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시장이 [동기부여]에서 [레퍼런스 공유]로 흘렀다가
이제는 [마이크로 이론]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한 것 같다.
동기부여의 시기
레퍼런스 공유의 시기
마이크로 이론의 시기
이 시기의 대표인물은 한비야 작가다. 바람의 딸, 한비야. 대학 시절 그의 책을 읽고 강의도 들으러 다녔다.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꿈쟁이 김수영 작가도 그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2005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 김수영, 2010
그때는 대기업들이 공채 위주로 사람을 뽑던 시대였다. 어느정도 정해진 답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정해져있으니까 열심히 하는게 중요했다. 사람들은 마음에 불을 지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원했다.
독립출판 에세이가 폭발적으로 출판되었다. 신입사원 공채는 남아있었지만 공고한 시스템에 점차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수한 대표는 삼성을 퇴사하고 <퇴사 학교>를 세웠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제 발로 나온다며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찼고, 2030은 기성 세대가 조직 문화를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목청을 높였다.
<퇴사학교>, 장수한, 2016
<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2017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서메리, 2019
<퇴사는 여행>, 정혜윤, 2019
코로나 시기에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누군가는 망했고,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잡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양 극단 사이에 따먹을 과실이 꽤 있었다. 시도할수록 얻는 게 많았고, 새로운 시도를 위해 레퍼런스가 필요했다.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황효진, 2020
<블로그 부업>, 김상은, 2020
레퍼런스만으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시기다. 장기 저성장, 경기 침체가 본격화 되었다. 돌이킬 수 없다. 이제 어쩌면 함께 성장하는 맛을 느끼며 일하는 경험을 못할지도 모르겠다. 운좋게도 혼자 살거나 아니면 함께 죽거나. AI가 대신하지 못할 탁월함을 갖추거나 사회 뒷편으로 사라지거나.
매력적인 레퍼런스를 따라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한 번 실패하면 기회는 없다. 아주 작은 성취라도 확실한 게 필요하다. '스탠 후라이팬 예열 없이 쓰는 법', '10분 안에 잠 오는 수면 명상', '실패 없는 일기장 고르는 법'.
동기부여, 레퍼런스는 너무 느리다. 그걸 보고 배워서 적용할 때쯤이면 세상의 법칙이 또 바뀐다. 그럼 또 다시 배워야 한다. 아주 소소하지만 그래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무언가. 오늘 배우고 그걸로 내일 당장 결과를 낼 수 있는 이야기가 팔린다. 책을 덮고 영상을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시대도 옳고 그름이 없다. 그냥 이렇게 된 거고, 그 시대에 내가 살고 있는 것 뿐이다. 그냥 저기서 여기로 바람이 불었고, 나는 그 바람을 타고갈 뿐이다. 바람을 타지 않겠다고 저항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애쓰지 말고 불어온 바람을 탄 후 그 위에서 어떤 춤을 출 지를 결정하면 된다.
나는 어떤 마이크로 이론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을까? 회사 밖에서 내가 하는 고민은 대개 이 안에서 이루어진다.
아침 일기에 어떤 질문을 적어야 할까, 시간 관리는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좋을까, 책 읽고 독서 메모는 어떻게 남기면 좋을까?
또 다른 시대의 바람이 불 때까지 나는 이 조각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두려고 한다. 그리고 저멀리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 보이면 재빨리 몇몇 조각을 고르고 연결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겠지. 마치 처음부터 그러리라고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게 내가 하루종일 기록하는 이유다. 언제든 새롭게 연결할 수 있는 조각들, 그게 나에게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