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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l 01. 2019

올해의 반을 함께했던 책

1월~6월 읽었던 책

책을 사랑하지만, 책에 대한 나의 접근은 가볍다. 마치 드라마 보듯이 노래 듣듯이 책을 본다. 나에게 책은 재미있는 컨텐츠,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다. 별로인데 끝까지 읽지는 않는다. 내가 읽은 책은 기본적으로 나의 "완독할만함" 기준을 통과한 책들이다.


그렇지만 모든 책들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책은 읽는 것 자체로 눈물날 만큼 감동스럽다. 나를 알아 주어서, 마음 아프지만 알아야 할 슬프고도 안타까운 이야기들이어서, 아름다워서.


그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중 아주 일부라도 그 감동을 내가 선물할 수 있다면. 어쩌면 나는 그걸로 충분히 잘 살고 있지 않을까.


좋은 것에 대해서는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담아 칭찬하며 살 것이고, 나쁜 것에 대해서는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는 것으로 내 소임을 다할 뿐이다. 책도 그렇다. 이 수많은 책 중 무엇이 왜 나쁜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나의 책들 중, 때때로 울며, 웃으며, 마음 아프며 읽었던 그런 책들만 따로 표시해 두었다. 


사랑하는 책들은 감탄사밖에 쓸 수가 없었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지, 그럼그럼. 그 사랑할만함이 사라져도 난 그 책들을, 그 작가들을 사랑할꺼니까.                    



1월


대단한 이야기꾼들의 책을 읽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이 꼭 스토리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 그의 말투, 그가 가진 특유의 매력이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힘을 더해준다. 사랑스러운 사람의 글을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허지원

- 누가 나 좀 알아주길 바랄 때가 있다. 그럴 땐 여지없이 외롭다. 내가 나를 알아줄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가장 완벽하게 나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 그걸 알게 되었다.

[바디무빙] 김중혁

- 남자 작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중혁! 재치있고,  재미있고, 유쾌하다! 친구했으면 좋겠다. 나보다 10살은 더 많으시지만.

[느낌을 팝니다] 우에노 시즈코

[케토제닉 레시피 170] 마리아에머리히

[티타임과 영국 과자] 사코 다마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 아 나의 빛, 나의 우상, 나의 사랑 이슬아. 나는 그녀가 심지어 시원하게 욕을 할 때도 좋다. 

[쓰기의 말들] 은유

- 은유는 아주 용감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나는 아직 그렇게 용감하지는 못한데. 따라다니고 싶은 멋진 언니같다.



2월


몇달 동안 책을 꾸준히 읽었지만, 기록에 소홀했다. 책을 읽어낸다는 것보다 그냥 지금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넘겨 읽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달에도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것이 좀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동안 충분히 몰입했고, 그걸로 즐거웠다.


[히데코의 사계절 안주] 히데코

[행복해질 용기] 기시메 이치로

[사소한 부탁] 황현산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김신지

- 내가 좋아하는 걸 나에게 해주고 살자. 나에게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살자. 좋아하는 걸 좋아하면서 그렇게.


3월


읽은 책을 쭉 보니, 3월에는 '균형'에 대해 생각한 달이었다. 일, 관계, 일상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들이었다. [자비없네 잡이없어]는 읽는 내내 주체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나의 관계, 나의 마음, 나의 일이라면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 시대의 일, 우리 시대의 문제는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겠다. 책들을 읽으며 명상의 중요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다. 균형잡힌 마음은, 역시 백살이 되어도 어렵겠지?


[자비 없네 잡이 없어] 희망제작소

- 여러분 필독! 이건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는 우리 시대의 JOB 이야기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혜민스님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백 살에는 되려나 균형잡힌 마음] 다카하시 사치에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

- 나는 김금희를 사랑하다 못해 질투한다. 미워죽겠다. 글 잘 쓰는 김금희.


4월


나다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책들을 읽었다. 간단하게 채소로 요리 해먹고,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일터에서는 최대한 핵심을 중심에 두고 단순하게 일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즐거웠다. 그들이 일상의 재미에 대해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죽이 잘 맞는 친구와 한판 수다를 떤 기분을 느꼈다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

[매력은 습관이다] 이케하라 마사코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 페터 비에리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 시인선 

[퇴사 준비생의 런던] 이동진

[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봉태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박소연


5월


상 모든 약한 것들과의 연대. 5월은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치매 환자, 비건, 세월호 유가족, 독립영화 감독. 물론 그들은 약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강하다. 큰 상처를 끌어안은 채 매일매일 조금씩 스스로 치유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은 없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누구보다 용감하게 뛰어든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를 얻었다.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정혜신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김은경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변영주

- 취준생 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꿈을 꾸라는 말은 왠지 나조차 듣기 싫지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자는 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시 시로

[생각 버리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아무튼 비건] 김한민


6월


내가 사는 이 곳은 어떤 곳일까.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주로 일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는 우리 사회의 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한다. 일은 단지 돈벌이지만 우리는 일에서 그 이상을 얻기를 바란다. 그러나 번번히 실패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실패의 결과는 비슷하다. 우리는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가치에 매달린다. 여전히 변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일상에 대한 태도이다.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엄지혜가 인용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한 구절을 나도 인용해본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가만한 나날] 김세희

[태도의 말들] 엄지혜

[다가오는 말들]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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