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맞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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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에 힘든 것을 말해보라 한다면, 나는 회음부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유축을 3시간 간격으로 굉장히 자주, 그것도 한번 할 때마다 2-30분은 해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부풀어 오르고 뜨거워지고, 돌멩이처럼 단단해지는 가슴이 너무나도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가슴을 가볍게 풀어주기 위해서는 아기가 쪽쪽 잘 먹어줘야 하는데,
샛별이는 태어나자마자 이미 젖병에 길들여졌다.
세상에 나자마자 병원에서부터 분유를 젖병으로 접하면서,
쪽쪽 빨면 빠는대로 술술 나오는 '밥 먹는 맛'을 알아버렸는지,
조리원에서 직수를 계속 시도해 보아도 도무지 젖을 물지 않는다.
젖에 입을 조금 갖다대다가 이게 아니라는듯이 목청껏 울다가도
젖병을 갖다대어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야무지게 쪽쪽 빨아먹는다. (킹받는 지점..ㅎㅎ)
그 모습이 참 웃음이 나면서도 엄마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아기가 젖을 먹어줘야 가슴이 가벼워진다는데,
샛별이가 먹지 않아서 가슴도 돌덩이처럼 무거워졌다.
그래서 유축기와 마사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계속 시도하다가는 애 성격도 버리게 될 것 같아서 직수 시도는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가 고픈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며 목청껏 울어대는데
목청은 어찌나 큰지. 수유실에 있는 아기들 중에서 가장 목청이 크다..
거기다 '엄마가 울겠다'며 엄마들의 안타까워 하는 시선을 받으면서
나는 한껏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다.
자연의 섭리.
모유를 먹는 것이 '자연스운' 것이지만,
기술의 발달로 사회적으로 진화하고 변화한 지금은 젖병 시대.
나자마자 젖병을 물고 태어나는 아기들을 엄마의 젖에 적응시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건, 나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이론상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 우리 아기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내가 내 고집으로 억지로 이행하려는 것이
오히려 나와 우리 아기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어떤 선택을 하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가지 의견과 정보가 많고 상황에 따라 제각각 선택하는 것이 다른 상황에서
내가 가져야 할 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과 원칙이 무엇이냐이다.
1. 나와 샛별이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것
2. 나의 불안함을 샛별이에게 전달하지 말 것
3. 남들과의 비교보다 내 상황에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할 것
4. 타인의 의견은 의견일 뿐, 선택과 결정은 내가 하는 것임을 잊지 말 것
5.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샛별이도 건강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샛별이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된다.
그 존재 자체로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