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건럭키(Rogen Lucky,2017)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각본 : 레베카 블런트
출연 : 채닝테이텀(지미 로건), 다니엘크레이그 (조 뱅), 아담 드라이버(클라이드 로건) 외
본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로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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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 2016)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 로건 럭키( Logan Lucky, 2017)가 나타났다.
가난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면서 범죄를 꿈꾸게 하는 미국 어느 도시의 형제 이야기.
로스트 인 더스트가 무게감있고 장중한 연출을 바탕으로 형제의 삶을 안타까워하며 총과 봉면으로만 덤비는 무모함으로 서글프게 했다면 로건 럭키는 집안 전체에 징크스가 있다고 여기며 웃음을 자아내려는 가운데 깔린 어눌한 슬픔이 베어져 있다. 좀 더 치밀한 범죄 버전을 기반으로.
그도 그러할 것이 스티븐소더버그의 지난 작품들이 그러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첨단 기술력과 전문 장비들을 내세워 화려하게 사기치며 통쾌함을 선사하던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로건 형제는 화려하지도 통쾌함을 선사하지도 못한다. 그들만의 방법이 있고 그 방법은 처음엔 우스운 듯 성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하지만 결국 그들은 그렇게 성공했구나를 알게 되는 감독만의 치밀함이 있다.
형 지미는 대학에서 킹카로 불리울 만큼 그 지역에서는 유명한 풋볼 선수 였으나 현재는 절름발이로 보험료가 더 많이 든다는 사주의 이해관계에 의해 하루 아침에 회사에서 쫓겨난다. 동생 클라이드는 이라크 참전만 2번이나 하면서 한 쪽 팔을 잃고 동네 펍에서 바텐더로 생활하고 있다. 지미가 회사에서 잘리던 날, 그는 이혼한 전 아내를 찾아가 딸의 공연 리허설에 데려다 주러 왔다고 하지만 이미 리허설은 어제였다. 전 아내의 새로운 남편은 아이들이 성인들이나 할 법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시작은 그러하다.
지미와 클라이드를 비웃거나 조롱하는 사람들로부터 로건 형제는 돈을 본다. 얼마 짜리 차를 운운하고 가게를 확장하며 사는 곳을 옮긴다는 아내 덕에 딸과 거리가 더 멀어지는 지미는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 신중함을 보여주는 클라이드에게 “콜리플라워”를 외친다.
지미는 레이싱 경기장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중 레이싱 경기장에서 돈을 현금 금고로 보내는 진공 파이프를 발견한다. 회사에서 잘린 뒤 그의 계획는 그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레이싱경기장을 털기로 한 것. 지미는 클라이드에게 딱 몇 가지 규칙을 정해 알려준 뒤 먼로 감옥에 갇혀 있는 조 뱅을 만나러 간다. 조 뱅은 자신을 감옥에서 꺼내서 현금 수송 진공 파이프를 폭파하고 돈을 챙긴다는 이 형제의 말이 어이가 없지만 그들의 진지한 태도에 동참하면서 자신도 보험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동생들을 만나서 가담시킨다.
웨스트 버지니아.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차량을 수리하는 지미가 첫 장면에 딸에게 이 노래의 뒷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시작된 영화는 계속해서 웨스트 버지니아로 간다. 일터로 나갔다가 레이싱 경기장으로 나갔다가 근처 펍으로 나가지만 계속해서 웨스트 버지니아라는 푯말이 있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지미와 클라이드가 그곳에서 나고 자라 결국은 그곳에 살고 있고, 결국은 그곳으로 갈 수 없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왜 자꾸 웨스트 버지니아로만 가는가?! 가난이 그러하다. 왜 벗어날 수 없는가?!
사실상 딱 필요한 돈만 챙긴 지미는 돈이 실린 트럭을 버려둠으로써 거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만큼만 배분하기 위해 시간을 벌고 나타난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듯 동네의 영웅이 된다. 딱딱하고 깐깐한 태도로 그들 형제를 의심하고 있던 FBI 역시 이유를 찾지 못한채 얼마를 도난 당한 건지도 모르는 레이싱 회사 사장은 거액의 보험금을 챙기는 걸로 손해가 없다. 돈은 결국 돈을 번다.
지미와 클라이드, 괴짜인 주변 인물들의 보여주는 유머 코드와 견주어 볼 때 미국 자본주의 현실이 더 적나라게 드러난다. 사실 미국식 유머에 대한 기본이 없는 나에게는 형제의 삶과 대비되는 레이싱 선수의 모습들에 대한 것이 더 인상적으로 남았다. 자신의 몸이 운영체제이자 돈을 벌어주는 것인 것에 반해 형제는 몸이 불편하다. 노골적인 시나리오가 아닌였나 싶다. 어떻게 된거지? 정말 돈을 훔치는 것에 성공한 것일까 라는 의문을 남기는 형태로 후반에 접어든 영화는 그 부분이 아니었다면 사실 지난 소더버그의 영화들에 비해 적응되지 않는 유머코드로 조금은 지루했다. 더 즐겁게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채닝 테이텀을 사랑한다. 소더버그 감독의 작품이어서도 있지만 채닝 테이텀을 보기 위한 마음이 더 컸다.
그는 단단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 묘한 따뜻함과 냉정함이 존재하는 얼굴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했다. 살을 찌우고 지미가 되기 위해 200%이상으로 분한 그 덕분에 범죄가 이루어진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그라면 해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동생 클라이드 역할을 맡은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독특한 느낌도 있지만 지미와는 달리 다른 세계사람처럼 보이는 그의 표정연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있었다. 배우의 힘이다. 조 뱅의 역할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는 두 말할 나위가 없는 명배우인데 그에게 이런 괴짜 같은 악동 같은 모습이 있을거라는 상상을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익살스럽고 괴팍해보이지만 무게감을 주는 역할을 너무 잘 소화하는 것에 다시 역시 명배우라는 말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에 대한 소화력은 대단하다.
현재를 다룬 영화가 맞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은 그들이 범죄를 진행하는 모습들 때문이다. 폭탄을 만드는 법, 범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바퀴벌레 등이 나타나면서 흔한 핸드폰, 도청장치 등이 없다.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정말 사용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디어들은 귀여우면서도 시선이 간다.
운도 실력이라고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다. 케이퍼 무비이건, 소더버그를 알지 못해도 영화는 흥미로운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먼로 감옥에 대한 부분은 다소 난해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도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