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효과적으로 정보를 얻는 방법
더 좋은 정보에 접근하는 것.
이것이 돈이고 권력, 영향력 아닐까?
드라마에서 중요한 사건이 시작하는 순간 이런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내가 좋은 정보를 입수했는데 말이야."
13년 전, 외국어 전공 대학생이었던 나는 전자사전을 들고 다녔다. 아이리버에서 새로 출시한 핑크색 전자사전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르바이트비를 탈탈 털어 산 소중한 사전을 매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전자 사전을 안 가져온 날은 불문과 연구실에 가서 비치된 종이 사전으로 단어를 찾았다. (진짜 라떼...ㅋㅋ)
지금은 외국어 공부의 방법 자체가 달라졌다. 우선 텍스트 자체가 웹 문서다. 출력물 원문에 형광펜으로 모르는 단어를 칠하고 사전에 검색하는 게 아니라 웹문서를 보다가 더블클릭하면 브라우저가 알아서 단어 뜻을 찾아주는 세상이다. 편리해졌다고 더 효과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같은 시간에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 자체가 많아졌다.
이제는 정보의 '질'이 중요해졌다. 대충 비슷한 정보 말고 지금 딱 필요한 바로 그 정보! 흘러 다니는 값싼 정보 말고 전문가, 현직자나 알 법한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보 구독 서비스를 소개받을 때마다 속는 셈 치고 유료 결제를 하게 되는 이유다. "여기에는 깊이 있는 인사이트가 있겠지?" 기대감에 부풀어 매월 1만 원을 쓴다. 그렇게 모인 구독 서비스가 5개나 된다.
지금 딱 필요한 바로 그 정보
남들은 잘 모르는 통찰 깊은 정보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나의 시간과 돈을 기꺼이 내주고 있다.
그러던 내게 <어떤 변화>가 생겼다. 브런치,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유튜브 등등 활발하게 SNS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나에게 정보가 스스로 알아서 걸어오고 있는 것 아닌가!
<정보가 스스로 찾아오는> 과정을 3단계로 정리해봤다.
1. 내 콘텐츠 쌓기
콘텐츠 아카이빙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든다.
2. 커뮤니티 만들기
콘텐츠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뤘다. 댓글, DM, 공유 등의 활동을 통해 콘텐츠를 구심점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3. 신뢰가 서로를 돕는다
상호작용은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는 사이'라는 신뢰를 가져다줬다. 서로를 돕고 싶어진 것이다. 좋은 정보를 알면 서로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과정을 어떻게 체험했는지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소개한다.
에스프레소바는 왜 갑자기 유행일까?
지난주는 잠깐 일을 쉬면서 카페 투어를 다녔다. 무려 1일 3 카페를 했다. 요즘 핫플이라면 꼭 있다는 에스프레소바에 갔다. 왜 갑자기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지? 심지어 연남동에 3개나 있다고? 컵 쌓는 건 왜 유행이야? 너무 궁금한 게 많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호기심 천국을 올렸더니 한 분이 친절하게 영상을 추천해주셨다. 궁금증 해결! 신기하고 감사했다.
음성을 텍스트로? 클로바노트 앱
인터뷰 프로젝트로 알게 된 지인이 클로바노트 앱을 소개해줬다. 클로바노트는 AI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화시켜주는 앱이다. 인터뷰하면서 음성 녹취를 타이핑하며 정리한다는 내 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한다. "훨씬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거예요."
생각해보니 블록체인, NFT, 가상 세계를 말하는 시대에 너무 있을 법한 서비스인데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써보니 속도와 정확도가 기대 이상이었다.
** 우연의 일치! 두 분이 소개해주신 영상이 모두 14f 채널! 요즘 여기 잘하나 봐요
2월부터 공부 모임 운영을 시작했다. 공부 커뮤니티는 강의가 아니라 탁월한 누군가 한 사람이 인사이트를 제공하거나 모임을 끌고 가는 형태가 아니다. 느슨하게 모인 여러 명이 각자의 공부 기록을 공유하고 응원을 주고받는다.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도 이 안에서 굉장한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오히려 모두 같은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니 부담 없이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무엇보다 나의 평범한 과정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공부 커뮤니티의 매력이다. 진짜 제대로 된 공부란 지식을 많이 아는 것, 계산을 잘하는 것,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공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필요한 공부 (정보)가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습득 방식은 무엇인지?
얻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공유할지?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돌파할지?
공부 커뮤니티 멤버들은 이 길을 직접 찾아나간다. 눈을 감은 채로 더듬더듬 길을 찾는 심정으로 걸어간다. 그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배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공부할 때는?
책부터 보지 않고 직접 체험해본다. NFT? 책으로 배우기 전에 일단 한번 만들어보라. 아니면 커뮤니티에 가입이라도 해봐라.
공부한 게 남지 않고 흘러가는 것 같을 때?
공부 기록 아카이빙 페이지를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둔다. 각자 만든 노션 템플릿을 공유하며 발전시킨다.
영어와 트렌드를 함께 공부하기 좋은 영어 기사 사이트
브런치, 뉴스레터, 북저널리즘 <저널>을 운영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브랜드에서 나에게 "이런 서비스 시작했는데 홍보해달라"라고 연락이 오는 것이다. 예전에는 "요즘 뭐가 핫하지?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지?" 궁금해서 인플루언서를 찾아다니며 계정을 팔로우하고 그들의 매체를 구독하기도 했다.
반대로 내가 운영하는 미디어가 성장하면서부터는 브랜드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직전에 나에게 그 정보를 알려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트렌드를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어떻게 기획되고 홍보하고 있는지 내부 정보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데 된 것이다.
개인 미디어의 힘은 영향력이 아니다. '정보력'이다.
좋은 정보를 접했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제대로 분류해서 정리하기>이다. 나중에 쉽고 빠르게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어야 정보의 의미가 있다. 그때그때 쉽게 정리하려면 미리 기록 창고를 만들어 서랍을 정리해두어야 한다.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기록 창고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면 결국 몇 번 하다 그만둔다. 노션은 그런 점에서 기록에 최적화된 서비스다. 단순한 템플릿으로도 시각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보인다.
나의 경우에는 <함께하는 독학클럽>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얻게 된 정보를 아카이빙하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었다. 현재는 비공개 페이지로, 어느 정도 정보가 쌓이면 커뮤니티 멤버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함께하는 독학클럽 외에도 개인적으로 메모하고 정보를 정리하는 시스템도 있다. 개인 대시보드를 만들어서 일과 일상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정리해두었다.
사실 좋은 정보를 찾아다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에서 배우는 것이다. 일이란 남들과의 약속이다. 제대로 된 결과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내어놓겠다는 약속. 상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겠다는 약속. 같은 목적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가 바로 '회사'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는 비싼 미디어 구독을 지원해주기도 하고, 전문가들만 아는 양질의 업계 정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일 잘하는 동료를 보며 제대로 일하는 사고방식과 시스템을 배울 수 있다. 그들이 만든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레퍼런스를 얻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그런 정보도, 그런 동료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런 회사로 옮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최고의 복지는 좋은 동료와 폭넓은 일 기회이다. 일에서 제대로 성장할 때, 업계 정보가 알아서 나에게 흘러들어올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하고 싶어 할 테니까.
예술이란 뭘까?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가끔한다. 빵을 잘 만드는 파티시에를 보면 "기술이 참 좋다" 라고 말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빵을 만드는 파티시에를 보면 "진짜 예술이네" 라고 말한다.
기술은 숙련되는 것이다. 예술은 만드는 것이다. 조금 거칠게 말해보겠다.
[예술]은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
[기술]은 이미 정해진 방법을 고도화 하는 것
정보를 찾고 공부하는 것도 같다. 공부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예술적인 공부다. 나만의 공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이 때 사람들은 "그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아니다. 기존과 같은 방식이어도 된다. 다만, 그 방식은 따르게 된 나만의 이유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이 방법 저 방법 따라해보다가 딱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다면, 그게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일지라도 <나만의 방법>이다. 그 방법을 고도화해도 된다. 그것도 예술이다. 무작정 따라한 게 아니라 나답게 만든 요소가 그 안에 하나라도 있을 테니까.
<정보가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을 다시 정리해보겠다.
1. 꾸준한 기록과 공유 → 개인 미디어 운영
2. 커뮤니티 만들고 참여하기
3.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성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