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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Aug 22. 2021

[인터뷰] 계속 나아가는 게 진짜 안정적인 거죠

[함께하는 독학클럽] 함독 메이트 인터뷰


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함께하는 독학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어요.



그동안 혼자서 성장과 균형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지칠 때가 있었어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과 같이 고민하면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고민을 함께할 첫 번째 함독 메이트를 소개합니다!

마케터 & 사이드 허슬러 혜진님을 만나볼까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

그게 진짜 안정적인 거 아닐까요?




함독 메이트 혜진님을 소개합니다


단단 | 안녕하세요, 혜진님! 함독 메이트 여러분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혜진 | 안녕하세요. 저는 F&B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고 퇴근 후에는 사이드 허슬러로서 다채로운 일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박혜진 입니다. 저는 고여있는 것을 싫어하고, 물처럼 흐르는 삶을 살려고 해요. 마케팅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고 있어요.




어떤 성장을 꿈꾸나요?



단단 | 혜진님이 생각하는 '성장'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혜진 |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보면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포스팅을 보면 성장이라는 단어를 실제로 자주 사용하셨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성장! 성장!을 강조하냐고 하기도 해요. 저에게 성장은 두 가지 축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요. 회사 밖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경직된 회사 안에서 다음 단계를 마냥 기다리기가 조급해지더라고요. 언젠가 나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지금 가만히 있기보다는 조금씩 역량을 쌓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한 거죠. 두 번째로는 저에게 성장이란 안정이에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쉬지 않고 바쁘게 사냐고 하지만 저는 고여 있는 것이 불안해요. 계속 배우고 시도하는게 저에게는 오히려 안정감을 줘요. 책을 읽다가 제 생각과 비슷한 글을 발견했어요. 물이 가만히 있으면 썪으니까 계속해서 흘러가는 게 물에게는 더 좋은 거라고요. 제가 딱 그 물인 것 같아요. 뭔가를 알고 있다고 해서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어요. 성장해갈수록 더 부드러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혜진님이 작성한 '나' 마인드맵


단단 | 성공이나 성취가 정해진 결과가 있는 거라면 성장은 과정인 것 같아요. 혜진님은 명확하게 세팅된 목표가 아닌 과정을 경험하는 데서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혜진 | 단기적인 목표는 있지만, 끝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90세가 되서도 항상 책 읽고 운동하는 분들 멋있잖아요. 그렇게 늙어가고 싶어요.


단단 | 정해진 성공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인정받고 싶은 모습은 있을 것 같아요.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을까요?


혜진 | 직업적으로는 <따뜻한 기획자>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공감 능력이 있고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요. 제가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이유도 일상을 촘촘하게 바라보고 기획하고 싶어서거든요. 같은 맥락으로 좀더 시간이 지나면 <따뜻한 멘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SNS 인플루언서 중에 '밀라논나'님처럼요. 따뜻함과 희망을 담아 말씀해주시는데 그 안에 배울 점이 많거든요.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후배들에게 따뜻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계속 공부하는 이유... 잘 나누고 싶어서!


단단 | 다시 블로그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블로그를 살펴보니, 배우시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 최근에는 아크릴 드로잉, GA, 컬러 마케팅을 배우셨고요. 요즘 특히 관심 갖고 새롭게 배우는 영역이 있나요?


혜진 | 경제, 재테크 공부요. 요즘 회사에서 재테크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유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슈다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3년 뒤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파트를 사서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요. 제 미래를 생각하면서 경제 공부를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좀더 공부해서 경제 지식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로 뭔가를 배우면 '이걸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좋을까? 어떻게 동기부여를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해요. 재태크를 공부하면서 굉장히 조급해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저도 하루빨리 집 사고 싶다는 마음에 조급하고요. (웃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지? 라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하게 되니까 더 깊이 파게 되고 넓게 보게 되더라고요.


단단 | 저 방금 정말 놀랐어요. 성공한 사람들의 마인드셋이 이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나눌 수 있지? 라는 관점이요. 진짜 열심히 하는데 성공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될 때 이유가 이거라고 하더라고요. 돈을 번다는 게 남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서, 나에게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이 관점에서 성공하려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시선으로 생각해야 돈을 끌고올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열심히 하지만 자기 안에 갇힌 사람들은 남의 시선이라는 관점을 인지하지 못하니까 기술적인 실력은 쌓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걸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거죠. 혜진님은 이미 그 능력이 있으니까 시작부터 정말 잘 하고 계신거에요.


혜진 | 아주 큰 자산인 거네요.


단단 | 그럼요! 그 마인드셋에서 시작하면 조금만 실력을 쌓아도 크게 얻을 수 있는 거죠. 저는 이 관점을 최근에야 알았어요. 제가 요즘에 하던 고민이 있었거든요. 계속 글을 쓰긴 하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더 많이 보게 할 수 있지? 어떻게 내 프로젝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들 수 있지? 그 고민을 하다가 처음에는 '글쓰기 실력을 늘려야겠다, 더 많이 쓰고 홍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 강의와 유튜브 채널을 보니까 그게 아니래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모두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실력을 더 쌓는 것보다 중요한게 남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고민하면 자연스럽게 성과가 따라온대요.


이 이야기는 좀더 공부해서 여기에 정리해 두었어요.

<스타트업 면접에서 알게된 것들> 뒷부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참고해 주세요



북클럽 기획,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에요?


단단 | 이제 제가 가장 궁금해했던 질문을 드릴게요. 최근에 독서모임을 시작하셨잖아요. <포레스트 북클럽>! 소개 좀 해주세요.



혜진 | 저는 다독가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평소에 다른 독서 모임을 하면서 제가 얻게 된 경험들이 정말 많았고,  책 속에서 질문과 키워드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책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케터의 관점에서 책의 배경이 되는 우리 사회 트렌드를 같이 다뤄보면 좋지 않을까? 라는 취지로 기획을 했어요. 세상에는 정말 많은 독서모임이 있고, 전문가가 진행하는 모임도 있지만, 저는 독서모임에는 경쟁자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모임마다 선택한 책이 다르고, 나눈 이야기들도 다 다르니까요. 그렇다면 다독가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내가 시작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단단 | 지금 시작한 포레스트 북클럽 베타 버전은 한 달동안 두 권의 책을 읽는 방식이더라고요.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인가요?


혜진 | 정말 고민이 많아요. 머릿 속에 정말 다양한 버전의 기획안이 있는데 혼자 모든 기획과 운영을 감당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웃음) 단단님도 독서모임 운영하시니까 여쭤보고 싶었어요.


단단 | 저도... 사실 (웃음) 정말 고민이 많아요. 하다보니까 제 시간과 노력을 지나치게 투입하게 되는 거에요.


혜진 | 맞아요. 돈은 안 되는데, 또 하고 싶으니까 계속 더 준비 하게 되고. 우선 지금 생각한 버전은 3개에요. 첫 번째는 <넓게 읽기>이고, 포레스트 북클럽 베타 버전에서 시도하는 방식이에요. 책을 통해서 경험하는 것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젊은 ADHD의 슬픔>를 읽으면서 이 책이 사회 트렌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잘 이야기하지 않았던 우울증, ADHD와 같은 마음의 이야기를 우리 사회가 관심갖고 바라보기 시작했잖아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와 같은 책도 자주 보이고요. 주변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런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또 누구나 정서적인 문제를 조금씩 가지고 있는데 자각하지 않으면 잘 모르잖아요. 이렇게 책을 통해서 모르던 세상이 있다는 걸 나누고 싶은데 너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번째는 책을 읽으면서 <기획과 마케팅에 대한 공부>를 해보는 거에요. 좋아하는 브랜드, 그 브랜드의 마케팅 사례에 대해 같이 스터디하고, 스스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고민하고 적용해보는 거요. 첫 번째 <넓게 읽기>보다 전문적이고 심화된 읽기라고 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공부하는 도구로서의 책>이에요. 앞서 말한 <넓게 읽기>와 <책을 통한 기획, 마케팅 스터기> 가 호스트가 이미 정한 책을 읽는 거라면 <공부하는 도구로서의 책> 방식은 책을 같이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같이 읽는 거에요. 주제만 먼저 정해두고요. 호스트의 역할은 이 주제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에요. 요즘은 책보다 유튜브를 좋은 공부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책도 유튜브만큼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한 주제에 대해 30~40권 정도 읽으면 그 분야의 준전문가 될 수 있거든요.


단단 | 유튜브는 책의 한 부분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드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책은 유튜브 영상들을 잘 정리해둔 모음이고요. 그래서 어떤 주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싶을 때 책이 더 효율적이고, 각각의 부분을 실제 사례로 보고 싶을 때는 유튜브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행을 하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해요. 헤이조이스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된 내용인데, 유튜브는 파편화된 정보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상태일 때 흡수력이 가장 좋고, 오히려 초심자에게는 어렵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특정 영역의 초심자라면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개념을 짚고 갈 수 있어서 효과적이라고요. 늘 새롭게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책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는 거죠.



끊임없이 나아가는 게 오히려 안정적이에요


단단 | 이제 혜진님 일상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혜진님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일상도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신다고 느껴요. 어쩌면 혜진님에게 균형이란 성장과 동의어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혜진 | 사전에 보내주신 질문지에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도 사선으로도 확장하며 나아간다, 방사형 성장이라고요. 그게 정말 저 인것 같아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문장으로 정리해주셨더라고요.


단단 | 어디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그 방향성이 혜진님에게 안정감, 균형감을 주는 것 같아요.


혜진 | 맞아요. 저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에요. 스스로 호기심 천국이라고 말하고 다니거든요. 저에게 성장은 능력치를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넓이를 키우는 것도 포함이에요. 그래서 한 가지 입장만 고수하거나 고정관념을 갖기보다는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균형을 맞춰나가려고 노력해요. 일상에서 문화 생활, 여행을 취미로 삼는 이유는 제 생각의 밀도에 있어서 균형을 맞춰주거든요. 제가 평소에 생각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북클럽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잠들기 전까지고 내내 고민을 해요. 그런데 아예 낯선 분야를 경험하면 잡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아크릴 드로잉이 그런 케이스에요. 처음 해보는 분야니까 하면서 그림 그리기 외에는 딴 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여행도 마찬가지고요. 너무 낯선 곳이니까 길찾기 바쁘잖아요. 그렇게 생각을 비워줘야 나중에 생각할 힘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균형을 맞춰나간다는 생각을 해요. 


낯선 분야를 경험하면서 생각을 비우며 균형을 맞춰나가는 혜진님


단단 | 정해진 그릇에 내용물을 많이 담음으로서 능력치를 쌓을 수도 있지만 그릇 자체를 키워서 많이 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일까요?


혜진 | 스피노자의 명언 중에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깊이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함께 마주보며 크으....! 노트에 바로 적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에 집중하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이 말을 자주 기억해요.


단단 | 한 가지만 파는 게 정말 좋은 걸까요?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는 다 파고 나야 아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불안한 거에요. 불확실한 쪽에 올인하면서 '이게 내 길 맞다'고 스스로 정신승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정신 승리를 하기에는 제 눈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넓게 파는 방향성에 가치를 두게 되요.



회사 안과 밖,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아요.


단단 | 회사 안에서의 혜진님과 회사 밖에서의 혜진님은 어떻게 다른가요?


혜진 |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새롭게 만드는 것,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어려움이 있더라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이 제 일에도,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충분히 반영이 되어 있어요. 회사 안과 밖을 나누는 것은 환경의 차이인 것 같아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아니었다면 다른 모습으로 살 수도 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의 성향에도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요. 환경과 사람을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제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은 회사에서 열정을 많이 잃었어요.


단단 | 그 실망이 쌓이다보면 결국 '결국 내 일도 아닌데 열심히 해서 뭐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혜진 | 단단님 책 읽으면서 공감갔던 부분이 있어요. 회사 일 열심히 하다가 몸이 안 좋아졌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온 적이 있거든요. 그때 회사 분위기가 개인이 의견을 말하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어요. 그런 기대를 하면 안 되는건데 (웃음) 그때 실망의 저점을 찍고 나니까 해탈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 이후부터는 진짜 제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뷰 장소였던 '뷰클랜드 카페'에서 랜덤 메시지 카드를 선물받았는데 우리 각자에게 잘 맞고 필요한 문구였어요.

▶ 혜진님이 선물받은 문구
사람의 진정한 직업은 자신에게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

▶ 단단이 선물받은 문구
정말로 명상적인 사람은 장난스럽다. 그에게 있어 삶은 재미이다. 그에게 삶은 하나의 놀이이다. 그는 삶을 엄청나게 즐긴다. 그는 심각하지 않다. 그는 이완되어 있다. -osho-



단단 | 나다운 모습이 일을 하면서 드러날 수밖에 없잖아요. 일 밖에서 더욱 나다움을 표현하고 싶을 거고요. 그런 점에서 회사의 안과 밖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네요.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하셨는데, 정말 공감이 되었어요. 저는 지금 세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세 회사에서의 제 모습이 다 다르더라고요. 누구나 계속 변해가니까 당연한 걸 수도 있지만, 그때의 저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회사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중요한 이유이고요. 독서모임만 해도 누구와 함께 하느냔에 따라서 대화의 깊이가 다르듯이요. 우리는 결국 나다움을 찾기 위해 이렇게 고군분투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혜진님에게 나다움이란 어떤 의미에요?


혜진 | '나답게'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항상 어려운 질문이 되더라고요. 음... 이렇게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일할 때 즐겁고 재미있을까?' 를 떠올려 보는 것으로요. 혼자 일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같이 일할 때 나오는 시너지를 좋아해요. 지금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선배가 있어요. 그 선배는 제가 만든 자료나 의견에 대해 계속 피드백과 제안을 해줘요. 왔다갔다하는 소통이 되는 상대인 거죠. 보통은 잘했으면 잘했다, 별로면 '이렇게 하면 안된다.'라고 평가하고 끝나버리잖아요. 그러지 않고 서로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주고받고 제안해볼 때 일이 즐겁다고 느껴요. 그리고 제가 기획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 즐겁다고 느껴요. 지금 식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저희 제품을 먹고 즐거워 하니까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독서 모임도 비슷해요.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해주고 통찰을 나눈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좋아요. 


단단 | '임팩트'라는 개념이 떠오르네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일을 한 나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한 일의 결과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혜진님은 임팩트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걱정이 일상을 잠식하지 않도록


단단 | 이제 질문을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앞으로 일과 일상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혜진 | 질문을 듣고 '아무튼 출근'의 동수님이 떠올랐어요. 회사에서 충분히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으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고 휴가도 자유롭게 쓰고, 자신을 찾는 노력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일을 하다보면, 어떻게 하면 더 잘 할수 있을까? 더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당연히 하게 되잖아요. 독서모임을 준비하면서도 그 고민을 너무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누군가가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큼 좋은 모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망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들을 너무 많이 했어요. 물론 어느 정도는 필요한 고민이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지나쳐서 걱정이 일상을 잠식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단 | 제가 최근에 '이기적 감정'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불안이라는 건 굉장히 안전하고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해요. 어떤 상황의 결과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을 때 불안감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 된 거래요. 인간이 사냥을 하던 시대를 떠올려보면 언제 어디서 맹수가 나타날 지 모르니까 위험한 행동은 곧 생존을 위협하게 되요. 너무 도전적이면 맹수에게 잡혀 죽고, 너무 안정적이면 뒤쳐져서 죽으니까 적정 수준의 불안과 용기를 가진 개체가 가장 생존률이 높은 거에요. 그런 점에서 불안이란 생존에 도움을 주는 감정적 도구인거죠. 지금 우리가 불안하다는 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 그게 정말 긍정적인 신호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보다 더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있던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요. 책을 읽으면서 그 문장에 굉장히 큰 위안을 얻었어요.


혜진 | 저도 지금 위안을 얻었어요. (웃음) 책 이름을 적어가야겠어요. 


단단 | 혜진님이 말씀하신 불안을 저도 정말 자주 느껴요. 독서모임 모집이 안 되면 어떡하지? 뉴스레터 구독자가 너무 적어서 스르르 잊혀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요. 그런데 회차를 거듭하면서 배운 게 있어요. 첫 독서모임을 해봤더니 다섯 명이 왔네! 두 번째 모임을 했더니 예전보다 안내 문의가 더 많아졌네? 관심이 조금씩 많아지는구나. 이렇게 반복하면서 불안의 범위가 통제 가능한 영역 안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들어오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음에는 이만큼 더 위험을 감수해볼까? 이만큼 더 시도해볼까? 해봤더니 어? 내가 10의 위험을 감당하지만 못하지만 5 정도는 괜찮네? 라는 걸 알게 되고요. 그럼 그 다음에는 또 5 만큼 시도해봤다가 6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해서 저 스스로를 시험하면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고 느껴요. 한 번에 이 영역을 늘릴 수 있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는 아니더라고요. 조금씩 단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걸 알았어요. 남들이 혜진님에게 '정말 용기있다! 새로운 일 시도하는 거 대단하다!' 이런 말들을 하지 않나요?


혜진 | 맞아요. 부담스러워요. 더 나가야 하나? 싶어요.


단단 | 저도 그렇거든요. 사람들이 너 정말 용기있다, 겁 없다고 말해요. 저 진짜 겁 많거든요! 걱정도 진짜 많고, 그래서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시나리오를 계속 생각하고 안전장치를 준비해둬요. 



우리가 만나고 싶은 함독 메이트


단단 | 정말 마지막 질문! 혜진님이 앞으로 <함께하는 독학클럽>에서 만나고 싶은 함독 메이트는 누구인가요?


혜진 | 알고리즘의 저주라고 하잖아요. 유튜브나 책, 모임을 통해 알게 되는 사람들은 비슷한 성향을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저와 좀 다르게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요. 그런 의미에서 성장의 압박을 느끼기 보다는 일상의 기쁨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 궁금해요. 회사 끝나고 운동 한 시간 하거나 유튜브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해하고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넓게 파는 저와는 달리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좋아하는 마음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끼리는 결국 만나게 된다


인터뷰가 끝나고 혜진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1년 반쯤 전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홀썸 베이킹 클래스를 수강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강의를 혜진님도 들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홀썸 베이커리를 좋아해서 들으러 간 거였고, 혜진님은 베이킹 클래스를 듣고 싶은데 가능한 일정이 그 강의 뿐이어서 듣게 되었대요. 그 인연으로 혜진님은 홀썸 베이커리의 팬이 되었고요.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나봐요.

같은 방향의 좋아하는 마음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끼리는 결국 만나게 된다는 말을 기억하고 싶어졌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자신의 세계를 좋아하고 만들어가고 있는 함독 메이트 여러분!

우리 언젠가 꼭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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