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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19. 2020

무서워서 그랬다 왜!

2020년 현재

예준이는 11살, 종혁이는 9살이다.


 이제 장맛비도 한두 차례 내리고 날씨가 꽤 더워졌다. 아들들은 좁은 이 층 침대에서 탈출했다. 거실에서 시원해 보이는 곳에 이불을 깔고 여름밤을 보낸다.

종혁이는 살을 비비고 자는 걸 좋아해서 예준이를 따라다니며 옆에 눕는다.

  “형아, 옆에서 같이 자자. 그냥 누워만 있을 게. 살 안 닿고.”

 종혁이는 갖은 애교를 떨면서 사정을 한다.

  “싫어! 저쪽으로 가서 자, 여기 내 먼저 자리 맡았단 말이야.”

 예준이는 달라붙는 종혁이가 귀찮은 듯 쏘아붙인다. 그래도 종혁이는 자는 척, 못 들은 척하면서 버티다가 결국 입이 댓 발 나와 일어난다. 저만치 떨어져서 형을 등지고 눕는다. 구시렁거리면서 애먼 이불에게 화풀이를 하다가 잠이 든다.

 

 ‘에고, 이 녀석들.’

 해가 길어져 저녁밥 시간,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늦어졌는데, 저렇게 투닥거리다 자면 11시가 넘는다.

 ‘지금 잠들면 키는 언제 크냐’

 ‘엄마도 이제 좀 쉬자. 어서 제발 좀 자.’

 기어이 나도 한 마디 거들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 날 아침.

 기지개를 켜며 거실에 나왔다.

 띠로리~ 이건 무슨 상황인고?

 같이 자기 싫다고 매정하게 소리 질러 대던 예준이가 종혁이 뒤에 매미처럼 달라붙어있었다.

 ‘저렇게 딱 붙어 잘 거면서 왜 그렇게 같이 안 잔다고 한 거야.’

 

그런데 잠시 뒤.

 “뭐야! 형아 저리 가! 내 자리야!”

 잠에서 먼저 깬 종혁이가 예준이 엉덩이를 걷어차며 소리 지른다. 꽤 아팠을 텐데 예준이는 아무 대꾸 없이 이불만 돌돌 말아 뒤돌아버렸다.

 “칫, 같이 안 잔다고 할 때는 언제고 왜 내 자리에 와서 내 베개랑 이불까지 빼앗아서 자는 거야!”

  종혁이가 계속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아! 알았어!

   이제 그만 좀 해!

   무서워서 그랬다 왜!

   네가 너무 빨리 잠들어서 그렇잖아!”

 예준이는 이불을 온몸에 감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건 또 무슨 논리인가? 종혁이는 방으로 들어가는 예준이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 내게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두 어깨를 살짝 들었다 내렸다.


‘아,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눈뜨자마자 으르렁대니 오늘은 더 덥겠구나’


    

 뒷 이야기 : 이와같은 상황은 한 달동안 계속되고있다. 똥고집에 세상 무서운게 많은 11살의  안슬기로운 여름밤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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