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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ul 22. 2020

답 정 너겟

2020년 현재

예준이는 11살, 종혁이는 9살이다.


 아들 둘은 장난감 취향에서부터 식성까지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삼시 세 끼를 차려줘야 하는 요즘은 손이 더 바쁘다.

 보통 아침은 간단히 먹는다. 시리얼, 빵, 계란밥, 밤에 먹다 남은 김치찌개, 치킨너겟이 일주일 동안 패턴으로 돌아간다. 요일만 안정해져 있을 뿐 일주일의 고정 메뉴이다. 메뉴는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꼭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얘들아, 아침 뭐 먹을래?”

 매일 아침 내가 아이들에게 으레 하는 질문이다.

 “난 삼겹살이요!”

 종혁이가 손을 번쩍 들고 눈을 반짝인다. 맞다.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고기가 어제 도착했다. 역시 종혁인 그런 건 놓치지 않는다.

 “오! 좋아! 삼겹살 접수.”

 한 참 크는 아이들이니 때와 상관없이 고기를 먹겠다고 하면 반갑다. 그런데 예준이는 아무 대답이 없다.

 “예준이는 삼겹살 싫어?”

 “난 삼겹살이 이에 자꾸 끼니까 별로예요.”

 예준이가 삼겹살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방금 예준이가 말한 이유를 여러 번 들었다. 그러니 그냥 먹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참 까다로운 녀석들이다.

 “그럼 치킨너겟?”

 항상 냉동실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가장 만만한 치킨너겟을 권했다. 에어프라이어에 15분만 돌리면 치킨 못지않은 맛을 내는 치킨너겟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그러니 떨어지지 않고 사다 놓는다. 뭐, 가끔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는 한 동안 쉬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제발 치킨너겟 먹어줬으면 싶었다. 그런데  예준이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뭐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 아침을 안 먹겠다는 얘긴가? 할 수 없다! 또 다른 선택권을 주는 수밖에!


좋아, 그럼 5개 중에 골라, 잘 듣고 신중히 골라.

 1번 치! 킨 너겟

 2번 치킨! 너겟

 3번 치킨 너! 겟

 4번 치킨너겟!

 마지막

5번 치~킨~너~겟~”

목소리를 내려 깔고 진지한 표정으로 선택지를 읊었다. 정말 배려 가득한 선택지다.  


“......, 5,5 버언 치~킨~ 너~겟~ 이요.”

예준이는 고심 끝에 아침 메뉴를 골랐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야!”





*나의 배려 가득한 선택지는 아들 둘과의 생활 곳곳에 적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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