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뉴스레터 <함께하는 독학클럽> 10월 1일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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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단단입니다.
오늘은 저의 오랜 고민을 털어놓으려 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들어주실지 걱정이 커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함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 봅니다.
이제는 정말 해야 하는 '수익화'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여정에서 돈 생각은 마지막까지 정말 안 하고 싶었는데, 돈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더라고요.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시작해 볼게요.
워낙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이라 퇴사하고 얼마 벌고 있는지도 주변에 편하게 말하곤 했어요. 그때마다 듣던 분들이 당황하시더라고요. "단단님, 진짜 이 돈... 벌고 있다고요? 안 돼 ㅠㅠ 단단님 다시 회사로 가면 안 돼!!"
다행히 회사로 돌아갈 마음은 없어요. 그래서 더욱 고민이 깊어지더라고요. 어떻게든 회사 밖에서 남편과 서울에서 지금처럼 살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조급한 마음에 가장 먼저 했던 행동은 더 열심히 하는 거였어요. 강의가 들어오면 페이가 낮아도 거절하지 않고 더 열심히 뛰었고, 번역 작업 제안이 들어오면 무조건 일단 받았어요. 월간 단단 워크숍 홍보도 여기저기 열심히 했고, 밑미 리추얼 모객과 운영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찾아온 건 번아웃과 무력감이었습니다.
이렇게는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우선 들어오는 번역 작업 제안을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죄책감이 올라오더라고요. "내가 뭐라고 들어오는 일을 거절해. 그거 받아도 버는 돈이 얼마나 적은 줄 알아? 더 열심히 해야지! 남편에게 경제적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어. 그건 이기적인 거야!"
기록 디톡스 워크숍을 할 때마다 우선순위를 정한 후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그걸 실천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하나도 놓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었어요. 꾸준함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저는 한번 시작하면 잘 놓지를 못합니다. 중간에 뭔가 바꾸는 것도 잘 못해요. 번역 공부를 시작했으면 번역가가 되어야 하고, 한 번 가격을 정했으면 바꾸지를 못하더라고요.
저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무조건 지킵니다. 그게 평생 자랑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항상 맞는 건 아니더라고요. 더 중요한 일이 생기거나 계획이 바뀌면 욕을 먹더라도, 기존 약속을 취소할 줄도 알아야 하잖아요. 늘 그러면 안 되겠지만요.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는데 혼자서 과거의 약속을 붙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욕먹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상대를 위한 것 같았지만 알고보면 순전히 제 욕심이었던 거죠. 그런데 욕먹지 않으려는 욕심이 저를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아등바등 열심히 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오히려 저를 가로막았고요. 열심히 사는 것과 제대로 사는 건 다르니까요.
10년 넘게 스피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1인 사업가 S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열심히 한다고 돈이 더 벌리지 않더라고요. 반대로 덜 한다고 덜 벌리지도 않고요. 돈은 그때 나의 그릇에 맞게 들어오는 거예요. 번역 업무 거절하신 거 잘했어요. 아마 명님의 그릇 크기만큼 새로운 일이 들어올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깨달았어요. 지금 저는 열심히 할 때가 아니었어요. 그릇을 키워야 할 때였던 거죠.
그릇을 키운다는 건,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가치를 키운다는 겁니다. 들어오는 일을 정신없이 열심히 하는 상태에서는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계속 똑같이 하게 돼요. 더 좋은 이야기를 발굴할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열심히 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집니다. 계속 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가 올 리 없으니까요.
제가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제 이야기의 매력은 점점 떨어질 겁니다. 회사에서 독립한 후 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너무 감사하죠.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살고 싶었지만, 열심으로는 보답을 할 수 없더라고요.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제 가치를 키워야 그게 진정한 보답이겠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절박한 신호를 느꼈습니다.
"여기서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해"
<거울 나라의 앨리스> 붉은 여왕의 말
이 유명한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요.
"여기서는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해.
하지만 저기로 넘어가려면
힘을 빼고 판을 바꿔야 하지."
제가 회사 밖에서 하는 일을 재정의하고 수익 구조도 다시 짜봐야겠더라고요.
기존의 업과 수익 구조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
작가, 크리에이터, 번역가
업 재정의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업의 본질은 유지하되 제가 다루는 글의 범위를 좁혀보려고요. <내 이야기하는 사람의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업>으로요. 어릴 때부터 소설보다 에세이에 관심이 많았던 제가 평생 붙들고 있는 키워드가 '자기 서사'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어요. 새로운 업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존의 업 이름은 내려놓으려 합니다. 작가님, 번역가님이라고 불릴 때 기분이 참 좋긴 하지만 그 이름에 갇히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수익 구조 개편
위의 표처럼 소득 비중을 숫자로 보고 나니까 제가 왜 힘들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작가, 크리에이터, 번역가 이 세 가지 일에 투입한 시간은 비슷한데 결과 수치가 아주 다르죠? (물론 번역은 아직 초보 단계니까 수입이 없는 구간이긴 하고요. 이번 달 번역료는 입금 전이라 제외했습니다.)
투입한 시간은 비슷한데 결과가 다르다면 과정에서 차이가 있겠죠?
바로 정산 비율 이었습니다.
출판사와 책을 쓰면 대개 작가는 매출의 10%를 인세로 정산받아요. 크리에이터로 퍼블리, 밑미, 트레바리, 유튜브 멤버십 등 플랫폼에서 활동을 하면 정산 비율은 30~50% 정도입니다.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제가 활동하는 플랫폼은 모두 이 범위 안에 있어요.) 번역은... 차마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주 프리워커 주간보고를 봐 주세요.
결국 회사 밖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려면 계속해서 기존 구조에서 독립하면서 정산 비율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물론 출판사와 책을 내는 건 특별한 경험과 기회입니다. 당장 인세가 적어도 '유명 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라는 신뢰감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죠. 하지만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꼭 모든 책을 출판사와 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출판사, 플랫폼, 에이전시와 일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시간을 아껴주기 때문이죠. 제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나눠서 해주는 대신 수익도 나눕니다. 이 계약이 부당하다는 게 아닙니다. 서로 합의한 정당한 계약이었어요. 하지만 만약 제가 AI나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늘린다면요?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고 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만들 수 있겠죠. 결국 이 길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이슬아 작가가 왜 뉴스레터로 글을 직거래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사회 통념으로 보면 초보일 때 시스템 안에서 익히고 몸값이 오르면 독립하는 것 같잖아요. 요즘은 반대에요. 초보일 때는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오히려 독립을 했다가 영향력이 생기면 이런저런 제반 업무가 많아져서 다시 플랫폼과 협업하는 식이죠. (이슬아 작가도 이제 힘들어서 독립 출판 웬만하면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독립하겠다고 해놓고 진짜 독립은 어렵고 귀찮아서 회피했던 거예요. 출판사를 차려서 혼자 책을 만들려면 인디자인도 배워야 하고 인쇄, 유통, 물류, 마케팅, CS 모든 걸 제가 혼자 처리해야 하니까요. 번역서 출간을 출판사 없이 하려면 외서 판권 계약도 혼자 처리해야 하죠. 하지만 이걸 제가 해봐야 새 판을 짤 수 있겠더라고요. 1년 동안 충분히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해 봤으니 이제 혼자서 해 봐야죠. 물론 여전히 좋은 기회가 있다면 출판사와 책도 내고 플랫폼과 협업도 할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가 '선택'할 겁니다.
"제발 제 책 좀 내주세요. 제발 저한테 번역 일감 좀 주세요." 이제 이렇게는 안 하려고요. SNS 팔로워 조금 늘었다고 오만한 태도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회사 밖에서 지속 가능한 생존을 하려면, 이 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해, 판을 새로 짜기 위해, 제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의 구성과 질, 가격도 한 단계 높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여러분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걱정이 앞섰어요. 걱정만 하고 있던 제게 밑미 리추얼 메이트 J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단단님 콘텐츠 질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게 맞아요. 저도 열심히 으쌰으쌰 돈 벌어서 단단님 콘텐츠를 응원할게요." 이 문자를 받고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이번 달 월간 단단 워크숍을 시작으로 조금씩 계속해서 제가 전하는 이야기의 가치와 가격, 구조를 더해가겠습니다. 이 과정도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공유할게요. 아마 제 이야기가 회사 밖 독립을 준비하는 여러분께 큰 힘이 되실 거라고 믿어요. 꼭 필요하지만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수익화, 비즈니스 모델, AI 활용법, 자동화 이런 이야기들 제가 다 풀어볼게요.
OO팔이처럼 보이지 않고서도 돈 벌고 싶은 마음, 우리 안에 다 있잖아요. 그거 한번 같이 해보자고요. 우리가 원하는 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게 아니니까요. 부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지속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두려운 마음을 내려놓고 뚜벅뚜벅 나아가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 뒤로 여러분이 안전하게 걸어오실 수 있도록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을 전부 공유할게요. 좋아하는 일을 위해 다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꼭 제 삶으로 보여드릴게요. 그 여정에 용기와 응원을 보내주시리라 믿습니다.
우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드려요.
먼 미래까지 내다보기는 어려워서 2026년 6월까지만 계획을 잡아봤어요.
1인 출판사 등록
1인 출판사에서 첫 번역서 출간
홈페이지 제작
OO 출판사와 세 번째 책 출간
당장 하고 있는 것도 공유합니다.
아임웹으로 홈페이지 제작을 해보고 있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우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온라인 워크숍과 코칭 프로그램을 판매해 보려고 합니다.
10월 [키워드 워크숍]부터 올려보았어요. 상세 페이지도 점점 더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고민해 볼게요.
이 과정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앞으로 전할 소식들이 참 많을 것 같아요.
매주 제 고민과 성장을 솔직하게 담아보겠습니다.
이 글은 뉴스레터 <함께하는 독학클럽> 10월 1일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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