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독학클럽 여름 시즌 세 번째 책
** <함께하는 독학클럽> 호스트 단단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정원, 효연, 혜수, 혜진, 지혜> 다섯 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다섯 명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넓고 깊게 확장되어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 힘을 모으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나눴던 이야기와 생각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록은 호스트 단단의 관점에서 정리된 독서모임 이야기입니다.
** 함께 읽은 책: <외롭지 않을 권리>, 황두영
** 아래 내용은 대화 녹취록이 아닙니다.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와 독서노트에 작성된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단단 | 이 질문은 정원님이 발의해주셨죠. 오늘 우리가 이야기한 내용들은 결국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사회에는 여러 형태의 공동체가 있는데요. 그 중 일대일 관계 공동체를 맺기 위해 선택하는 제도인 '결혼'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이야기 해보려고요. 정원님이 질문을 적어주셨던 배경은 어떤 것이었어요?
정원 | 혜수님이 제안한 사회적 공동체가 이상적인 공동체일 것 같은데요, 사회 공동체의 한계는 차별인 것 같아요. 개인의 입장에서 친한 사람에게 더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고, 차별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 같기도 해요. 내가 누군가를 1순위로 생각한다면, 상대도 나를 그렇게 대해주기를 바라잖아요. 그런 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인 일대일 관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 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예를 들어 결혼을 통해 얻는 권리 중 '생명 연장 치료 여부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요. 당사자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가족 입장에서는 당사자가 고통스러운 걸 알면서도 중단을 선택하기가 어렵거든요. 저는 그래서 연명 치료 중단과 같은 당사자에게 중요한 결정 권리를 가족이 아닌 전문가에게 양도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물론 사전에 스스로 의사를 밝히고요.
재산의 문제도요. 배우자와 자녀가 재산을 상속받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개인이 관계 맺는 사람들 중에 남긴 돈을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을 대신해서 결정할 권리 또는 책임을 특정한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여러 명의 사람에게 나눠주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사회가 다변화되기 전에는 확실한 한 명에게 그 권리와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세상이 정말 복잡해졌고, 이 문제에 대해 다른 해법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여러분과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는 특별한 일대일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이고요. 하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은 '로맨스'일 텐데요. 로맨스로 결혼을 한 역사는 최근의 일이고, 할머니 세대만 해도 로맨스로 결혼한 사람보다는 결혼하고 로맨스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았을 거에요. 그런데 왜 우리는 로맨스를 이렇게까지 절대적으로 믿을까요? 보호 시설에서 몇 십년 같이 산 친구 관계가 로맨스로 연결된 관계만큼 인정받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요?
단단 | 혜진님께서 이전에 결혼을 하고 싶긴 하다고 하셨잖아요. 미래에 혜진님이 꿈꾸는 결혼이라는 관계는 어떤 권리를 포함하고 있나요?
혜진 | 책을 읽기 전에는 결혼을 제도, 절차, 권리, 공동체의 개념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발전된 관계로 이해했어요. 질문과는 반대로 결혼한 부부가 갖는 관계를 생활동반자 관계 당사자들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결혼이라는 개념을 확장해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생활동반자에 속한 유형 중 하나가 결혼 같기도 하고요.
정원 | 책을 읽기 전에는 결혼이 보장하는 권리에 대해 생각했다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생활동반자들은 왜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중요한 권리에서 배제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혜수 | 대화를 들으면서 개인이 가진 권리가 결혼 상대자에게 독점적으로 주어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을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국가나 집단의 존속, 유지를 위해 탄생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자손 번성과 사유재산 관리 이 두 가지 미션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대일 이성애적 관계가 가장 적합하고요. 사랑이 아니라 우정, 혹은 계약으로 결성된 공동체도 존재할 수 있고 그 공동체에게도 공동체로서의 권리가 부여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효연 |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꼭 로맨스에 기반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관계도 가능하겠다고요. 그러면서도 헷갈리는 지점은 지금의 결혼이 보장해주는 권리들을 꼭 덜어내야 할까? 하는 거였어요. 결혼을 선택함으로서 서로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갖는 것을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혜 | 모두가 선의를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데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결혼이 보장하는 많은 권리들이 결혼 당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동일한 목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의 권리를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나눠줄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원 | 결혼 관계에서 당사자에게 주어지는 권리 중 상당수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다는 점을 기억해보면 약자 입장에서 독점적인 일대일 관계가 법적 안전 장치를 일반화하기에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은 일반화하기 쉬워야 하니까요.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고, 독점적 일대일 관계에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동의하게 되요.
단단 | 황두영 작가도 그런 점에서 선을 긋기는 했죠. 집단적 관계로 넘어가는 순간 누구에게 어떤 권리를 얼마큼 보장해야 하는지 규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우리가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했는데도 답을 내리기가 참 어려운데, 고민하지 않는다면 정말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 고민하자는 말로 오늘의 대화를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 호스트 단단의 코멘트
미디어에서 많이 다뤄지는 이상적인 공동생활의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청춘시대] [으라차차 와이키키] [멜로가체질] 처럼 2030세대에게 인기있었던 쉐어하우스 이야기들을 보면 이런 대화들이 자주 나오잖아요. "퇴근하고 맥주 한 잔 콜?" 부담없이 마주앉아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나누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는 저녁 이미지가 반본적으로 나오고요. "택배 온 거 냉장고에 좀 넣어줘." 이렇게 사소한 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로 그려지기도 해요.
우리가 바라는 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간과 정서적 관심을 가볍게 주고받는 일상인 것 같아요. 1:1 관계는 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여러 명의 개인이 함께 사는 공동체라면 경쾌하게 나눌 수 있으니까요. 상황과 시간이 가능한 사람들이 서로서로 돕는 거죠.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부모님이 정한 가족의 규칙 때문에 공동체 생활이 어려웠는데 스스로 만든 공동체에서는 좀더 자유롭게 책임과 권리를 선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 독서 모임으로 모인 우리의 나이가 이십대 후반~삼십대 초반 이잖아요. 앞으로는 책임과 권리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공동체를 만들 기회가 많을 거에요. 슬슬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있고, 어른으로서 전보다 많은 것들을 선택하고,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만드는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일상을 기대해 봅니다.
<외롭지 않을 권리> 독서대화
- 읽으면서 공감갔던 부분 공유
-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일대일의 독점적인 관계만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할까요?
- 개인이 모여 함께 사는 즐거움이란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