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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14. 2020

엄마는 언제부터 목소리가 괴물 같았어요?

2020년 현재

예준이는 11살, 종혁이는 9살이다.

코로나 19로 일주일에 단 하루만 학교에 간다. 그 시간 역시 잠시 잠깐이다.

그 외에 나머지 시간은 온종일 둘이 붙어서 낄낄대다가, 뭔가 하나 틀어지면 우당탕탕 싸움이 시작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윙’하고 울린다.

“얘들아, 이제 그만 좀 할까?”

중간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사정을 한다. 아이들은 ‘네’하고 대답만 던지고 달라지는 건 없다.

더 이상 참을 수없어 뱃속에서부터 힘을 끌어올려 소리 지른다.

“야! 그만 좀 해! 엄마가 몇 번 말했어?! 어? 하루 종일 너무하는 거 아냐!”

이렇게 힘줘서 불을 뿜듯 내뱉고, 얼굴에 오만상을 찌푸리면 그제야 눈치를 보고 동작을 멈춘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다.


저녁 반찬으로 닭날개를 구워줬다. 딱 10개. 각 5개씩이다. 아무리 형이라 할지라도 더 먹으면 큰일 난다.  

그래서 무엇이든 똑같이 나눠서 준다. 개수도 같은데 굳이 접시를 자기 앞에 두겠다고 투닥거린다. 별것도 아닌 거에 점점 격해졌다.

“이 녀석들! 그만 못 둬! 그냥 가운데 두고 먹으면 되잖아!”

다시 한번 난 포효를 했다.

아이들은 그제야 접시를 가운데에다 두고 서로 눈치를 봐가며 먹기 시작했다. 눈치 보는 것도 잠시다. 금세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아휴.


이렇게 하루 종일 화를 내고 나면 온 몸에 기가 다 빠져나간 것 같다. 머리도 멍하고 온몸은 축 처진다.

그래도 남아있는 기운을 끌어모아 설거지까지 해야 오늘 일과를 다 마친다. 빠르게 에너지를 불태우며 손을 놀렸다.

종혁이가 뜨근한 내 몸에 손을 댔다. 등을 톡톡 두 번 두드렸다.

“엄마, 엄마는 언제부터 목소리가 괴물 같았어요?”

“괴... 물...?”

충격이다. 조금 전에 포효하던 내 목소리와 모습이 떠올랐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맞다. 흡사 괴물이다.



10년 전. 한참 신혼 때였다. 흔히 하는 오글거리는 질문을 남편에게 날렸다.

“여보, 나의 어떤 점이 제일 좋았어요?”

남편의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얼굴에 발그레해짐 하나 없이 물었었다.

“여보 말투 하고 목소리가 좋았어. 항상 차분하고 신중한 말투와, 상냥한 목소리에 반했거든.”

의외의 대답이었다. 남편의 그 말을 들은 후 한동안 큰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살았다.

예준이가 태어나고 4살이 될 때까지 혼자 짜증은 냈지만, 아이한테도 남편한테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었다.


하지만 종혁이가 3살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변해갔다.

말이 빨리 터진 종혁이는 3살 때부터 의사표시도 분명히 했고, 궁금한걸 완전 못 참아했다.

그런 자유분방한 동생이 부러웠는지 예준이도 덩달아 다시 3살이 되어갔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도 난 괴물이 아니었다.


 괴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이 아들 둘이 서로 몸놀이를 하면서였다.

“엄마, 코피 나요.”, “엄마, 형이 나 때려.”, “엄마, 종혁이가 물었어.”

이거야 원 어찌 소리를 안 지르고 살 수 있단 말인가.

이제는 소리지르기에 내공이 쌓여 자유자재로 질러 댈 수 있다.


이런 나의 능력이 아이들에게 괴물로 보이다니. 이런.

남편이 말한 “항상 차분하고 신중한 말투와 상냥한 목소리’는 어디에서 찾아와야 한단 말인가.


종혁인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거지통에 손을 담그고 몸을 낮춰 종혁이를 바라보았다.

종혁이 귓가에 얼굴을 가져가서 속삭였다.


“너희를 만나고 난 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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