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5일이 되었

by 이미진


9월 15일, 출산 후 5일 째되는 날.


샛별이는 39주 5일차에 태어났다.

주수 꽉 채워 태워난 아기, 남자 아기답게 아기이지만 골격이 제법 튼튼했다.


11일에 태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11일이 되던 새벽 1시부터 진통이 시작됐고, 새벽 4시쯤 진진통이 5분 간격으로 와서 병원으로 부리나케 갔다.


병원에 도착하고, 1-2시간 지났을 때 자궁 문이 열리는 속도가 순조로운 편이어서 간호사 선생님이 오전 중에 낳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무통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무통주사를 맞으니 그때부터 자궁이 열리는 속도가 현저히 더뎌졌고,

무통의 기운도 너무 세다보니 힘을 주는 것이 어려웠다.


나는 초산모라 아기 낳을 때 어디를 어떻게 얼마만큼의 힘을 줘야하는지를 몰랐다보니 무통주사를 놓았을 때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자궁 문도 채 다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통 기운도 다 날려보내고 고통을 그대로 느끼면서 유도분만을 했다.


결국 순산은 아니었고, 난산이었다.


방광을 짓누르고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

화장실 가고 싶은 두 가지의 느낌이 한꺼번에 강력한 강도로 느껴져서 너무 괴로웠다.


"샛별이는 잘 하고 있어요. 산모님만 더 힘내면 돼요."

"산모님은 무통 시간도 있었지만 샛별이는 아픈 거 다 견디면서 나오고 있어요."


엄마가 된다는 건 살을 에는 고통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구나.

엄마가 된다는 건 살을 찢는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길이구나.


항문이 10미터는 족히 날아갈 것만 같을 정도로 힘을 주었을 때

그때에서야 샛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태어난 아기를 내 옆에 눕혀줄 때, 눈물이 났다. 남편도 울고 있었다.


이것은 기쁨의 눈물일까? 감격의 눈물일까?


확실한 것은 그저 단순한 '고통'의 눈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출산한 사람들이 모두 한결 같이 말하는 것이 출산의 고통은 다 잊어버린다고 했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출산의 고통은 그저 단순한 신체적 고통이 아니다.

기쁨과 감격을 더 크게 불러오는 고통일 뿐 아니라

산모에게는 '내가 해냈다'는 어마어마한 자기효능감을 동반하기도 하는 '고통'이다.


그 고통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뒤이어 오는 찬란함을 그대로 만끽하며

앞으로 놓여있는 삶을 살아가다보면 그런 고통 쯤(..?)은 정말로 다 잊혀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