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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진 Dec 02. 2022

첫날부터 고군분투

여행의 시작, 마카오로 떠나다


마카오로 가려면 먼저 인천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가서 배를 타야 했는데, 첫 일정이었던, 인천에서 홍콩으로 가는 첫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다.


예정된 비행기는 10시였는데 그 시간보다 3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비행기 체크인을 하러 가니 항공사 직원분이 제안을 해주셨다. 10시 비행기가 만석이라서 혹시 괜찮으면 7시경 비행기로 변경해서 타지 않겠느냐고, 좌석도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제안하셨다. 일찍 가도 상관이 없었고, '좌석 업그레이드'라는 말에 신이나 흔쾌히 비행기 시간을 변경하였다. 그렇게 시작이 좋다고 생각하였고, 설렜다. 설렜던 동시에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라서 걱정되는 마음도 한편엔 있었다. 이래저래 복합적인 마음을 안고 출국 절차를 밟았다.


비행기에 들어서서 곧장 안내받았던 비즈니스석은 정말 좋았다. 착석하자마자 와인잔에 음료를 담아 주시고, 들어서면서부터 챙김을 받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아 인증사진을 찍으려고 딱 카메라를 꺼냈다가, 이상한 마음에 가방을 뒤져보았는데, 이럴 수가! 환전한 돈과 카드, 국제학생증을 모두 넣어놓은 지갑이 사라진 것이다!


너무 놀라서, 승무원분께 지갑이 사라져서 내려야 한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당황하신 승무원분은 지금 내리시면 다시 못 탄다고, 내려도 공항에서 잃어버린 거면 못 찾을 확률이 높은데, 한번 잘 생각해보시라고 하셨다. 그런데 카드와 돈이 없는 상태에서 홍콩으로 가버리면 국제미아가 될 것 같아서 일단 내리겠다고 하고, 내렸고, 항공사 직원분들이 비행기에 실렸던 내 여행용 가방도 부랴부랴 꺼내주셨다. 정말 죄송했지만 내가 고민하다가 나 때문에 비행기가 지연되기 전에 일단 내리는 게 급선무였다.


단 3분밖에 누리지 못했던 나의 첫 비즈니스석을 그렇게 보내버렸다.

비즈니스석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이제 지갑을 어떻게 찾느냐였다. 내가 당시에 탔던 비행기는 캐세이퍼시픽이었는데, 캐세이퍼시픽 직원분께 지금까지도 감사하다. 못 찾을 확률이 높은데도, 다른 직원분들과 연락을 주고받으시면서 분실물을 적극적으로 찾아주셨고, 위로도 해주시고, 걱정도 해주셨다. 그런 덕에 정말 무사히 지갑을 찾을 수 있었다.


지갑 분실의 위치는 다행히도 출국심사대였다. 공항 검색대에서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지갑을 꺼냈다가, 출국심사대에서 심사받을 때, 그 데스크에 지갑을 올려두고 온 것이었다. 다행히 법무부 소속이셨을 직원분께서 내 지갑을 분실물센터에 맡겨주셨고, 무사히 내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갑을 찾았으니, 다음으로는 홍콩으로 떠날 비행기를 다시 예약해야 했다. 내가 비행기를 예약했던 여행사는 학생 여행 전문인 키세스였는데, 키세스에 전화하니, 기구한 나의 사정을 들으시고 수수료 없이 비행기 예약을 변경해주셨다. 떠나기 전부터 좌충우돌이었는데, 덕분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후 3시 비행기를 우여곡절 끝에 탔다. 인천공항에 오전 7시에 도착했는데, 3시까지 있어야 했다. 지갑을 찾고, 비행기를 다시 예약하고, 이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도착했을 시간인데 아직 인천이라고 하니 놀라셨다. 부모님께는 문제 해결을 다 하고 나서 전화를 드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1년 전이던 그때는 여자 대학생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내 주변에서는 흔하지도 않았고, 부모님으로서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혼자 보내서 계속 걱정하셨다. 그땐 스마트폰도 없어 핸드폰 국제전화 로밍을 따로 신청하거나 국제전화카드를 구매해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했고, 여행 책자와 종이 지도만을 보며 찾아다녀야 해서 더 그랬다. 부족한 정보력에 따라 오는 걱정이랄까. 그러던 중에 떠나기도 전부터 지갑을 잃어버리고 비행기를 놓쳤다고 하면 얼마나 더 걱정하셨을까.


공항에 도착해서 어쩌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이 있었기에 정신없이 그렇게 여행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홍콩에 도착했다. 홍콩에서 마카오로 바로 가는 일정이었으므로 홍콩 공항에서 바로 배를 타고 마카오로 갔다. 마카오에 예약해둔 숙소에 내가 미리 말해두었던 시간보다 늦게 가니, 호스트가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현지 시각으로 약 밤 10시 정도였던 것 같다. 자초지종을 말해주었더니 밥도 못 먹었겠다면서 그 밤에 나를 위해 저녁을 차려주셨다. 세상에. 정말 친절했다.


그날 여행의 시작은 힘겨웠으나, 모든 일이 사람들로 인해서 잘 풀린 하루였다.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거라는 시그널이었을까.


(여행 중 만난 사람 중에 좋은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카오에서 먹었던 첫 끼니이자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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