를 한다.

작년에는 두어 번 아이들이 잠들면 늦은 시간에 잠깐 나가 생맥주 한 잔씩 하고 들어왔었다.

다시 연애하는 기분도 들고, 그 어떤 자유보다 더욱 달콤했다.

올해는 상황이 이러하니 한 번도 나가질 못했다. 통장에는 잔고가 쌓여갔다.


그래서 오늘 쓰기로 했다. 특별히 아이들도 껴줬다.

대신 우리가 먹고 싶은 걸로 먹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로 하기로 했다.


점심은 갈비탕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서 먹었다.

아이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았지만

‘먹고 싶으면 먹고, 싫으면 말아라.’하고

우린 꿋꿋이 서로 챙겨줘 가며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는 커피숍에 갔다.

남편시원한 곳에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 시켜놓고 편안히 앉아 책이나 보고 싶다고 했다.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이 있으랴. 우린 신나서 커피숍을 찾아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아이들은 오늘 아빠, 엄마가 왜 이러나 하면서 따라다녔다.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각자 마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각자 챙겨 온 책을 읽다가, 잠깐 졸다가, 핸드폰도 만지작하다가, 서로 보고 있는 걸 공유하며 웃어도 보고, 2~3시간을 보냈다.


몸이 뻐근해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네 식구가 굳이 한 소파에 서로 몸을 비비며, 포개어 앉아있었던 거다.

나 혼자 빠져나와 불편한 듯 편안해 보이는 삼부자를 핸드폰에 담았다.


둘만 몰래 데이트하려고 모아둔 돈이었는데,

다 같이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니 이 또한 행복하구나.



20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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