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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Sep 13. 2020

리듬을 타듯 아름다운 몸짓에 관하여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면 되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춤을 추듯 일한다.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이랑님이 나온 책읽아웃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일 잘하는 사람에게 물었어요. 일 잘하는 법이 뭐야? 라고요. 그랬더니,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면 되, 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일잘러들이 '리듬'을 갖는 이유가 있다. 한 가지 일을 반복하다보면 자신의 신체와 성향에 맞는 최적화된 동작과 방법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동작이 무한히 반복되다 보면 '생각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면 최적화된 움직임이 마치 춤과도 같아지는 것이다. 몸을 사용하는 일도 그렇고, 머리나 마음을 사용하는 일도 예외 없이 그렇다.


아티스트 이랑의 '신의 놀이'는 그 예술적인 움직임을 포착했다.


이랑 [신의 놀이] 뮤직비디오


반복을 통해 예술이 된 움직임들. 그 움직임 위에 이랑이 붙인 가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이 예술적인 행위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반복의 미학'에 대해 생각해본다. 반복은 지루하다. 몇 번만 해봐도 알 것 같은 일들을 매일같이 계속하면 얼마나 지루할까.


감각적인 베이커리 '메종엠오'의 파티시에는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매일 같은 메뉴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고 있지만 매일 같은 마음으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에서도 조금씩 변주하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신의 놀이에 이런 가사가 있다.


어쩌면 난 영화를 만드는 일로 신의 놀이를 하려고 하는 지도

여전히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죠.
좋은 이야기는 향기를 품고 사람들은 그 냄새를 맡죠

나는 좋은 이야기를 통해 신의 놀이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통해 겹겹히 쌓아올린 예술적인 리듬들. 이랑은 그것을 신의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신의 놀이에는 '좋은 이야기'가 있다. 향기로 사람들을 이끄는 좋은 이야기.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 바느질를 하는 몸짓일까


메종엠오의 파티시에를 떠올려본다면, 그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케이크가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그 아름다운 케이크로 사람들을 매혹하고, 그만의 숙련된 리듬은 케이크를 만들어내는 신의 놀이일 수도.


나의 일이 신의 놀이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만들어 내는 일이 아름다운 케이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만든 아름다운 케이크가 사람들을 매혹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은 비트(beetroot)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예쁜 베이킹 사진들을 보면 '사진을 잘 찍는구나' 생각 했었다. 심플한 디자인의 케이크인데도 좋은 카메라로 찍으니 가까이서도, 심지어 단면도 아름답다, 하고.


그들을 따라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사진을 찍다보니 알게 되었다.



예쁜 케이크는 사진으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섞는 과정, 틀에 넣는 일, 오븐에서 온도와 시간을 맞춰 굽는 일까지. 그 어느 단계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쌓아올리듯 정성스럽게 만들어야 예쁜 케이크가 나온다. 아무런 장식 없이 심플한 케이크의 단면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아름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은 단계들을 건너뛰지 않고, 사소한 과정도 정성스럽게 하는 것. 모든 과정을 집중해서 하는 것. 그것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내가 하는 일이 아름다운 신의 놀이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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