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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Aug 23. 2020

듣보잡이 출간 계약이라니?!


제 브런치북 ‘생각여행 가이드: 방콕 사회 편’으로 출간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목과 방향은 대폭 수정될 예정이지만요. 오늘 기준(8월 23일)으로 이 브런치북의 누적 조회수는 659, 좋아요 0개, 완독자 0명이네요. 구독자가 다는 아니지만, 브런치에 수백, 수천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작가분들도 많잖아요. 저는 오늘까지도 구독자 68명이네요. 이 정도면 듣보잡의 자격은 충분해 보입니다. 


▶ ‘생각여행 가이드: 방콕 사회 편’ 읽으러 가기


출간 제안 메일을 받기 불과 일주일 전, 저는 심리상담사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하필 그 주에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몰려왔고, 투고 메일도 줄줄이 거절당했거든요. 나쁜 일은 꼭 한 번에 터져요. 성인이 되고 처음 울어본 것 같네요. 그 눈물이 무안하게, 불과 일주일 후 한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고 계약까지 했습니다. 


저도 출간 계약은 처음이고,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경험 있는 작가님들은 아시겠지만, 계약은 시작일 뿐이죠. 분량은 아직 30%밖에 완성하지 못했고, 편집자님의 도움을 받아 수정 작업도 계속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출간을 목표로 오늘도 글을 쓰는 작가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계약을 맺기까지 제가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도 브런치의 다른 작가님들 글로 출간을 공부하고 꿈을 키웠거든요. 다만, 상황에 따라 변수는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 생애 첫 출간 계약서



1.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저는 전업 작가가 될 생각도, 그럴 자질도 없습니다. 제 브런치의 데이터를 보면 아시겠지만, 많은 사람의 공감이나 눈길을 끄는 글은 아닙니다. 다수의 마음을 울리는 필력 좋은 작가들은 많습니다. 그들과 똑같은 글을 쓰려고 하다가는 묻히고 말겠죠. 저처럼 평범한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관점, 자기만의 것을 글로 옮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면서 또 특별하기까지 합니다. 방콕에 다녀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이런 글을 누가 좋아하겠어’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연구원의 먹물이 빠지지 않아 지나치게 진지하게 글을 쓰는 습성이 남아 있는 게 스스로 불만족스러웠어요. 그래도 제 생각을 꾸준히 글로 옮겼고, 그걸 좋아해 주는 고마운 독자들은 분명히 계셨어요. 편집자님도 저의 독특한 시각으로 방콕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좋았다고 말씀해주셨고요. 지금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글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이슈와 관점을 꾸준히 발전시켜보세요. 하루하루 개인적인 글이 모여 가장 창의적인 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2. 매일 쓰고 기록하라


대학교 때 스스로 글쓰기 훈련을 빡세게 한 경험이 있습니다. 모 정부 부처의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했는데요, 기사 한 편을 쓰면 원고료가 나왔어요. 용돈을 벌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기사를 썼습니다. 현장 기사보다 분석 기사를 주로 썼는데, 제 전공과 같은 분야라 그 경험이 대학원 공부를 할 때까지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여행 에세이를 쓰기로 다짐하고는, 딱딱한 글을 쓰는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글쓰기 커뮤니티에 가입했어요. 브런치 인기 작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글밥)’님의 ‘아바매글(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 활동을 하면서 한 달간 매일 글을 썼어요. 아바매글의 취지대로 일단 뭐라도 매일 쓰다 보니 글 쓰는 두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때 쓴 하루하루의 글이 모두 글감이 되었고요. 직접 해보니 맞습니다. 일단 뭐든 쓰다 보면 내가 쓰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아바매글에 대한 정보는 글밥님의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undal0/221847159825

https://brunch.co.kr/@geulbab#works



3. 투고도 공부가 필요하다


대체 출간 제의는 어떻게 하는 거지? 투고는 정말 출판사 메일로 보내면 되는 건가? 뭔가 다른 비밀스러운 루트가 있는 게 아닐까? 투고를 하기 전에는 어떻게 출판사에 연락하는지, 원고를 다 써서 보내야 하는 건지, 뭐 하나 아는 게 없었습니다. 물론, 요즘 일반 대중의 출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브런치에도 다양한 출간 정보가 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정혜윤 에디터의 브런치북과 책이었습니다.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wirtershandbook

단행본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18875


어떻게 메일을 보내고, 원고는 얼마나 써서 보내야 하는지 등 출간의 모든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10년의 출판 경력을 가진 저자가 편집자의 입장에서 예비 작가를 위해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안내해줍니다. 제 편집자님도 제가 전에 다른 출판사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줄 아셨다네요. 다 정혜윤 에디터님의 책 덕분입니다. 


투고를 할 때는 원고와 함께 출간 기획서도 보내야 하는데요, 처음 써보면 이것도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대체 무슨 항목을 써야 하는지, 분량은 얼마나 채우는 게 좋은지 등 알 수 없는 것 투성입니다. 남시언 작가의 블로그에 출간기획서를 쓰는 방법과 샘플 양식까지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저도 남작가님의 포스트를 공부하고, 공유해주신 샘플 양식도 사용했습니다. 


*남시언 작가 블로그

https://namsieon.com/1495



4. 모든 출판사에 투고할 각오로


구글링을 하다 보니 분야별 출판사 리스트 같은 것도 돌아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제가 리스트를 엑셀에 직접 만들었습니다. 먼저 제가 읽었던 여행 에세이의 출판사를 리스트업했어요. 그리고 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출판사를 다 모았고요, 나머지는 교보문고 여행 에세이 카테고리의 신상품 순으로 출판사를 추가했어요. 그렇게 총 73개의 출판사에 투고했고, 딱 한 군데에서 출간제의가 왔네요. 


100곳이 넘는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작가님들도 많다는데, 저 정도면 운이 아주 좋았죠. 저도 출판사 리스트업을 계속하고 투고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모든 출판사에 투고할 각오를 하라는 게 어디든 얻어걸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와 맞는 출판사와 그렇지 않은 출판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여행 에세이를 내는 출판사라도 어떤 곳은 트렌디한 여행 정보와 사진을 위주로 하는 곳이, 또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나 여행 방식에 주목하는 곳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출판사마다 원하는 저자와 글이 다를 수 있죠. 몇 군데 거절 메일에 낙담하지 말고 최대한 많이 투고해보라는 것은 나와 맞는 출판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자는 뜻입니다. 



5. 브런치 조회수에 흔들리지 마라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듣보잡 브런치 작가입니다. 딱 한 번 제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고 조회수가 폭발한 적이 있어요. 그때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조회수에 집착하게 되더군요. 처음 목적은 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쓰는 지극히 사적인 것이었는데 말이죠. 요즘 시청률이 방송의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듯, 조회수만이 내 글의 가치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닙니다. 글 한 편의 조회수에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한 편 한 편의 글이 모여 완성될 한 권의 책을 기대하며 계속 쓰세요. 



저도 이제 겨우 출간 계약을 맺은 신참입니다만, 작은 정보, 노하우라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연말까지 남은 원고를 열심히 쓰는 일만 남았습니다. 출간 후에 출판에 대한 더 실전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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