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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l 06. 2024

그래서 퇴사하고 뭐 할 건데요?

12년 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동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했던 건 그래서 퇴사하고 뭐 할 건지였다. 1년 그냥 푹 쉬겠다는 건지, 쉬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겠다는 건지 사업을 하겠다는 건지 말이다.


"제가 좋아하고 자신 있는 [기록]이라는 키워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요.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프로그램도 만들어보고요.
딱 1년 해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죠."



재미있었던 건 여러 동료들에게 똑같은 계획을 이야기했는데 각자 자신의 경험 안에서 이해했다는 거다. 


1) 나처럼 오래전부터 회사 밖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동료들의 반응

계획의 앞부분에 의미를 뒀다.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으로 먹고살 수 있는지 실험해 본다는 대목에서 생각을 깊이 하는 듯했다. "그럼 이제 유튜브도 하고 온오프라인 워크샵도 하시겠네요." 라며 나의 다음 스텝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아마 그들도 머릿속으로 여러 번 시뮬레이션 해본 계획이었을 거다.


2) 회사 안에서의 삶에 집중하는 동료들

마지막 문장을 듣고서야 이해가 된 것 같았다. 회사 밖에서 좋아하는 것을 해본다는 말에 물음표 가득했던 그들의 표정은 안 되면 회사로 돌아온다는 대목에서 원하는 답을 찾은 듯 편안해졌다. "아, 안식년이네요! 1년 쉬고 회사로 돌아오겠네." 


3) 회사 밖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지만 아직 그게 뭔지 찾지 못한 동료들의 반응

"우리, 따로 한번 만나요!! 저도 밖에서 제 일을 찾고 싶어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일지 대충은 알겠는데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회사 밖에서 내 일을 하기 위해 퇴사한다는 동료가 있다면 무엇이 가장 궁금한가요? 여러분도 제가 퇴사하고 뭐 할 건지 궁금한가요? 저에게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앞으로 연재해 볼게요!


회사 밖 홀로서기 실험 1년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12년의 직장생활 내내 꿈꿨지만 두려움에 미루고 미뤘던 선택이었다. 회사 밖에서 돈을 벌 수 없을까 봐, 그래서 위축되고 우울감에 빠져서 무너질까 봐, 남편과 가족들이 나를 원망할까 봐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직면하고 끌어안는데 자그마치 12년이 걸렸다. 돌아보면 꼭 필요한 12년이었다. 그동안 남편과 착실하게 월급의 70%를 저축하며 10억 가까이 모았고, 회사 경력과 내공이 쌓였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시험해 볼 수 있었다.


12년 전, 내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되긴 할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어서 결국 40개의 회사에 지원서를 넣고 그중에 나를 선택해 준 곳에 가야 했던 겁쟁이에게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했다. 내가 나가서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스스로에게 그 확신을 주기 위해 12년간의 회사생활은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통장에 쌓인 돈의 액수, 포트폴리오에 빼곡하게 적힌 프로젝트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쌓아둔 기록들을 보며, 여전히 잘될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확신은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확신으로 1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크게 3가지다.


기록 콘텐츠 만들기

다양한 형태로 일해 보기

덩어리 시간을 내서 공부하기




기록 콘텐츠 만들기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기, 프로젝트 일지, 투두 리스트, 구글 캘린더, 밑미 기록을 오가며 기록을 한다. 이렇게 나의 모든 생각과 경험, 감정을 기록하며 지내다 보니 나의 기록이 가공할만한 데이터가 되었다. 책과 강연이 되고, 사업 기회가 되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붙잡아 쓸모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 지금도 글로 열심히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매체인 영상으로 만들어 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나의 강점인 글과 강연도 계속 개발할 거다. 23개 출판사에 투고한 끝에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게 되었다. 책을 쓰면서 기록으로 나를 키우고 알리는 법에 대해 쉽고 강력한 방법론을 만들 거다. 강연은 워크샵 형태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마인드맵, 월간 회고, 확언일기와 감사일기, 스케줄 관리, 브런치 글쓰기 등 그동안 모듈 형태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었던 강연들을 정리해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회사 일이 바빠서 중단했던 뉴스레터 [함께하는 독학클럽]도 다시 발행할 계획이다. 지금의 마음 상태라면 7월부터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형태로 일해 보기


큰 규모의 조직에 속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일하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일해보고 싶다. 혼자서 독립적으로 일해 보기도 하고 가치관이 맞는 조직과 협업하거나 아예 소속되어서 일해 보기도 할 거다. 그러나 주 5일 40시간의 형태는 하지 않으려 한다. 주 40시간 하나의 조직에서 일하면 여러 가능성이 너무 제한된다.


일주일에 2~3일만 출근해서 일하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거나, 하루 4시간씩만 일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해보고 싶다. 정규직 풀타임 회사원은 본질적으로 시간을 내어주고 돈을 받는 시간 계약 노동자다. 앞으로는 시간 말고 내가 가진 생각, 콘텐츠, 대화, 마음을 내어주고 돈을 받는 계약을 하며 일해보고 싶다.




덩어리 시간을 내서 공부하기


영어, 뇌과학, 마음 챙김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 물론 회사 다니면서도 하루 30분~1시간씩 시간을 내서 공부했지만 하루 2시간 이상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다. 공부에는 2가지 방법이 모두 필요하다. 일정 분량을 매일 조금씩 나누어서 반복하고 일상에 적용하며 배우는 것 방법(간섭 현상)과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배우는 방법 (울트라 러닝)이다. 


일단 영어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다. 공부에는 명확한 목표 지점 설정이 필요하기에 '번역가 되기'를 목표로 삼았다. 글밥 아카데미의 번역 강좌를 신청했다. 번역가로 데뷔할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싶다. AI가 발전되어서 영어 공부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영어 능력이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라고 본다. 모든 기술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정보와 기술, 비즈니스의 패권을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꽉 쥐고 있다. AI 도구에 의존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과 AI가 없어도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벌어질 거라고 본다.


뇌과학과 마음 챙김 공부는 지금처럼 책으로 할 계획이다. 이 공부로 얻은 것들 역시 콘텐츠로 만들어볼 거다. 뇌과학 공부의 목표는 뇌의 해부학 구조를 전부 외우는 것이다. 뇌과학 책을 읽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두엽, 대뇌피질 등의 단어들을 이해하면서 읽고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독학파이지만 같이 공부하는 경험도 해볼 생각이다. 7월부터 트루스 그룹의 앤드엔클럽 안에서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 2년 반 넘게 이끌고 있는 밑미의 공부 리추얼이 각자 공부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공유하는 형태라면 앤드엔클럽은 공부 자체를 같이 하는 커뮤니티다. 어떻게 다른지, 두 커뮤니티 사이에서 나는 어떤 배움으로 나를 브랜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


여기까지가 1년 동안 해볼 [회사 밖에서 내 일 찾기] 프로젝트의 청사진이다. 세부 계획들은 변경될 수 있지만 세 가지 큰 비전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기록 콘텐츠 만들기

다양한 형태로 일해 보기

덩어리 시간을 내서 공부하기


이 시간을 통과하며 나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얻게 될까. 중간중간 아 그냥 회사나 다닐 걸 후회하며 무너지는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이미 나의 모험은 시작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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