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리추얼 12월 회고
공부 리추얼 메이트 기록에 압도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뿌듯] 이다.
사실 이 결과는 내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공부와 뿌듯함이라는 키워드를 엮어보려고 첫 미팅, 응원 글, 공부 템플릿, 회고 미팅에서 뿌듯함을 여기저기 뿌려놓았다.
공부 기록 템플릿 항목 [지금 감정]에 뿌듯을 가장 먼저 배치해서 은근슬쩍 강요해보기도 하고 (ㅋㅋㅋ)
메이트의 공부 기록 댓글에도 뿌듯 뿌듯 뿌듯을 남발했다.
물론 나의 공부 기록에도 뿌듯함을 잊지 않고 적어두었다.
그 결과일까?
이번달에는 매일매일 뿌듯함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메이트가 등장했다. 공부 리추얼 메이커인 나조차 이렇게 매일매일 꼬박꼬박 뿌듯함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못했는데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보람님의 뿌듯함은 창의적이었고 그래서 더 좋았다. 보람님에게 <오늘도 마음먹은 일을 해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은 당연했다. 그 당연함 뿌듯함을 넘어 보통 우리가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뿌듯함을 발견해 냈다.
점심시간에 공부하니 월급 받으며 공부한 것 같아서 뿌듯함!
점심 안 먹고 공부해서 대견하다
이사하는 날인데 잠 안 와서 공부한 것이 대단하다
대단한 건 없지만 나름 짬짬이 한 걸음씩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자
점심시간 짬을 못 냈더니 저녁에도 약속이 있고 해서 결국 늦게 집에 와서 공부했는데, 피곤했지만 조금이라도 했다는 게 대단하다!
혹시 보람님은 어디서 뿌듯함 내재화 강의라도 들으신 걸까? 그리고 이 뿌듯함의 소용돌이가 거대한 허리케인이 되어 우리 모두를 압도한 날이 있었으니... 바로!
회사 회식으로 노래방에 가서까지 공부하고 기어이 뿌듯함을 얻어내셨다!!
치어리더 강원님은 심지어 묘한 해방감까지 느껴버렸다. ㅋㅋ 이 묘한 해방감이 뭘까 생각해 봤다. 우리는 평소에 해야 하는 일 때문에 하고 싶은 활동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로막는다. 어떤 경우에는 해야 하는 일에 압도당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는커녕 떠올리거나 계획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보람님은 해야 하는 일이건 하고 싶은 일이건 그게 뭐가 다르냐며 이렇게나 시원하게 어디서든 내가 할 일은 한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외부의 압도감을 타! 파! 해버린 것이다.
이번달 뿌듯함 대장으로는 주인님도 빼먹을 수 없다.
주인님 역시 보람님처럼 창의적으로, 즉 나의 기준으로 뿌듯함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 역시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걸까.
나만의 영어 교재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낮에 꾸역꾸역 했음. 뿌듯함!
영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 감사
완료 도정이 하나 더 찍혀서 신난다!
주인님의 공부 방법 역시 개인적이고 창의적이었다. 주인님은 시니어 레벨이 가져야 할 고급 영어 스킬을 공부했는데, 남들이 만들어둔 교재가 아니라 <나만의 영어 교재>를 직접 만들었다. 업무 메일에서 발견한 표현을 재구성한 교재로 추측이 되는데, 이 <나만의 영어 교재> 등장에 치어리더 강원님과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나만의 라는 표현은 마법, 비법, 비밀과 같은 단어를 연상시킨다. 흔하지 않은 나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메이트의 공부 기록을 보니 나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바쁜 일상을 살면 어쩔 수 없이 남들이 만들어준 시스템과 틀 안에서 남들의 기준에 의해 해야 할 일 위주로 '쳐내기' 바쁘다. 그런데 그 테트리스 같은 일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숨을 고르고 '나만의 기준으로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공부를 하는 모습'은 마치 안갯속 무림 고수가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 같달까.
인간의 뇌는 중독에 취약하다.
인간의 뇌는 반복된 학습으로 강화된다.
이 두 문장은 같은 말 같지만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우리 뇌는 눈이 허리춤까지 수북이 쌓인 눈길 위에서 스키를 타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눈 쌓인 길 위 어디로 어떻게 길을 내야 할지 막막하다. 고심 끝에 코스를 결정하고 한 바퀴 두 바퀴 같은 코스로 스키를 탈 수록 스키 자국이 눈길 위에 선명해진다. 한번 길이 만들어지면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그 길로 가게 된다.
우리의 일상을 어떤 감정과 활동으로 채울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반복할수록 그 감정과 활동은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뿌듯함 역시 그렇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어도 나의 하루를 돌아보며 반복적으로 뿌듯함이라는 키워드를 기록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하루 = 뿌듯함>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는다. 눈 위로 선명한 스키 자국이 생기는 것처럼.
뿌듯함을 느끼며 살고 싶다면
뿌듯함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야 한다.
뿌듯함을 느끼기에 공부만큼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 또 있을까?
https://www.nicetomeetme.kr/rituals/01gf9864n6qebcwr8apq5k6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