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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Aug 07. 2021

<사람, 장소, 환대> 어떤 환대를 받고 싶은가요?

함께하는 독학클럽 여름 시즌 네 번째 책

** <함께하는 독학클럽> 호스트 단단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정원, 효연, 혜수, 혜진, 지혜> 다섯 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다섯 명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넓고 깊게 확장되어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 힘을 모으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나눴던 이야기와 생각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록은 호스트 단단의 관점에서 정리된 독서모임 이야기입니다.



사람, 장소, 환대

** 함께 읽은 책: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 아래 내용은 대화 녹취록이 아닙니다.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와 독서노트에 작성된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어렵지 않으셨나요?


단단 | <사람, 장소, 환대> 이 책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읽다가 <함께하는 독학클럽>이 시작되었거든요. 다루는 주제와 개념의 난이도가 있는 책이라서 혼자 읽는 것이 힘들었는데요,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신선한 충격과 100%의 공감이 들어서 어려움을 꾹 참고 읽어나갔어요. 어렵지만 너무 좋은 책이다, 이런 책 계속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려운 일을 지속하려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하면 좋으니까 같이 읽을 친구들을 찾아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읽은 책을 함께 모여 읽고 생각을 확장하는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혜수 | 시간 내서 집중하며 읽기가 어려워서 유튜브로 책 소개 영상을 먼저 봤어요.


단단 | 와! 너무 좋은 아이디어에요. 저는 두 번 읽으면서도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영상으로 정리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 많이 될 것 같아요. 매거진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영상을 첨부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모순


단단 | 3~4장 인정과 모욕에 대해 읽으며 궁금해졌어요. 위계/인정/모욕/명예 같은 것들은 타인의 시선 안에서만 존재하는데, 이것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요. 부하직원을 모욕하는 상사, 자녀를 가혹하게 대하는 부모를 예로 들어볼게요. 저는 이들의 태도가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느껴요. 상사라는 '위치 감각'은 자신을 상사로 대해주는 부하직원의 시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그런 부하직원에게 '상사로서 걸맞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이요. 가혹한 부모도 그렇고요. 이 책에서 다루는 '노예'의 개념이 답변이 될 수 있을까요? 상대를 사회 존재로서 인정하지 않는 거죠. 사실은 부하직원/자녀의 시선이 아니라 제 3자의 시선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수긍이 가기도 해요. 자신이 위계의 하위에 있는 대상을 모욕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제3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으려는 건가, 하고요.


혜진 | 자신의 [위계/인정/모욕/명예]를 있게끔 하는 “타인”과, 나보다 아래에 있는 즉 그들 입장에서는 마치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되는 “타인”의 범주가 다르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면 부하직원을 모욕하는 상사의 경우에는 그 부하직원 몇 명의 판단 또는 시선에 따라 본인의 위계와 명예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하는거죠. 일부 부하직원이 없더라도 나는 이미 대기업의 상사이고, 그건 세상이 인정해주고 있는 지위랄까요. 자녀를 가혹하게 대하는 부모의 경우에도 나보다 약하고 나보다 아래에 있는 자녀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은거죠. 절대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런 모순이 있을 수 있는것은 그들의 위계와 인정, 명예를 결정하고 지지하는 것은 따로 있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 아닐까 싶어요.


정원 | 그들은 내가 상대를 높이며 낮아지고, 상대를 낮추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혜수 | 갑을관계라는 것이 사람 집단을 나누는 거잖아요. 어떤 시선을 중요하실 것인지에 따라서 두 집단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힘과 권력을 우러러보는 시선을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이 있고 <인품을 우러러보는 시선을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이 있다고요. 돈/힘/권력은 상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인품은 존경을 느끼게 하는데 이 중 무엇에 더 가치를 둘 것인지가 다른 것이죠. 단단님이 이야기한 직원을 모욕하는 상사나 가혹한 부모는 돈/힘/권력을 드러내고 상대가 자신을 두려워하기는 원하는 집단이고요.


사회적인 사람이로 인정하지 않는 타인의 경우에는 전혀 의식하지 않기도 해요. 옛 사극을 보면 양반들이 비도덕적인 일을 할 때 하인들은 항상 이를 도와야하거나 보고 있죠. 근데 그들은 하인의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다른 양반들이 알까봐 전전긍긍할뿐. 하인은 그들에게 타인의 범주에 드는 동등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죠.


정원 | 책에서 마침 이 부분이 언급되었던 것 같아요. <한 사람에게는 끊임없이 존중을 표현하게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그러한 표현을 생략하도록 허용하는 존비법의 체계는 인간관계가 원활하게 굴러가는 데 필요한 감정노동을 ‘아랫사람’의 몫으로 떠넘기는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이 문화는 아랫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데, 그에게도 감정이 있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의 감정이 그만한 배려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과연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않는가? 생각해보면, 사실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들은 그들이 잘보이고싶은 사람들의 시선’만’ 신경쓰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향하는 사람, 장소, 환대는?

** 대화를 마무리하며 호스트 단단의 코멘트


요즘 사회를 보며 이런 키워드가 떠오르더라고요. 안녕, 그리고 안녕 (hello and goodbye). 끊임없이 마주하고 떠나보낸다는 의미로요. 끝없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신기술을 접하는데 그러면서 끝없이 떠내보내고 잊고, 잊혀지죠. 이 숨가쁜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과연 나는 어떤 시공간을 누리고 싶은 걸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제가 다니는 요가원에 강아지가 있거든요. 저는 강아지를 어릴 때부터 무서워해서 그 강아지를 늘 외면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강아지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매번 저한테 사랑받기를 원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순수한 형태의 욕구인 것 같아요. 사실은 인간도 속한 장소가 어디든, 어떤 현상이든 상관없고, 그냥 사랑받고 싶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고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에 속하기를 원해요. 그런데 그런 환대와 사랑은 가족 간에도 나누기 어려운 이상적인 지향점일 거에요.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나은 것을 갈고 닦아서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일을 열심히 하고, 외모를 열심히 가꾸고, 더 나은 관계를 맺으려는 것 모두 그런 욕구의 연장선이고요.


여러분은 어떤 집단에서 환대와 사랑을 받고 싶으신가요? 독학클럽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들이더라고요. 누구나 그 '가치'의 모양은 다르겠지만 같은 마음일 거에요.


한 멤버는 <불안하지 않는 공간>에 속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불안은 경제적인 것일 수도, 사회적, 정서적인 것일 수도 있어요. 사람마다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면 궁극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겠죠.


우리가 끊임없이 안녕(hello)과 안녕(good-bye)를 반복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욕구가 온전히 충족되는 사회적 공간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파랑새를 쫓아 가듯이요. 과거에도 온전히 충족되는 공간은 없었지만, 우리가 사는 신자유주의 사회는 '어쩌면 그런 곳이 있을지도 몰라, 당신이 잘만 한다면.'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만 다른 곳을 보며 사는 것 같기도 해요.


최소한의 안정, 인정, 환대가 보장되는 사회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타인의 기준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고 전전긍긍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는 사회. 집을 투자 대상이 아니라 오늘의 내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회. 타인의 속도에 맞춰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사회.


궁극적으로 '나'라는 구성원이 내가 속한 시공간의 주체로서 존재하는 사회.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

우리, 그런 사회를 같이 만들어보면 어때요?


저는 아마도 이 제안을 하고 싶어서 함께하는 독학클럽을 만들 것 같아요.




함께하는 독학클럽 여름시즌 종료


지난 6월 뜨거운 관심 속에서 시작했던 <함께하는 독학클럽> 독서모임 첫 시즌이 지난 금요일에 종료되었습니다.


여름 시즌은 <어른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4권의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쓰고 대화를 나누었어요. 6명의 멤버 모두에게 이번 여름은 남다른 의미였을 거에요. 온라인으로, 그것도 2주에 한번, 다섯번 만났을 뿐인데 우리는 이 곳에서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위로와 따뜻하고 온전한 환대를 경험했습니다.


좋은 사람들에게 깊은 존중과 이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삶에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지향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함독 모임 내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저의 마음이 멤버 여러분의 에너지와 공명하여 감동스러운 시간을 나눌 수 있었어요. 내내 행복했습니다.



닷페이스에 보증금을 후원했어요.


<함께하는 독학클럽> 독서모임은 시즌을 시작할 때 보증금을 냅니다. 시즌 종료 후 독서노트작성 & 모임 참석 100% 참여해주신 멤버에게 보증금을 돌려드려요.


이번 시즌 보증금 환급 대상 멤버에게 계좌를 여쭤봤는데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모임을 운영하고 준비한 저의 노력을 생각하면 못 받겠다고요... (감동)


저 또한 같은 마음이었어요. 보증금은 시즌 내내 열심히 참여한 멤버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생각에 받을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닷페이스에 후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닷페이스는 아래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자고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 입니다.


- 젠더 다양성과 평등

-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일할 권리

- 장애와 자유, 사회 접근성

- 다양해지는 개인, 가족이 삶의 형태와 뒤처진 제도


이번 시즌 우리가 읽은 책과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언론이라는 점에서 가장 적합한 후원처라고 판단했어요.



새로워진 <함께하는 독학클럽> 기대해주세요


여름 시즌을 시작하며, 우리가 느낀 감동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브런치 매거진을 발행했어요. 진행하다뵈 대화를 더 확장하고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 싶어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여름 시즌에는 주제를 정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었다면, 앞으로는 각자의 시공간 속에 흩어져 있는 함독 멤버들의 이야기를 연결하고 아카이빙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서비스는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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