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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미 Aug 24. 2015

예술을 사랑하고 싶다

재주만 조금 있는 누군가의 하소연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가 그린 그림은 초등학생보다 낫다곤 할 수 없는 초보적인 데생 수준이다. 재주가 없어 그림을 보러 다닌다.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게 좋다.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가수들을 보면 발걸음을 멈춘다. 나도 악기를 다루며 노래를 멋들어지게 잘 하고 싶다. 흉내라도 내보려고 산 기타는 이미 장식품이 된 지 오래고, 노래방에서 한껏 감정을 실어 노래를 불러도 음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탈해버리고 만다. 그러니 나는 보고, 듣고 쫓아다니는  수밖에 없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보니 찾아갈 전시회를 예습하지 못한다. 한다한들 낯선 그들의 이름과 작품을 전부 기억나지도 못하니 지적 허영을 쫓는 것 같은 허탈함에 시달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림이 좋다. 잘 그리고 싶은 욕망이 자꾸 그림을 쫓아다니게 만든다.


그림, 노래, 글씨, 글, 악기, 사진으로 날 표현하고 싶고 다른 무언가를 담아내고 싶다는 욕망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어디선가 마음에 드는 노래가 들리면 무조건 검색하고 담아두었다가  다운로드받아 소장한 게 벌써 정리도 안 될 만큼 몇 기가를 넘나들고 있다. 매달 검색창을 통해 전시회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놓친 전시도 많지만 시간이 되는 한 가려고 애쓴다. 인사동이나 종로 근처 가게 되면 무료로 하는 전시장도 한 번씩 들여다 본다.

캘리그래피가 유행할 땐 한 때 글씨 좀 예쁘게 쓴다는 소리 덕에 노트 빼곡히 글씨 연습도 하고 엽서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주기도 했다. 

노래는 못해도 악기 하나쯤 다루면 좋을 것 같아 피아노를 배워봤고 기타도 샀다.

웹툰이 유행하니 잘 나가는 웹툰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다가 손에 익으면 그림 편지를 써서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 잠깐 사진기자로 있었던 걸 무기 삼아 어딜 가든 꼭 사진으로 기록으로 남기는 버릇은 아이폰을 사고 나서부턴 더 심해졌다.


난 뭘 하는 걸까?

무언가 예술을 통해  위로받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예술가로 살고픈 나의 욕망만을 쫓아 그것들을 찾아 헤매고 있지 않은가. 


예술을 쫓아다니는 내 욕망 안에는 아마도 창의적인 무언가에 대한 욕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무언가 만들어 내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 그로 인해 보이는 내가 아닌 다른 나를 보이고 싶은 마음 같은 거 말이다. 우리가 종종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를 꿈꾸는 것처럼 말이다. 창의적이라는 말에 대한 갈증이 쉽게 가셔지질 않으니 난 그림, 글, 글씨, 사진, 음악에 목매달고 있는 것 아닌가.


예술적 재능을 가진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만 하는 나는 예술을 사랑하기 보다는 내가 이루지 못하는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자유롭게 그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재주가 있지만 재능이 없다는 것. 이것이 새로운 핑계거리가 되었긴 하지만 재주를 재능으로 만드는 힘은 시간, 노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나만 딱 하나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성스럽게 해보자.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더할 나위 없이 빛날 수 있는 순간은
그의 노력으로 얻어진 특별해진 재능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것저것 일 벌리고 하길 좋아하는 나니까 결국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이렇게 글도 남기며 불현듯 기타를 빼 들거나 노래방에서 여전히 열창을 하겠지만.........


순수하고 단순하게 사랑하기 시작한다면 지금 지적 허영, 허세 쯤으로 보이는 이 단계를 넘어서 정말로 닮아갈 수 있겠지. 




다음 생에는 꼭 예술가로 태어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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