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견디는 힘이 버는 돈의 한계를 정한다

by 단단
이 글은 뉴스레터 <함께하는 독학클럽> 2월 4일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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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그릇만큼 벌린다



열심히 하면 돈이 벌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회사 안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거짓 명제였다. 노력은 하는데 일은 잘 못하는 동료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심과 성과는 다르다.


문제는 그릇이었다. 돈은 내 그릇만큼 벌린다. 종종거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녀봤자 손톱만한 그릇의 크기를 키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그릇을 키워야 하냐고?

욕 먹을 그릇이다.



일단,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 먹을 그릇을 키워야 한다. SNS에 일기를 공개하는 내게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무섭지 않아요?”

“무섭죠. 하지만 무섭다고 몸 사리다가 기회를 놓치는 게 더 무서워요.”


물론 나도 사람이기에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오해하고 남긴 댓글에 상처를 받는다. 악플이 달렸을까봐 휴대폰을 열기가 무서워서 하루 종일 휴대폰을 배게 아래에 넣어둔 날도 있었다. 그 두려움을 안고도 계속 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그릇이 쬐끔 커졌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 나 자신에게 욕 먹을 그릇을 키워야 한다. 악플러보다 무자비하게 나를 욕하는 사람이 누구냐면 바로 나 자신이다.


강의를 마치고, 그날 수강생들 표정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몇날몇일 잠을 설치며 나를 비난했다. 꿈에서도 나는 나에게 욕을 먹었다.


“준비가 부족해서 그래.”

“아직 경험도 내공도 부족한 네가 무슨 강의야.”

“너는 그 돈 받을 자격이 없어.”


나한테 욕을 먹는 게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돈값을 못할까 봐, 별거 아닌 사람이 될까봐, 성장하지 못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돈 값을 못 할까 봐

무서워서



매월 15,000원짜리 워크숍을 했던 건 그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돈이면 돈 아깝다는 말은 아무도 못하겠지, 싶었던 것 같다.


싸니까 부담 없이 신청하지 않을까? 어느 정도 만족하지 않을까? 계속 하다보면 신청자가 늘지 않을까? 그럼 15,000원 짜리 워크숍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15,000원 * 평균 신청자 20명 = 300,000원


꿈을 꿨던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워크숍으로 월 30만 원을 벌지만 모객을 열심히 하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많이 팔면 되잖아! 100명이 신청하면 150만원. 다른 일도 하니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내가 간과한 건 ‘시장’이었다. 이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왜 다른 인플루언서들은 이렇게 안 팔까? 그 생각을 못했다. 얼마가 되었든 돈을 내고 강의를 결제하는 사람의 숫자, 즉 시장의 크기는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인플루언서 개인의 매력과 영향력만으로 모을 수 있는 사람의 한계도 있었다.


나 혼자 힘으로 강의 한 번에 100명을 모을 수 없었다. 가격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불가능한 숫자였다.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매번 주제를 바꾸느라 준비에 시간과 에너지를 과할 만큼 써야했다.


돈값을 못한다는 자기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나는 돈은 못 벌면서 시간과 체력을 갈아넣는 구조를 만들어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러다 번아웃으로 죽겠다 싶어서, 살기 위해 일단 가격을 단순하게 2배 높였다.


30,000원 * 평균 신청자 15명 = 450,000원


150% 성장이니 잘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 저 돈으로 생계 유지를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이렇게 1년만 더 버티면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그릇은 그대로인데, 세상이 나를 위해 좁아 터진 그릇에 돈을 채워주길 바라는 건 도둑 심보였다.


그렇게 나는 두려움에 쫓겨 내 가치를 ‘후려치고’ 있었다.




무서워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



15,000원에서 30,000원으로

이런 식으로 가격을 올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시장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한 달에 나에게 올 수 있는 사람은 10~20명 내외다. 이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 내 생계를 유지하려면? 답 역시 정해져 있다. 300,000원 짜리 프로그램을 팔아야 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1만 5천원짜리 강의를 하면서도 욕 먹을까봐 벌벌 떠는 내가 어떻게 30만원짜리 강의를 해. 목표가 비상식적으로 클 때, 기존의 방식으로 도저히 해결이 안 될 때, 비로소 열심을 내려놓고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다.


생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

“30만원을 내고도 만족스러우려면, 어떤 프로그램이 되어야 할까?”


처음 시도는 오프라인이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이라면 직접 만나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돈을 더 내도 만족스럽지 않을까? 그렇게 OO 공간과 협업을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팔았던 건 <SNS 글쓰기 워크숍>이었다.


400,000원 * 신청자 8명 = 3,200,000원

OO 과의 수익 배분율은 공개할 수 없지만, 단순하게 5:5라고 계산하면 160만 원을 번 셈이다.


[기존] 온라인 / 2시간 / 다수가 듣는 일방적 강의

[시도] 오프라인 병행 / 6주 * 매주2시간 / 소수 정예 피드백 강의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부터다. 가격을 올린 후 나는 지독한 모객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1만 5천원짜리와 40만원 짜리를 구매하는 마음은 천지차이다.


1만 5천원은 강의자에게 호감이 있고 시간이 맞다면 큰 저항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40만원 짜리 강의는 다르다. 이걸 듣고 내 삶이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어야 구매를 한다.


확신을 줄 수 있는 기획을 하기 위해, 나와 OO 대표님은 주말이고 밤이고 쉬지 않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회의를 했다. 메시지가 조금만 어려워도, 조금만 애매해도, 사람들은 무반응으로 반응을 했다.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갑을 열게 하는 확실한 동기 요인을 찾아야 했다.


쉴 새 없이 홍보 콘텐츠를 만들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사람들이 돈을 내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 가격을 올린 덕분에 누가 내 이야기에 좋아요를 누르는지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위해 얼마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려면,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사업가가 되어야 했다. 인플루언서는 조회수만 높이면 된다. 광고로 돈을 버는 사람이니까. (물론 요새는 시장이 워낙 성숙해져서 전환 지표까지 보긴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플루언서가 아니었다. 나는 광고 말고 내 콘텐츠를 팔아서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콘텐츠 자체가 상품인 ‘사업’을 해야 했다.


사업가는 무조건 매출이다. 구독자 수, 조회수,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매출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이제 시선을 끄는 이야기 말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철저하게 고객 지향적 사고를 해야 한다.


“내 팔로워들은 요즘 어떤 고민을 하지?”

“나는 그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지?”

“내가 그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어떻게 알려주지?”


쉴 새 없이 워크숍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며, 내 메시지가 누구에게 어떤 포인트로 전달되는지 실험을 지속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냈는지에 따라 콘텐츠 반응이 갈렸다. 시행착오 끝에 답을 알아냈다. 반응이 좋은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댓글에 반복해서 달리는 단어도 늘 비슷했다. 사람들이 내게 배우고 싶어하는 건 결국 ‘체계적인 시스템’이었다.


SNS 워크숍을 홍보하든, 노션 기록을 정리하든,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든, 사람들이 내게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건 이거였다.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시스템

이렇게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는 구조

이렇게 긴 글을 쓰면서도 매력적으로 후킹하는 구조


사람들은 그걸 배우고 싶어했다.


만약 내가 아직까지 15,000원짜리 워크숍을 팔고 있었다면 절대 몰랐을 거다. 어쨌든 매번 20명이 내 워크숍에 와줬으니까, 이게 내 키워드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계속하고 있었을 거다.


가격을 높여서, 그 가격에 걸맞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테스트해보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시간과 체력을 갈아넣으며 오지 않을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속으로 '그래도 난 회사 밖에서 나만의 일을 하니까 행복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애매한 욕망을

던져버릴 단호함



정말 그런가?

회사 밖에서 나만의 일을 하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 행복한 사람이었다.


내 욕망에 충실하지 못했다.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욕망을 애매하게 뭉갰다. 유튜브 채널도 키우고, 인스타그램도 하고, 2년에 한 권씩 책도 내고, 여기저기 기업에 강의도 다니고, 멋진 브랜드와 협업도 하고 싶고, 내 커뮤니티도 만들어 키우고, 수입은 뭐 회사원보다 당연히 많이 벌면 좋겠고, 그러면서 주말에는 남편이랑 산책도 가고 책도 읽고 잠도 충분히 자고 가끔 취미로 베이킹도 하고… 애매한 욕망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너 뭐 어떻게 살고 싶다는 건데!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이것도 저것도 적당히 두루두루 많이 잘 하고 싶었다.


욕망이 애매하면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내가 원하는 걸 명확하게! 딱 하나만! 정해서 집중해야 한다. 다른 건 보지 말고 멋져 보이는 거 하지 말고 진짜 내가 원하는 걸 해야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모르는데, 세상이 알아서 내가 원하는 걸 어떻게 척척 손에 쥐어주나? 그건 AI도 못 해준다.


내 욕망을 정리하기로 했다.


“월 딱 3백 만원만 벌자. 힙한 거 멋진 거 하지 말자. 대신 하루에 돈 버는 일은 딱 4시간만 하자. 오전에는 책 읽고 글 쓰고, 오후에는 돈 되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운동 다녀와서 남편이랑 하루 있었던 일 이야기하며 사는 삶, 그 구조를 만들자.”


다른 건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그냥 딱 월 3백.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숫자였다. 남편이 계속 회사를 다닌다는 전제 하에, 서울 역세권에 있는 우리집을 지키면서, 유행하는 디저트도 사먹고, 계절마다 백화점에서 옷 한벌 사고, 가끔 친구와 비싼 밥을 먹을 수 있는 하한선이 월 3백이었다.


월 3백은 내 인정 욕구도 채울 수 있는 금액이다. 회사 밖에서 내가 만든 상품으로 월 3백을 버는 건 아주 어려운 미션이기도 하니까.




바운더리, 바운더리,

바운더리!



애매한 나머지 욕망을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 그게 가능한가? 평범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선택과 포기뿐이다.


월 3백 구조를 안정화할 때까지 나머지를 모두 포기하기로 했다.


매년 책을 내는 사랑받는 작가

기업 강연이 줄줄이 잡히는 강연가

멋진 커뮤니티, 브랜드와 협업하는 인플루언서


하고 있는 모든 일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4년 넘게 지속했던 밑미 리추얼 메이커 활동도, 오프라인 워크숍도, 세 번째 책을 쓰는 일도, 모두 내려놓았다.


이제 진짜 내 욕망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돈만 벌면서 매일 읽고 쓰는 삶.


그 삶을 얻기 위해 나는 노련한 사업가가 되어야 했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쩌면 퇴사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회사 다니며 읽고 쓰는 삶을 안정화시키는 게 더 쉬웠을 거다. 연봉을 절반으로 깎고 내 시간을 보장해줄 회사를 찾아 이직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에는 직접 겪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걸.


올해는 딱 세 가지 수익 모델로 바운더리를 치고, 집중할 계획이다.


노션 템플릿 판매

노션 기록 정리 클럽 (짝수달)

회고 글쓰기 클럽 (홀수달)


그리고 5월과 12월은 안식월로 정했다. 내가 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더 깊어지기 위해,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쓸 거다. 남편과 여행도 다니고, 다음날 할 일에 짓눌리지 않은 채로 마음 편히 쉬어볼 거다.


이제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좋아하는 것 말고 '잘하는 걸' 하기로 했다.


잘하는 것만 해도 돈이 될까 말까 한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벌겠다는 건, 꿈이었다.


그리고 사실, 무언가 하나를 압도적으로 잘 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압도적으로 잘하게 되려면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그렇게까지 키울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떤 이유로 외면하고 있을 뿐.


이제 나는 팔고 싶은 것 말고 팔리는 것에 집중해야 하기로 했다.

잘하는 걸 구조로 만들어 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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