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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Jul 26. 2024

회사 밖으로 나갈 용기를 준 꿈 시각화 기록법

12년 동안의 회사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회사 밖에서 '기록으로 나를 찾고 키우고 알리는 나 기록 수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독립했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회사 동료들이 "그런 용기를 낸 게 너무 대단하고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스스로 늘 겁이 많고 소심해서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했다.


어떻게 겁쟁이인 내가 안정적인 회사를 나와 월급과 동료와 소속감을 내던지고 회사 밖에 내 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나는 분명 회사 밖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꿈 시각화 기록법]에 있었다.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나?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엄청 많이 했다. 지금 삶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네가 원하는 삶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데? 지금 삶에서 뭐가 그렇게 싫은데? 삶에 만족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회사를 옮겨보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아? 팀을 바꿔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과 고민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많이 묻고 답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땅굴을 파다가 [꿈 시각화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꿈 시각화 기록법]은 밑미 리추얼 [드림보드 만들기]에서 배운 드림보드, 영국 억만장자 사업가 켈리 최의 [시각화 명상], 양자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의 [리얼리티 트랜서핑], 마이클 싱어의 [내맡김] 기법을 섞어서 나에게 맞게 변형한 꿈 기록법이다.


이 방법을 만들고 난 후 여러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의 책 [파서블], 부자의사 이하영 원장의 책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딱 하나만 하면 된다. 매일 밤, 내가 원하는 삶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글로 쓰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일]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글] 세 가지이다. 우리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잠에서 깨어난 직후, 꿈과 현실을 혼동할 때가 있다. 기쁘지 않아도 기쁜 일이 일어난 것처럼 활짝 미소를 지으면 뇌는 우리가 기쁜 상태라고 착각한다.


매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상상하면 우리 뇌는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는다. 이 과정은 나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 현실화시키는 작업이다.


하나 예를 들어보겠다. 어려운 협의를 해야 하는 미팅에 들어가기 전, 나는 머릿속으로 미팅에서 자신감 넘치고 멋지게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는 동료들의 표정을 상상한다. 어깨를 활짝 펴고 뿌듯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로. 그런 후 회의에 들어가면 긴장하지 않고 여유롭게 내가 할 말을 차분하게 할 수 있고, 결국 회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끌어당김은 미신도 유사 종교도 아니다. 그냥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매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왜 꼭 [글]로 써야 할까? 글은 내 생각을 옮겨 적는 도구가 아니다. 글을 쓰면서 오히려 생각이 만들어지고 정리되고 완성된다. 대화를 할 때 머릿속에는 분명 명확한 생각이 있는데, 말이나 글로 잘 표현이 안 될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많은 순간 우리가 하는 생각을 완성된 형태라고 믿지만, 생각이 생각의 상태에 있을 때는 대부분 정제되지 않은 상태이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비로소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아무리 매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원하는 삶을 상상한다고 해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뜬구름이 되기 쉽다. 와닿지 않으니 행동이 바뀌지 않고, 행동이 바뀌지 않으니 삶이 바뀌지 않는다.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각화된 매체이다. 생각과 달리 글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 글이 담긴 다이어리나 휴대폰, 노트북을 만질 수 있으니까. 우리는 보이는 것을 믿는다. 진실을 보려하지 않고 가짜 뉴스에 속는 것처럼. 눈에 보여야 믿겨지고 믿겨져야 진심으로 믿게 된다. 내 꿈을 진심으로 믿을 때, 나의 잠재적인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시작한다.


이제 나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2023년 10월 26일 새벽 4시 47분. 나의 현실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벽까지 잠못 이루던 나는 구글 노트에 꿈 기록을 남겼다.


- 베스트셀러 책을 쓰고 싶다. 아침에 자연스럽게 눈을 떠서 세수하고 요가를 한 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렇게 집중해서 3~4시간 정도 작업을 한 후에 하루를 온전히 시작한다.

- 회사를 20년쯤 더 다니고 싶고, 임원도 되고 싶다. 그러나 나를 회사라는 틀에 끼워 맞추고 이 악물고 버텨서 얻어내고 싶지 않다. 나답게,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에게 맞추면서 일을 장악하고 이끌어나가고 싶다.

- 동시에 프리랜서 작가가 되고 싶기도 하다. 하루를 온전히 <내가 발의한 프로젝트>로 채우고 싶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꿈 기록을 자주 들여다보기 위해 상단에 고정 설정해두고 매일 메모장을 정리할 때마다 꿈 기록을 열어보았다. 중간중간 내용을 더 구체화하기도 하고 덧붙이기도 하면서.



그러던 2024년 6월 2일 밤 9시 28분, 그날도 꿈 기록을 들여다보며 세부 내용을 수정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하면 되잖아?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어도 아침에 자연스럽게 눈을 떠서 세수하고 요가를 한 다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되잖아! 꼭 임원이 안 되어도 나를 회사라는 틀에 끼워 맞추지 말고 회사를 나에게 맞추면서 일을 장악하면 되잖아! 하루를 온전히 '내가 발의한 프로젝트'로 채우면 되잖아!


왜 꼭 20년쯤 더 기다려야 그런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은 거지? 왜 꼭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만, 임원이 되어야만 그 삶을 살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그냥 하자! 지금 당장.


6개월 넘게 매일 드림보드를 들여다봤더니 내가 꿈꾸는 삶이 너무 당연하게 내게 주어진 삶처럼 느껴졌다. 내가 바라는 삶, 그 삶은 이미 내 것인데 왜 더 기다려야 하지?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회사를 나갈 것인가?


이 질문을 6월 내내 매일 밤마다 꿈 시각화 기록을 하면서 구체화했다. 좀 더 효과적으로 시각화를 하기 위해 이번에는 이미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인간의 뇌는 시각 정보에 가장 크게 반응하니까. 내가 꿈꾸는 삶을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찾아서 휴대폰 사진첩에 수집하기 시작했다. 박소연 작가님, 코스모지나, 드로앤드류, 알로하융 채널 이미지를 수집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그 사진에 내 얼굴을 합성하는 상상을 했다.


폴인 세미나에서 내가 쓴 책으로 강의를 하는 나, 내가 만든 유튜브 채널에서 나의 고유한 이야기를 전하는 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나, 내 시간이 아닌 생각으로 돈을 버는 나.


매일매일 나는 두려움과 설레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스러웠다. 나는 저 길로 가야 하는데 회사를 벗어날 수가 없어. 월급을 포기할 수가 없어. 불안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자신이 없어. 그런데 너무 저기로 가고 싶어. 나도 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보고 싶어.


매일의 혼란스러운 감정 역시 아주 열심히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나의 고민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헛된 꿈이 아닌 현실적인 꿈이어야 했으니까. 원하는 꿈만 기록하지 않고 현실에 발 붙인 나의 고민스러운 감정도 기록했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 속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가자!


조금씩 열리던 문이, 어떤 임계점을 지나자 확! 열어젖혀졌다. 이 안전한 울타리 밖에도 나를 위한 자리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남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팀 리더와 면담을 하고, 퇴사일을 정하고,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바람처럼 빠르게 한 달이 흘렀다.


그리고 7월 22일 월요일 아침. 퇴사 6일차 프리워커가 된 나는 지금 내 책상에 앉아서 영상 스크립트를 녹음하고 있다. 2023년 10월 26일 꿈 기록에 적힌 모습 그대로다. 오늘 아침, 알람 없이 8시에 자연스럽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요가를 한 후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1시간 동안 영어 공부를 집중해서 한 후, 내 서재에 앉아 계약한 책의 목차를 다듬고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나는 지금 내가 발의한 프로젝트로 나의 하루를 온전히 채우고 있다. 세상이라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추지 않고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일을 적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주 즐겁게 몰입해서 한다.


나는 이 글이 아주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에 공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은 내가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라는 꿈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했기에 진실로 믿겨지는 믿음이다.


나는 앞으로도 나의 무수한 가능성, 잠재능력, 꿈을 매일 기록할 것이다. 그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꼭 현실로 만들 것이다. 이 악물고 버티는 자세로 무리하게 적을 만들면서 얻는 성공이 아니라 나를 믿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을 믿어주면서, 그 힘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성장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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