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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n 19. 2019

무례한 사람보다 가식적인 사람이 낫다?

태도의 말들

'가식적이다'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분명 기분 좋은 칭찬은 아니지만 그 말을 비난처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애썼다'라고 말해준다. 내키지 않음에도 애써 참고, 드러내지 않는 것. 내가 하는 가식적인 행동이다.


솔직함을 매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은 멋지다.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것은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솔직함을 신뢰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다. '저 사람은 솔직하니까 방금 한 말은 진심이겠지. 나중에 다른 말을 하지 않겠지.' 이런 마음으로 솔직함을 바라본다. 가식적인 사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나도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꾸밈없고, 직관적인 태도는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솔직함이 무례함이 되는 경우도 있다.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되는 진심들이 있다. 좋은 마음은 말로 표현할수록 더 좋아진다. 어떤 마음은 숨겨둘 필요가 있다.


진심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광고마다 고객님께 진심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나 좋은 진심이지만 넣어둬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시작한다.


"내가 진심으로 널 아껴서 하는 말인데"


이렇게 시작하는 말 치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는 말은 별로 없다. 대부분 '진심으로 입이 근질거려서' 하는 말이다.


"진심은 통한다. 언젠가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과연 그랬던가.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 나의 진심도 모르고 사는데, 남의 진심까지 이해하고 살기에는 너무 바쁘고, 힘들고, 지친다.


엄지혜 작가의 책이 와 닿았던 건 진심에 대한 나의 의심 때문이었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 태도로 읽을 뿐이다. 존중받고 싶어서 나는 태도를 바꾸고,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는다. 문제는 존중이니까.
p.11


내가 무례한 사람보다 가식적인 사람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무례한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의 행동이 진심이라는 건 알겠다. 그러나 그 진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존중은 없다. 존중 없는 진심, 그것이 가짜 미소보다 나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가짜 미소는 가짜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아무리 공들여 가짜 미소를 지어도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그러니 그것은 더 이상 가짜가 아니다. 억지로 올린 입꼬리 끝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읽는다. 다들 용케도 찾아낸다.


나에게 가식적인 미소와 말들을 건네는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생각할 일이다. 이 사람은 최선을 다해, 진심을 포장해서 전달하고 있구나. 내가 마음 다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구나. 나도 같은 마음으로 답해주면 될 일이다.


엄지혜 작가의 첫 책 [태도의 말들]을 읽는 동안 '그렇지 그렇지' 속으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읽었다. 언제나 사소한 것이, 일상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태도는 절대 사소하지 않다.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 건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 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소설가 한창훈)
p.47


제목 | 태도의 말들

저자 | 엄지혜

출판사 | 유유


커버 이미지 출처 | 도서출판 유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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