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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Mar 14. 2020

오늘의 교훈. 몸을 굴리자. 천천히, 꾸준히

글 한 줄 쓰기가 너무 어렵다. 한 줄도 제대로 못쓰고 낑낑대기를 반복하다 보니 글 쓰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다. 두려우니 시작조차 피하고 싶어진다. 이제 써야지, 이제 써야지 하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학교 다닐 때 논문은 어떻게 썼지? 회사 다닐 때 보고서는 어떻게 썼지? 내가 그 일들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나는 크로스핏을 한다. 거의 두 달 만에 체육관에 갔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서 빈 봉 하나 제대로 들 수 있을까 걱정했다. 오늘의 운동(W.O.D)을 보고 항상 하던 무게에 맞춰서 바를 세팅했다. 시험 삼아 한 번 들어봤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뿌리 깊이 박힌 바위를 잡은 느낌이다. 당황한 얼굴로 코치에게 오늘은 빈 봉만 가지고 운동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나의 운동 주치의는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아서 그럴 거라며 워밍업을 하면서 땀을 좀 빼라고 했다. 그래, 어차피 들지도 못할 거 스트레칭이나 제대로 하고 가자는 생각으로 워밍업을 했다. 천천히,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느끼면서 몸을 풀었다. 하도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워밍업만으로도 땀이 흥건하고 숨이 찼다. 이제 본운동을 할 시간. 마치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것처럼 몇 분 전까지 꼼짝도 않던 무게를 들 수 있었다. 몸이 풀린다는 것, 워밍업을 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글도, 내 몸도 워밍업이 필요하다. 먼저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한 번에 컴퓨터 앞에 앉으려 하지 말고 기지개라도 펴자. 기지개로 부족하면 제자리 뛰기로 숨이 차게 해야겠다. 글도 워밍업을 하자. 천천히, 꾸준히, 하지만 부담은 갖지 말고 하루에 한 줄만이라도 적어 나가자. 이렇게 헛소리를 쓰는 게 부끄럽지만, 뭐 어떤가. 이게 시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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