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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Dec 25. 2021

[인터뷰] 돈 대신 에너지를 버는 사이더, 빵가영

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함께하는 독학클럽>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혼자서 성장과 균형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지칠 때가 있잖아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메이트와 같이 고민하면 서로 응원과 기운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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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독 레터 콘텐츠로 한 달에 한 번씩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일에서 나다움을 찾는 사람, 일상을 나답게 사는 사람을 만나 부지런히 이야기를 실어 나르고 있다. 멋지게 나다움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궁금해졌다. 실제로는 아마 하고 싶은 일과 다른 일을 하면서 나다움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래서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인터뷰이를 찾는다는 공지를 올렸다.

“본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이드프로젝트/부업/본격취미활동을 하는 분을 아시나요?”
곧이어 답장이 왔다.

“저랑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joaseo.popup“

좋아서 팝업 계정에 들어가 보니 비건 베이킹, 타로, 드로잉, 펠트 공예를 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좋아서 하는 팝업>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빵테라피 프로그램> 공지가 올라왔다. 비건 빵과 쿠키를 만들고, 허브티 시음, 생일 타로 카드를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참여 대상>에서 시선이 멈췄다.

-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또는 구직자
- 참가비 5,000원
- 경쟁과 생계에 치여 취미 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는 취준생 분들께 따끈따끈 빵테라피를 선물해 드립니다.

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알았다. 이 프로그램에도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지 안 봐도 눈에 훤했다. 힘들어하는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그 시간을 선물하겠다는 마음은 절대 쉽지 않다.

이들을 꼭 만나봐야겠다.




함독 메이트, 빵가영 & 비버



단단 | 빵가영님, 비버님 안녕하세요! 함독 메이트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하 가영, 비버)


가영 | 안녕하세요!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비건 베이킹을 하고 있는 빵가영입니다. 좋아하는 베이킹으로 남을 돕고, 제 삶을 더 사랑하게 된 빵순이에요. 앞으로도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며 살아보고 싶어요!


비버 | 인도 무역업과 교육컨설팅을 11년간 해오고 있어요. 빵가영님과는 대학시절부터 여행을 같이 다니던 친구였어요. 첫 여행지가 인도였고, 인도에 매력을 느껴서 2년간 벵갈루루에 살기도 했어요.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단단 | 빵테라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에요?



가영 | 제가 대학 다니던 때에는 지금처럼 취업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때도 더 좋은 회사, 더 높은 연봉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은 없었어요. 좋아하는 그림으로 대학 전공을 선택했고, 여행도 자주 다녔어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해서 직업도 여러 번 바꾸다가 지금은 같은 회사에 9년째 다니고 있어요.


저에게는 방황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던 거죠.  스스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대와 상황 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친구들을 보면 그 시간과 여유, 기회가 많지 않더라고요. 빵테라피를 열 수 있었던 배경만 봐도 그래요.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 직장을 다니면서 베이킹을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미 저는 가지고 있는 어떤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얻기 힘들고 어렵게 쟁취해야 하는 것들이더라고요.


저는 정말 긴 시간 방황하면서 <나>를 찾았거든요. 요즘 친구들은 그런 시간이 너무 부족한 거죠. 고등학교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하고요. 전공을 선택할 때도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공부를 선택하고요. 


집에서 홈베이킹을 하는 게 쉬워 보여도 그렇지 않아요. 요리에 비해 필요한 장비가 많거든요. 베이킹을 하고 싶지만 여건상 하지 못하는 분들이 여기에 와서 한번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꼭 당장 빵을 만들지 않아도 이런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어떤 선택을 할 때 길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비버 | 가영과는  1년에 1~2번은 함께 여행하는 여행 메이트였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 여행도 가지 못했어요. 마음이 허하고 삶이 단조롭고 공허하더라고요. 그때 가영이 <좋아서 하는 일> 팝업을 제안했어요. <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좋아서 하는 일을 해보자>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여행에 쏟았던 열정과 에너지로 팝업을 해보자 싶었죠.



타로,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


단단 | 비버님이 타로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비버 | 소규모 해외 무역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회사 상황이 위태로워졌어요. 작년부터 고생이 많았어요. 만약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애꿎은 상황만 원망하고 있었죠. 그때 아빠가 타로 공부를 추천해주셨어요. 아빠는 오랫동안 사주와 주역을 공부하셨는데 제 사주가 타로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심신 안정을 위해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독학으로 시작하다가 주말에 타로 전문 학원을 다녔어요. 센터에서 심화과정도 듣고 수련도 차곡차곡하고요.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을 상담해주다가 팝업, 워크숍 활동을 하면서 점점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타로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나랑은 왜 안 맞지? 말도 섞고 싶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그런데 타로 공부를 하다 보니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그럴 수 있겠다”, “이런 성향과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구나” 알아차리면서 미움도 사라졌어요. 스스로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나는 이런 성향이고, 그동안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알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빵테라피 에피소드


단단 | 빵테라피에서 오신 분 중에서 기억나는 참여자가 있나요?


가영 | 빵 테라피 처음 했을 때 오신 분이 기억나요. 대학생이었는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청년들의 상황에 대해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제 예상보다 훨씬 더 현실의 팍팍함을 알게 된 거죠. 연애나 SNS 마저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고요. 그 친구들을 만나고 나서 "정말 여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더욱 드는 거에요. 방황을 할 수 있었던 저는 너무 행복했던 거죠. 빵테라피를 한다고 해서 그 친구의 운명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그거 할 때 재미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좋고 고마울 것 같아요.


비버 | 빵이 오븐에서 구워질 동안 뭘 할까? 하다가 타로 세션을 넣어봤어요. 타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아서 <생일 타로>로 시작해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신기했던 건 빵테라피를 하면서 참가자 중 꽤 많은 분들이 똑같은 생일카드를 선택했다는 거에요. 총 4회를 진행했는데 4명 이상이 <황제 카드>를 골랐어요. <황제> 카드를 가진 분들의 특징은 마음이 단단하고 책임감 있고 전쟁터에 나가기 전 철저하게 준비 태세를 갖추어요.


잠깐 틈을 내 비버의 타로에 참여했다. 나도 황제 카드가 나왔다...!


생일 타로 세션에서는 2 장의 카드를 고르게 되는데요. 2장 모두 <황제> 카드를 고른 참여자가 있었어요. 사실 저는 그분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황제의 기운을 느꼈지만 모른 척했죠. 빵테라피가 끝나고 며칠 뒤 중요한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나! 하는 마음에 놀랍기도 했어요.




돈이 아닌 에너지를 버는 일


가영 | 단단님도 사이드 일을 하니까, 그 활동이 얼마나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지 알잖아요.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빨리 사이드를 시작했을 것 같아요. 이제 막 일을 시작하려는 친구들도 알았으면 좋겠더라고요. 이런 삶도 있다는 걸 설교하거나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끼고 판단할 수 있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돈으로 접근하면 일하듯이 하게 되더라고요. 오는 분들도 얼마 냈으니까 이 정도는 얻어가야 한다고 기대치를 설정하고요. 그런데 공유와 나눔이라고 하니까 편하게 좋은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거에요.


예전에 일을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일이 너무 싫어서 떠나는 것 밖에 해결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달라요. 굳이 일을 바꾸지 않아도 돈을 얼마 버느냐보다 번 돈으로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기분이 나쁜 이유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더라고요. 힘들게 번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쓰지 않으니까, 소비를 하고 휴식을 취해도 삶이 의미 없이 느껴졌어요. 지금은 제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오히려 회사 스트레스가 줄더라고요. 이 활동이 바쁘기도 하고요. (웃음)


단단 |  일과 일상에 대한 관점이 바뀌는 거죠.


가영 | 네, 맞아요. 이 활동을 하면서 제 삶도 치유가 되고 있는 거죠. '나는 이런 걸 나눌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걸 해내는 나자신을 보며 내 삶에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겨요. 



ⓒbbangkayoung 빵테라피에 참여한 햄빵, 그리고 도움을 자처한 멤버들과 61명의 보육원 아이들에게 쿠키를 선물했다.




좋아서 하는 팝업


가영 | 올해 3월에는 팝업 스토어를 열어서 비건 베이커리를 판매했었어요. 직업을 바꿀 수 있을지 시도해본 거죠. 공유 주방에서 했었는데 그걸 안 친구가 이 공간 (카페 동향)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그 돈 나에게 주고 휴일에 와서 사용하라고 하더라고요. 그즈음 친구가 카페를 일주일 정도 쉬고 휴가를 갔는데 그 기간 동안 여기서 베이킹하고 장사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막상 판매를 해보니 회사일과 다르지 않더라고요. 생산을 하면서 얼마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원가를 따져서 가격을 책정해야 하고,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마진을 봤는데요. 남는 돈이 투입된 노력과 정성에 비해 너무 적게 느껴졌어요. 요리는 정말 희생과 봉사더라고요. 취미로 할 때 가장 재미있다고 하잖아요. 그걸 알게 된 거죠.


카페에서 베이커리 판매를 하다 보니 남는 공간이 있었어요. 취미로 그림 그리는 친구, 타로 하는 친구, 펠트 공예하는 친구들을 불렀어요. 남는 공간에 전시를 해보자고 했어요. 전시 기회를 갖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부끄럽기도 하고, 공간도 없고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손님이 안 오더라도 괜찮다고, 우리끼리 축제처럼 놀자고 이야기했어요.


좋아서 하는 팝업의 시작을 함께한 웹툰 작가 민자


회사 다니다가 웹툰을 그려서 데뷔한 친구가 있었어요.

"사인회 하자! 사람 안 오면 어때. 우리한테 사인해주면 되지." 이렇게 여러 명 친구들이 모여서 축제를 한 거죠.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쿠키를 팔아서 이윤을 얼마 남긴다는 것보다 내가 얻은 기회를 친구들과 나누고 그 친구들이 스스로 가진 가능성을 발견하고요.


"내 쿠키가 맛있어서 사람들이 사 먹네.”

“내 그림이 예쁘다고 구매하는 사람이 있네."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는구나.”


웹툰 작가 친구는 오랜만에 집 밖에 나온 거였어요. 집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변하거든요. 그래서 결과물을 오픈하는 순간에 "나 이거 했어."라고 말하기 주저하게 돼요. 기회가 없기도 하고요. 그런데 공간과 기회가 주어지니까 부산에서 고향 친구들도 찾아오더라고요. 많은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았어요. 제가 기획을 한 건 아니지만 그 친구 인생의 한 페이지가 반짝, 하고 기록되었어요.


나는 쿠키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보다 친구들과 기회와 공감,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연결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죠.


빵테라피가 끝나고 가영은 참가자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줬다.




나눌 수 있는 여유


단단 | 모두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을 감사하고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어떻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노력과 관계없이 얻은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가영 | 배낭여행에서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어요. 동유럽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간 적이 있어요. 밤이 되니까 길거리에 박스를 깔아놓고 여자 아이가 자고 있더라고요. 나는 여행을 왔는데 저 아이는 박스에서 자고 있다니, 그 괴리가 크게 다가왔어요. 내가 여기서 태어났다면 저 아이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저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나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 장면이 항상 남아 있어요.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만 삶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에게 어떤 기회가 온다면 쉽게 흘려보내지 않고 열심히 즐기고 들여다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한 바람이니까요. 이렇게 나누는 활동이 타인을 위한다는 마음도 있지만 젊은 날의 저에게 보내는 위로일지도 모르겠어요.


따뜻한 위로를 건네듯, 빵테라피에서는 정성스러운 식사도 선물한다.


저에게는 여행이 터닝 포인트이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 거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여행 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빵테라피에서 다국적 요리로 구성한 식사를 내어드리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전혀 안 하던 것들을 해보고, 삶과 거리를 두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단 | 렌즈를 좀 다르게 조절해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죠.




쓸모없는 것을 해도 되는 삶


가영 | 어릴 때 이런 말 듣잖아요. "이런 건 쓸모없는 활동이야. 소설 읽지 마, 게임하지 마. 이건 직업이 아니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검열을 하는 거죠. 돈을 벌어야 해, 칭찬을 받아야 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 나를 더 구속하는 거죠. 저는 언제나 힘든 순간에 여행을 갔는데요. 돌아보면 자기 검열로 스스로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것이 힘들어서 이곳으로부터 떠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과가 같아도 과정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지속할 수 있잖아요. 수학 과목 성적이 낮은 학생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면 그다음은 뭘까요? 잘했으니까 칭찬 듣고 끝? 아니죠. 그다음에는 다른 부족함을 찾아서 메워야 하는 거에요. 영어, 국어, 사회… 끝이 없는 거죠.


잘하는 걸 선택해서 조금씩 개선하면서 나아간다면 스스로 자신감을 얻고 지속할 수 있어요.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것은 익숙한 전략이지만 보완할수록 작아지더라고요. 보완해야 할 부족한 점들만 보이니까요. 성공의 순간까지 가는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운 거에요. 그러다가 마음이나 몸이 힘들어지는 순간 크게 무너지는 거죠.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잘하고 있고 좋은 위치에 있는데 그걸 못 보는 거죠.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고 그만두거나 도망갈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런 순간을 너무 극적으로 맞이하면 못 일어나더라고요. 보완한다는 게 나를 강화시키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방법을 포기했어요. 부족한 걸 채우려면 너무 할게 많으니까요. (웃음) 과정이 너무 괴로웠어요. 나는 언제 행복하나? 일을 빨리 하면 일이 늘어날 뿐이고, 연봉을 올려도 더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늘 못마땅한 거죠.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잘하는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나 취미는 제가 스스로 그 기준을 잡을 수 있잖아요. 더 해도 되고, 그만 해도 되고요.


단단 | 더 잘할 필요도 없고요. 제가 만약 뉴스레터를 일처럼 했다면 구독자 수, 피드백에 연연했을 거에요. 지금은 뭐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요.


가영 | 1명이면 어때요! 저 빵테파리에 1분이 오셨을 때도 너무 고마운 거에요.


단단 |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1명의 존재감은 사실 굉장히 크죠!


가영 | 이게 수익 활동이었다면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하니까 회전율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저 손님은 언제까지 있는 거지? 한 시간 있다가 다른 손님 맞아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들었을 거에요. 그게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는 부분인데 여기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한 명이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니까 저도 즐겁고 오는 사람도 즐겁게 느끼더라고요.


비건 베이킹하게 된 이유도 비슷해요.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과 학원에서 일반 베이킹을 배우면서 어마어마한 버터, 계란이 들어가는 걸 보고 놀랐어요. 유화제도 넣고요. 비건 베이킹은 그렇지 않고 집에 늘 있는 재료로도 만들 수 있잖아요. 모양이나 맛이 조금 밋밋하면 어때요. 만드는 게 너무 즐거우니까 계속하게 돼요. 버터나 계란, 여러 재료들이 없어도 되는구나! 먹을 수 있어. 그리고 맛있을 때도 자주 있고요.


단단 | 저도 똑같은 이유로 비건 베이킹을 시작했었어요. 비건 베이킹은 맛없다는 사람도 많지만 (웃음) 전 맛있거든요. 맛있어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즐기면 되는 거죠.




앞으로의 이야기


단단 | 앞으로 좋아서 하는 팝업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게 될까요? 앞으로 벌여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가영 |  꼭 힘들게 퇴사하지 않아도,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나누고 싶어요. 저의 이야기와 시간, 요리를 나누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저는 베이킹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제가 가진 돈과 시간 중 일부분만을 베이킹에 쓰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치유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빵테라피에서 만나는 분들이 삶의 주인공이 되어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어요.


12월엔 요리로 그림을 그리는 예하와 비건 요리 레시피를 공유하는 츄비건과 함께 팝업 식당 채친시(채소와 친해지는 시간)를 준비하고 있어요. 1월엔 비버의 신년 타로 & 가영의 빵테라피 콜라보를 기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2월엔 드디어 <좋아서 하는 일> 두 번째 팝업을 오픈합니다. 멤버 모두 본업이 따로 있어서 준비 과정은 느리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엄청나요!


저희가 나누는 이야기를 보며 용기를 얻어갈 새로운 인연들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지만, 내년에 꼭 뵐 수 있도록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좌) 팝업 식당 <채소가 친해지는 시간> 멤버들 /  (우) 채소 팝업 요리



참가자 후기


빵테라피 시간이 어땠는지 신청자 혜림과 예하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혜림 | 모든 동물이 자유를 누리는 세상을 꿈꾸는 비건 지향인


빵을 만들고, 타로를 보는 와중에 중간중간 비버님, 가영님과 나눈 소소한 대화들이 좋았어요. 서로 존중하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기분이 좋아졌어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응원을 받으면서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과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시기였어요. 빵테라피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어진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더 확신이 생길 것 같아요. 선택은 언제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나를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하 | 하고 싶은 일들로 일상을 채워나가는 나라(예)의 선물(하)


빵테라피에 참여하면서 서로를 응원해주는 진심 어린 마음이 정말 좋았어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따뜻한 마음이 공유되는 게 느껴졌어요.

이런저런 잔걱정들에 파묻혀있던 시기였는데요. 타로를 보면서 힘이 나더라고요. 솔직히 타로를 믿는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에요. 가고자 하는 길로 돌진하고 싶어 졌어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당차게 살게요!



인터뷰를 마치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던 2년 전. 그때는 내가 가진 것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세상에 내 가능성을 알려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을 볼 여유가 없었다. 욕심을 꾹꾹 눌러 담아 준비한 것을 문제없이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어깨에 한가득 들어갔던 긴장이 스르르 빠지면서 사람들의 표정과 마음이 눈에 들어왔다. 숨차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나를 보며 함께 숨 가쁘게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것을 아무리 많이 보여준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줘야 전달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그때부터는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독서모임이든, 티 워크숍이든, 리추얼 프로그램이든 모두 핵심은 똑같다. 내가 일방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울림이 없다. 울림 없이는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정보가 아닌 '에너지'를 주고받는 사이여야 한다. 에너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보태는 것이지, 내 이야기가 먼저인 것이 아니다.

가영과 비버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에너지를 나누고, 에너지를 버는 일. 그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돈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인터뷰 1차 정리본을 공유할 때쯤, 인스타그램에서 가영과 비버의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61명의 보육원 아이들에게 선물할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든다고 했다. 61인분의 쿠키 선물이라니...! 정말이지 함께하는 독학클럽 인터뷰이들은 어쩌면 모두 이렇게 대단한 걸까!



함께하는 독학클럽의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인터뷰 어떻게 읽으셨나요?

<함께하는 독학클럽>은 일하는 우리는 일과 일상에서 끊임없이 성장과 균형을 고민하고 살고 있어요.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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