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독학클럽]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소영님
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혼자서 성장과 균형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지칠 때가 있잖아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메이트와 같이 고민하면 서로 응원과 기운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수심 티하우스 차 콘텐츠 / 문쥬빌레 채소 일상과 계절의 단상
[블로그] 문쥬빌레 기억 서랍
잘 살겠다고 마음먹는 일.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마음이다. 잘 살겠다는 마음을 먹으려면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하니까. 잘 살기 위해 내 행동을 바꾸겠다는 건, 정말 어렵다.
소영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궁금해졌다. 소영님은 <수심 티하우스>라는 차 콘텐츠 계정으로 알게 되었다. 차 외에도 채소와 요가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개인 계정도 팔로우했다.
소영님은 잘 살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행동'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이 변화의 동력이 무엇일까, 함독 메이트와 나누고 싶어졌다.
단단 | 소영님, 안녕하세요! 함독 메이트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소영 | 안녕하세요. 티(tea) 콘텐츠를 만들고 채소로운 일상을 공유하면서, 지금은 새로운 분야인 IT업계로 진출을 준비하는 문소영입니다.
단단 | 벌써부터 묻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걸요? 하나씩 질문해볼게요.
단단 | 고등학교 때부터 조리를 전공하셨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소영님의 요리를 보면 채소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채소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소영 | 엄마가 10년 넘게 유방암 투병을 하셨어요. 저는 아토피가 심해서 유제품을 못 먹었고요. 어릴 때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라면을 사 먹잖아요. 저는 집에 가서 엄마가 만들어준 파이나 김밥을 먹었어요. 엄마 건강에도 제 아토피에도 식품 첨가제가 안 좋으니까요. 엄마는 밥에 강황을 넣기도 하셨고 다양한 나물 반찬을 해주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식습관이 몸에 흡수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조리 입시 준비를 하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결론이 '유힐 키친'이었어요.
단단 | 유힐 키친은 어떤 프로젝트였어요?
소영 | 호스피스 병동 안에 있는 '케어기버'라고 불리는 간호사, 의사, 수녀님들을 위해서 음식을 대접해드리는 프로젝트였어요. 엄마가 호스피스 병동에 계실 때, 제가 보호자였기 때문에 케어기버의 입장을 알 수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환자가 완치되면 보람을 느끼지만 호스피스 병동은 완치가 어려운 말기 환자들이 생을 마감하는 곳이거든요. 그분들께 보람을 드리고 싶었어요. 나가서 식사할 수 없는 보호자의 마음을 제가 알잖아요.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병동을 새로운 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계셨던 병동부터 시작했어요. 푸드트럭을 빌리고 조리과 친구들이랑 음식을 준비해 갔어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테이블 세팅을 하고 코스 요리를 내어 드렸어요.
단단 | 좋은 취지의 일이지만 준비할 것도 많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소영 | 멤버들이 모두 조리하는 친구들이어서 소통이 잘 됐어요.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효율적으로 역할 분담도 이루어졌고요. 저는 팀장으로서 지원금을 구해오는 역할을 충실하게 했어요. 외부 공모전, 교내 공모전에 나가서 실행 지원금과 장학금을 받아왔어요.
유힐 키친 외에 대외활동도 했는데 모두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더라고요. 어릴 적 엄마를 통해 먹고 배우고 생활했던 것들이 무의식 중에 쌓였던 것 같아요. 제가 원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즈음 친한 언니가 비건 베이커리를 창업했어요. (비건 베이커리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베지앙'이었다.) 그때는 비건에 대해 잘 몰랐고, 비건 문화가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어요. 언니를 옆에서 보면서 영향을 받았어요. 무언가가 정립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환경 때문이었는지, 새롭게 알게 된 가치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요. 건강한 식사, 채소 지향 이런 길이 맞겠구나 싶었어요.
단단 | 그런데 왜 IT업계에서 일해야겠다는 결정을 했어요?
소영 | 사람에게 에너지를 받고 대화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해요. 주방이라는 업무환경은 제가 즐길 수 있는 분위기와 성격이 달랐던 것 같아요. 기본 8-10시간의 업무시간에 체력적인 업무 강도도 강했고요. 주방에는 물, 불, 열, 칼 등으로 인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요. 항상 긴장상태에 있는 거죠. 요리라는 행위 자체는 즐겁지만 그 외적인 환경들이 저에게 맞지 않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조리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 후, 그동안 관심을 이어온 차를 더 깊게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티하우스도 방문해보고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티콘텐츠도 지속적으로 생산했어요. 그런데 관심을 기울일수록 일로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티하우스는 점점 많아지지만 그만큼 차별적인 특색이 중요하고 브랜딩이 더 돋보여야 한다고 느껴졌어요. SNS 상에서 보이는 핫한 인테리어와 플레이팅, 단기적 소비와 유행을 지향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단단 | 요리도 차도 좋아하고 즐기지만 직업까지는 가지 못한 거네요?
소영 | 일단 주머니 속에 넣어둔 거죠. 운영하는 계정(@soosim_teahouse) 도 취미이자 부캐로서 즐기는 지금 정도가 딱 좋다는 결론을 내릴 때쯤 상반기 취준이 끝났어요. 학교 다니면서 취업 프로그램도 참여했지만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하는 시기는 아니고 대기업 몇 군데를 지원했는데 잘 안 됐어요. 서류에서 왜 떨어질까를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원하지 않던 회사를 취업만을 위해 지원했기 때문에 간절함과 열정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단단 | 지금의 전략은 IT분야로 업무를 전환해서 <돈 버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분리하는 걸까요?
소영 | 지금은 분리를 해야겠더라고요. 비전공자인 만큼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면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어요. IT 산업에서 기술과 경력을 쌓은 후 제가 쌓아온 가치관을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대학 마지막 학기 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수업을 들으면서 생겼어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음식과 요리를 전공했던 것이 오히려 저를 그 분야로 제한한 것 같더라고요. 기술이 제공하는 다양한 편리함,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모습이 새로운 세상처럼 느껴졌어요. IT기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의견도 영향이 있었어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되면서 아버지가 저의 가장 가까운 멘토가 되어 주셨어요.
기업에서 하는 대외활동으로 캐나다에 간 적이 있어요. 건강식품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게 건강한 식품 조합을 추천하고, 개인 맞춤 솔루션을 제안하겠다고 기획서를 제출해서 선정되었어요. 캐나다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경험했어요. 캐나다는 어렸을 때부터 생활 속에서 헬스케어를 문화로 접하며 성장하더라고요. 어린아이부터 성인남녀 노인분들까지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양한 운동을 하는 모습을 봤어요. 운동 센터 내에 수영, 요가, 사이클 시설이 완비되어 있고요. 제가 가진 음식과 건강에 대한 사고와 IT기술을 융합해서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단 | IT 이야기하셨을 때 사실 속으로 번뜩이는 생각이라고 느꼈어요. 요즘에는 무엇을 하던 '서비스 프로덕트'가 받쳐줘야 하더라고요. 온라인 교육만 해도 그래요. 예전에는 홍보/모집/교육 운영을 모두 직접 대면해서 했지만 요즘에는 ZOOM, 노션,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와 플랫폼을 사용하잖아요. 더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아이디어만 있다고 혼자 창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구현해줄 개발자가 필요한 거죠. 반대로 기술만 있다면 기획자와 콘텐츠가 필요할 거고요. 소영님은 콘텐츠가 이미 있으니까 기술이 더해진다면 크게 뭔가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IT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게 지혜롭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단 | 주제가 <잘 살겠다는 마음은 저절로 생기지 않으니까> 인데요. 누구나 잘 살겠다고 생각하지만, "잘 살아야지" 마음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잘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잘 산다는 게 뭔지 스스로 정의 내려야 하고 그것을 위해 내 일상을 바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봤을 때 소영님은 그 그림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영님에게 잘 산다는 건 뭘까요?
소영 | 제가 좋아하는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말하는 세 가지 (살고, 사랑하고, 배우고)가 잘 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지금을 살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요. 사랑의 행위/동작/형태는 다양하겠지만,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는 존재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에요. 곁을 지켜준다는 건 물리적으로 선물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포함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을 의미해요. 배움은 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에요. 제가 하는 활동들도 다 배움이고, 요리와 차, IT도요. 그 세 바퀴가 잘 맞아서 굴러갈 때 잘 산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치열하게 일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잘 산다는 표현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맛있는 밥을 사랑하는 사람과 먹을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고, 배움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잘 살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단단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기록'의 형태로 남겨두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활발하게 기록을 남기잖아요.
소영 | 제 인스타그램을 자주 봐요. 내가 좋아하는 사진, 나를 찍어준 사진, 내가 좋아서 찍은 사진을 좋아서 다시 보고 그러거든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보는 거에요. 나 자신이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거에요. '이런 좋은 순간들이 있었지.' 하고요.
좋아하는 건 사진으로 남기고, 안 좋았던 감정은 글로 남겨요. 사진은 보이는 그 자체 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데, 글은 내면 깊숙이 들어가야 그 감정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단단 | 힘듦이란 거 자체가 감정적인 거잖아요. 감정의 끝까지 가면서 또 힘든 것이기도 해서, 그 과정을 잘 남길 수 있는 수단이 글이라고 생각해요.
독서모임을 여러 차례 운영하면서 공통적으로 멤버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내면을 돌아보는 독서모임까지 하는 사람들인데 나를 모르겠다는 말에 놀랐다. 독서노트를 쓰며 멤버들은 자신의 생각을 길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나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나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인식하고 싶어서, 우리는 자주 나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단단 | 차도, 글쓰기도 결국 '수단'일 텐데요. 그 안에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블로그에서 <나로 자라서 내가 되길>이라는 표현을 봤어요. 내가 될 수 있다는 건 그전에 <나>라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라는 것이 소영님 안에 있고 그걸 표현하는 게 상황에 따라 차, 요리, 사진, 글이 되는 것 같아요. 소영님에게 '나다움'의 원형은 뭘까요?
소영 | 그걸 몰라서 계속 그런 도구들을 이용해서 기록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저를 너무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잘 안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양극성이 심해요. 남들이 나를 표현해주길 바라는 모습으로 기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단단 | 어떻게 표현해주길 바라나요?
소영 | 차가 가진 이미지가 여유롭고,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잖아요. 채소 요리는 잔잔하고 부드럽고 건강한 이미지가 있고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느끼기를 원했어요. 그런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닮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 도구를 (차와 채소 요리) 곁에 두고 싶은 거죠.
단단 | 채소를 가까이하게 된 계기를 듣긴 했지만, 그런 히스토리를 떠나서 채소 그 자체로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소영 | 계절을 가장 잘 담고 있어서인 것 같아요. 제가 계절을 많이 타는 편이거든요. 가을과 겨울을 많이 두려워해요. 봄/여름에는 계절감을 한껏 품고, 가을/겨울에는 웅크리고 글을 쓰고요. 엄마를 보내고 나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있었어요. 왜 그런지는 몰랐죠. 병원에 가도 이상이 없다고 하고요. 아빠의 권유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작년 이맘때쯤 받기 시작해서 올해 초에 마무리했어요.
늘 봄과 여름에는 열정이 가득 차는 편이에요. 유힐 키친을 시작했던 것도 봄이고요. 돌아보니 항상 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가득했던 건 봄/여름이었고, 가을/겨울에는 에너지와 활동이 적었어요.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힘들고요.
단단 | 심리상담에서 새로 알게 된 게 있나요?
소영 | 저를 인정하게 되었어요. 심리 테스트도 받고, 상담사의 말을 통해서 기질을 알게 되었어요. 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해주는 말이라 더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불안이나 외로움을 인지하게 되었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이전에는 <왜 남들은 저만큼 가는데 나는 못하지?>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는데, 상담 후에는 한 번씩 잊을 만할 때쯤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요. <나는 그렇게 태어났고, 그런 사람이야. 다른 것뿐이야.>
단단 | 이전에는 하고 싶은 마음과 에너지 사이의 간극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소영 | 네. 저는 항상 계획은 이만큼 세워놓거든요. 할 수 있는 만큼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만큼 세웠던 것 같아요. 하루가 끝나고 보면 20% 정도밖에 못한 거에요. 그러면 왜 나는 80%를 못했지?라는 생각에 반성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요. 이런 생각을 전환해서 이제는 할 수 있는 만큼 하게 되었어요. 계절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상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잖아요. 겨울에 약하다는 것을요. 겨울이 되면 친구들이 '너의 겨울을 응원해.'라는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해요. 그러면 '그래, 내가 좀 약해질 때가 됐구나.'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는 거죠. 두려워하지만 두려워만 하지 않고요.
단단 | 아니까 대응을 할 수 있는 거죠?
소영 | 우울의 길이가 어느 정도 되었든 지나갈 거니까요. 이전에는 '이러다가 그 감정에 잠식되어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지금은 '언젠가는 없어지겠지?'라는 정도로 조금씩 파도 타는 정도로 바뀐 거죠.
최근에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었다. <이기적 감정> 그리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이기적 감정에서는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생존에 필요한 신호체계'라고 설명한다. 감정 자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거나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불안과 의욕이라는 감정 신호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번식 확률을 높여왔다. 우리가 가진 것들이 단순히 번식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졌다.
며칠 후 동네 서점에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발견했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이 말하려는 것은 차가운 생존 법칙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협력'을 사용했고, 바로 이 점이 인간이 종족을 유지해온 비밀이었다고 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협력'이라는 도구에서 '다정함'이라는 단어를 찾아낸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우리를 살리는 것은 '다정함'이었다.
단단 |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잖아요. 그 형태가 다를 뿐이고요. 소영님은 어떤 인정을 받고 싶으세요?
소영 | 능력 있다는 인정도 너무 좋은데, 따뜻한 사람, 언제나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한 사람'을 좋아해요. 그들과 가까이 있고 싶고 닮고 싶어요. 곁에 있으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단단 |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영 | 욕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활동도 많이 하고 표현하고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건 저 자신이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이잖아요. 언제든지 놓을 수 있는 거죠. 그것들이 제 주위에서 저를 만들긴 하지만 저는 그거 말고 <그것을 만드는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고, 그렇게 해주는 친구를 좋아해요. <이런 일을 하다니 멋지다>는 말도 기분은 좋지만 오히려 더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 자체로 봐주는 사람이에요.
단단 | <이런 걸 해서 멋지다> 도 좋지만 이런 걸 할 수 있는 나의 생각과 마음을 인정받고 싶은 거죠. 그걸 지지받는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사람은 결국, 지지를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소영 | 사람을 좋아하니까 다정함을 받고 싶어서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단단 | 마지막으로 함독클럽 공통 질문을 드릴게요. 소영님에게 성장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소영 | 내가 나라고 느끼는 것, 내가 되는 것이요. 지금 시대는 많은 것들이 우리를 유혹하잖아요. 그것에 끌려가기도 하고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일을 시작하면 더 심해질 것 같고요. 그렇게 자신을 잃어가고 역할만 남게 되는 거죠. 딸, 친구, 아내, 연인 이런 역할로서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나는 나로서 너무 즐겁다>고 느끼는 게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일도, 배움도, 나를 알아가는 것도 성장이 되는 거고요. 내가 나로서 나다워지는 것 자체가 성장의 끝이 아닐까 싶어요.
단단 | 나다워지는 성장으로 가는 길 위에, 지금은 어느 정도 와 있는 것 같아요?
소영 | 20% 정도...?
단단 | (놀라서) 왜요?? 20% 보다는 훨씬 높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영 | 차, 음식, 요가 같은 것들이 <나>는 아닌데 그게 <나>보다 커진 느낌이 드는 거에요. 예를 들면 티콘텐츠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좋은 티룸을 보면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여기 방문해서 콘텐츠 올려야 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매몰될 수 있다는 신호로 느껴져요. 20%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마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균형을 잡는 과정인 것 같아서에요.
단단 | 제가 요즘 느끼던 게 이 마음이었나 봐요. 채소 에세이를 쓰면서 나다워지고 성장한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성장하기 위해 내가 가진 걸 활용하고 소진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에게 빈틈이 좀 필요할까요?
소영 | 빈틈일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이 없었으면 제가 그만큼 노력했을까요? 이만큼 성장했을까요? 제가 올리는 건 맞지만 그게 저는 아니잖아요.
단단 | <나의 세계>와 <내가 만든 세계>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 상태가 성장인 동시에 균형일 수도 있겠네요. 나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성장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현실로 인해 내게서 멀어졌다가 하면서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거죠.
소영 | 그걸 조율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단 | 앞으로의 계획을 여쭤봐도 될까요?
소영 | IT산업에서 일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알아보고 있어요. 먼저 IT 교육을 무사히 수료하고 입사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목표에요. 그 후에는 경력을 쌓으면서 본캐(개발자)와 부캐(요가, 채식, 건강, 차)를 함께 키워가는 게 목표에요. 나중에는 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고, 창업을 하는 꿈도 품고 있어요.
함께하는 독학클럽의 <매일 읽고 쓰는 모임>에서 메이트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찾아 헤매는 여정에 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이 방황에 결론은 없을 거에요. 우리는 계속해서 헤맬거고 힘들고 지칠 거에요.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그저 또 나아가고 방황하고 다치고 다시 나아가겠죠."
그 막막함에 눈물은 보인 메이트에게 한 메이트가 이렇게 말해 주었다. "지금은 절대 앞이 안 보이는 것 같고 그 상황에 갇힌 것 같겠지만 막막한 늪과 같은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요. 꼭 나올 거에요. 진짜로요." 그 명확한 다독임에 모임을 진행해야 하는 나까지 울컥했다.
나를 찾는 것에 이렇게나 열심히인 우리가 애틋하고, 소중하고, 든든하다.
소영님의 인터뷰 어떻게 읽으셨나요?
<함께하는 독학클럽>은 일하는 우리는 일과 일상에서 끊임없이 성장과 균형을 고민하고 살고 있어요.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함께하는 독학클럽을 구독해주세요. 격주 수요일 아침.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우리만의 성장과 균형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