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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n 09. 2019

주문을 틀려도 괜찮을까요?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사진출처: JTBC방송화면캡쳐

JTBC 백상예술대상에서 김혜자 선생님의 수상 소감이 화제였다. 선생님은 치매 환자 역할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치매 환자를 친절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준 의미있는 드라마였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흘려 넘겨졌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법과 제도보다 더 강력한 사회안전망이 생겨나고 있다.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여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소개한다. 치매 증상을 갖고 있는 노인들이 음식을 서빙한다. 이곳의 음식은 맛있고, 공간의 분위기는 따뜻하다. 다른 음식점과 다른 점은 이것이다. 스태프들이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일부러 실수를 하진 않는다. 실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괴롭다. 다만 손님들은 실수의 가능성을 미리 알고 있다. 그래서 실수의 순간에 이해와 관용의 눈빛을 보낸다.


이 기획을 한 오구니 시로는 사회적인 캠페인이 '그래야만 해. 그러면 안되'와 같은 강압적인 성격을 갖지 않길 바랐다. 그보다는 캠페인 자체에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생각이 전환되고 확장되기를 유도한다.


모든 사람들의 어려움과 불편함,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살 필요는 없다. 그 중 아주 일부분만 이해해 보는 것.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잘못 나온 메뉴' 정도는 웃어 넘기고 이해해 줄 수 있다.


스스로 살아가는 힘


치매 환자는 평생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을 억제당해 온 역사 그 자체인 거지. 하지만 인간이 왜 멋진 존재인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인간이, 자신의 뇌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멋진 것을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그것을 지켜주는 것.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문 중)


치매를 앓고 있어도,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어도 일할 수 있는 요리점이 생긴다면 가보고 싶다. 누구나 어느 면에서는 완벽하지 않으니까. 조금씩은 부족하고 실수하니까. 그럼에도 일하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제목 |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저자 | 오구니 시로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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