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나침반으로서의 인문학
브랜드를 만드는 인문학도가 던지는 질문
대학생 때의 저는 인문학도였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미디어 관련 실용학문을 토대로 연구를 하고, 국가브랜딩에도 관심이 있었다가 기업의 B2B 홍보 담당자가 되었다가 광고 회사의 브랜드 전략팀의 일원이 되기도 했죠. 회사 일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 스몰브랜드의 시작과 운영을 거들고 브랜드의 버벌 자산인 네이밍, 슬로건, 브랜드 메시지, 브랜드 소개서 등을 가꾸는 일을 했습니다.
저는 늘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나는 국문과를 전공했고, 이중전공도 한국사학과라서 나의 사고가 인문학적 관점에만 머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실무를 해 나가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문학이야 말로 기획을 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인문학이 키워준 것은 사고력입니다. 이건 정말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회사에서 내 역할을 찾아가야 할 때, 그리고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을 해야할 때, 새로운 기획을 해야할 때 등. 많은 과제와 고민의 문턱에서 제가 갈팡질팡 하지 않도록 기준을 잡아주었던 것은 과거 수많은 질문을 통해서 완성했던 발제문 속의 '나' 자신이었습니다. 또, 스몰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무엇이든 생각해 내어야 할 때,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새싹은 뭐니 뭐니해도 "왜?"라는 반문으로부터 움텄습니다.
바로 '질문하는 연습', '생각하는 연습'이 지금의 저와 브랜드를 만들어간 것이죠.
생각하는 힘이 어떻게 나의 무기가 되었는지, 또 어떤 생각이 브랜드의 자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했는지에 대해서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인문학을 공부할 때 접한 인문고전 및 여러 문학작품 등을 이제는 브랜드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로서 다시금 톺아보며 브랜드가 인문학으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질문'과 '관점'에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해보는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지금 AI가 모든 것을 재생성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인공지능에 의해 재정의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고, 분석하고, 쪼개고 또 쪼개며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단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 생성형 AI에게서도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는다는 겁니다.
"왜 존재하는가?", "왜 이렇게 표현한 것인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어떤 가치를 더할 것인가?"등과 같이 Why와 What if를 기반으로 하는 인문학적 질문법에 단련된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원하는 답변을 잘 얻어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는 '왜'가 선행될 때에야 비로소 논리가 탄탄해지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 정체성, 감정, 그리고 관계를 탐구합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왜 존재하는지를 묻습니다. 브랜딩 역시 이 질문들에서 출발합니다. 브랜드가 수많은 다른 브랜드들과의 독보적인 차별점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 브랜드만의 핵심가치와 아이덴티티가 먼저 잘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먼저 이런 질문에 답하곤 하죠. "우리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 브랜드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할 것인가?",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정체성을 제공할 수 있는가?", "우리는 소비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사람들이 가치관을 형성하고 자아성찰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인문학적 관점은 브랜딩 또한 단순히 판매 전략에 그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끕니다.
AI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내가 원하는 '왜'까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오직 나만이 알 수 있고, 내가 AI에게 학습시켜야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AI만으로는 브랜딩의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의 고민이 '부여'되어야만 하죠. 그래서 "우리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 브랜드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AI가 아니라 인문학적 통찰에서 나옵니다.
AI 시대의 질문: 왜, 무엇을 위해
AI는 브랜드가 더 효율적이고,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효율성과 속도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브랜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꾸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를 해결하고, 인문학을 통해 철학을 기반으로 '왜'와 '무엇을 위해'를 고민하면 됩니다.
결국, 브랜드 전략가와 의사결정자는 기술의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브랜드가 사람들의 삶과 세상에 어떤 가치를 남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AI 시대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는 기술과 척지지 않으면서도 인간성을 강화하고, 사람들의 삶에 영감을 주며,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브랜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술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가치를 얼마나 강화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될 AI 시대의 브랜딩. 인문학적 시선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적 연결과 철학적 메시지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