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증은 사실 대내기피증이다. 타인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피하려는 증상이다. 지난 주말,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참고로 나는 비혼이라 남의 결혼식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이렇게 가장 친한 친구 몇몇을 빼고는 말이다. 그의 결혼을 직접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은 단단했으나 거기서 다른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참석을 망설였다. 대부분 얼굴을 본 지 몇 년이 지나, 친구라기보다는 지인에 더 가까운 이들이다. 그중 몇몇은 구체적인 사건으로 껄끄러운 사이가 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이렇게 껍데기만 친구인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라야 근황 토크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상태다. 나는 지금 백수다. 정말 하는 일도, 준비하는 것도 없는 쌩백수 그 자체. 이 결혼식에 오면 분명 근황 토크를 할 것을 예상했기에 참석을 망설였다. 비루한 내 상황을 한 번 더 내 입으로 상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미운 것도, 그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길까 봐 걱정한 것도, 그래서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냥 나 자신을 피하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 아직도 게임기를 손에서 못 내려놓고, 이거만 봐야지 한 유튜브를 몇 시간째 보고 앉아있다.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정신이 팔려 괴롭진 않다. 약쟁이, 알콜 중독자의 마음이 이렇겠지. 오히려 타인을 만나면 또렷이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 오늘도 늦게 일어난 내 모습이 보인다. 어제 밤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했던 내 모습이 보인다. 지난 일 년 간 거의 집에만 있던 내 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걸 퉁쳐서 ‘나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하하’라며 웃어넘긴다.
그들은 바이러스 때문에 식사는 하지 않았다. 나는 잃을 게 없는 놈이라 혼자 뷔페를 먹었다. 바이러스에 걸려 격리되면 일당도 준다는데,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낸 축의금이 있는데 한 끼 때우는 게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밥을 먹으니 더 비참했다. 비싼 밥 먹는 값이라 생각하고 꾹 참고 꾸역꾸역 먹었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