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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n 08. 2019

어떤 할머니로 나이들면 좋을까?

할머니들의 에세이

백 살에는 되려나 균형잡힌 마음

 제목을 보는 순간, '읽어야겠다!' 싶었다. 백살 가까이에 여전히 일을 하고 책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라니. 과연 인생은 뭐라고 말할까. 어떻게 살으라고 말할까 너무 궁금하다.


인간이 살아간다 함은 시대를 따르는 일입니다. 그 때문에 특정한 것에 집착하면 피곤해지죠. 가능한 한 유연하게 대응해 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백 년을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1916년부터의 백 년이라면. 살면서 변화하는 게 너무 많아서 다 따라갈 수도 없었을 거다. 난 이제 30년을 살았는데도, 살면서 바뀌는 상식들과 기술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의 시간들이 걱정이다.


요즘은 '다양성'과 '유연성'이 강조된다. 아무래도 수명이 늘어나기도 했고,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르기도 하니까. 이전의 가치와 상식을 밀고 나가면 자칫 '꼰대' 소리를 듣기 쉬우니까.


사치에 할머니는 유연한 자세를 기본적인 삶의 전제로 두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추천한다. 이를 테면, 식물을 키우라던가, 취미를 만들라던가, 꿈 꾸는 것을 멈추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좀더 보내라고. 평소에도 자주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들이지만, 역시 이런 좋은 삶의 방식들을 꾸준히 실천하기는 어렵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지지 마세요.
너무 참으면서 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남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 마세요.



사치에가 생각하는 '균형 잡힌 삶'이란 이런 것이겠지.


요즘 '간헐적 단식'이 다시 유행이다. 다이어트 방법이나 건강법 중에는 무언가를 제한하거나 한 가지만 고집하는 극단적인 방법이 많다. 사치에는 모든 면에서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러한 방법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먹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생활의 기본이다. ‘균형'은 식사나 건강법 외에도 적용가능한 일상의 기본 정신이다. 운동도 한 가지 운동만 오래 하는 것보다는 중간중간 운동을 바꿔보는 게 몸에 좋다. 독서도, 친구도, 일도 그렇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이유는, 새로움에 대한 어색함, 두려움, 잘 하지 못할 것에 대한 막막함 때문이겠지.


사는 게 뭐라고


"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샀다.



요코 할머니는 죽는 건 두렵지 않다고 한다. 턱을 괴며 드라마를 한참 보다가 턱이 돌아가도, 매일 밥을 지어 먹는다. 근사한 의사 때문에 병원 가기 전에 옷을 사 입기도 한다. 자신의 괴팍한 성격을 인정한다. 지금 가장 절교하고 싶은 건 바로 나 자신이라고 외친다.


더없이 솔직한 이 할머니가 매력적인 건, 자기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한결같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성격을 인정하기가 가장 힘들다. 이 만큼 살았지만, 여전히 난 별로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멋지고 우아한 어른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 가슴 한켠이 쓸쓸하다. 요코처럼 솔직한 할머니를 만나면 왠지 모르게 웃기다. 물론 수위조절을 해야한다. 선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좀 이래도 되지 않을까? 꼭 우리 모두가 늙어 죽을때까지 아름다운 사람일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어떤 할머니이고 싶지?


두 할머니 중에 어떤 할머니로 늙고 싶냐고 묻는다면 글쎄. 사치에 할머니가 좀더 우아하긴 하겠지만, 쉽지 않다. 그럼 요코 할머니? 요코 할머니처럼 되기도 생각보다 어렵다. 책 많이 읽고 깨달음 중시하는 어른들 중에는 스스로 '우아하다'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요코 할머니처럼 자기 자신을 객관화 하는 게 오히려 사치에 할머니처럼 인품 있는 어른이 되기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솔직함을 잃지 않은 채, 균형 잡힌 생활을 하고싶다. 일상의 순간들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 정말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잊지 않고 싶다. 꿈은 죽기 전까지 꾸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이렇게 책을 읽고, 혼자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일도 평생 하고 싶다.


나는 과연, 어떤 할머니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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