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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미 Feb 28. 2019

마블은 잘 모르지만....

[영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감독 : 밥 퍼시케티, 피터램지, 로드니 로스맨

출연 : 샤메익 무어(마일스 모랄레스), 헤일리스테인펠드(그웬), 니콜라스 케이지(스파이더맨 누아르), 제이크 존슨(피터 B. 파커), 리브 슈라이버(킹핀), 마허샬라 알리(애런 데이비스),



아래의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블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전 마블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또 봤다는 말을 먼저 전합니다.





스파이더맨으로 뭐 더 영화가 나올까 싶었다. 이전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의 실사 영화들이 개봉을 할 때마다 기본으로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또 뭐가 더 나오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피터 파커라는 10대의 청소년이 방사능 거미에 물려서 스파이더맨이 되면서 겪는 이야기. 적을 무찌르고, 사랑을 하고, 가족을 지켜내는 그러한 스토리. 

무지한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맨이 여자 주인공과 키스하는 장면 정도.



소니 픽쳐스가 스파이더맨의 영화 판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마블 캐릭터는 다 마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91번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장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영화를 봤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미 골든글로브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부분을 휩쓸어 버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힙한 21세기형 스파이더맨의 탄생


영화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지난 스파이더맨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린 10대 마일스 모랄레스(이하 마일스)라는 주인공이 스파이더맨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그 초기 단계를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지켜낼 수 없다.'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지난 스파이더맨의 교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진 스토리는 차원이 달라지는 양자이론이 영화 내용의 전반을 이끌어 가는 사건이 된다. 물론,  다른 스파이더맨에서도 이것이 나온다고는 하더라. (무지한 저를 이해해주시길.)

얼마나 재미있길래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영화 초반은 개인적으로 마일스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래피티를 노트에 그려 넣는 장면에서 이미 반해버렸다. 영화의 장면과 딱 떨어지는 OST에 귀를 빼앗기고는 등굣길에 보여주는 마일스의 모습은 경쾌했다. 우울하거나 혹은 어떠한 침울한 기색도 없이 그는 자신이 만든 스티커를 곳곳에 붙이며 돌아다니며 아빠에게 들켜 결국 흔한 등교를 하고 마는 장면이라니. 

힙합의 고장이자 재즈 등 음악의 산지인 브루클린이라는 점 역시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매력이었다.  음악과 함께 등교하는 마일스의 모습은 사실 나이키 조던 운동화 광고는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하는 아빠의 스피커 폰 역시, 이전의 스파이더맨이나 다른 히어로물에서 볼 수 없는 귀여움과 경쾌함을 가지고 있어 색다른 시각으로 점차 영화에 빠져 들었다. 아마 이래서 누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일스가 힙한 스파이더맨이 된 거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외에도 마일스는 브루클린에 살고 그래피티를 그리며 음악을 좋아하고 가고 싶지 않은 학교에 다니며 부모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갑자기 몸이 변하는 순간, 겁에 질려했던 그 모습과 스파이더맨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십 대의 순수함으로 약속을 하는 모습 등은 캐릭터를 100분 잘 활용하면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케 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런 마일스를 그려낼 때마다 나오는 음악들만 느껴봐도 이 영화는 흡사 힙합 전사로 거듭하는 어떤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진 않을까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처럼 마블도 잘 모르고 지난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들이 조금은 재탕의 느낌으로 느껴진 누군가라면 요 녀석 녀석, 마일스에게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21세기형 힙한 스파이더맨이 탄생을 기대하면서 지켜보게 될 것이다. 


Sunflower – Post Malone, Swae Lee



만화 같은 장면의 3D와 2D 조합, 한계를 넘어선 역동성, 다채로운 캐릭터.


마일스는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리고 난 뒤 이상한 자신의 몸 때문에 거미를 찾으러 애런 삼촌과 갔던 폐쇄된 알케맥스 지하실에 다시 간다. 이미 죽어 있는 거미는 평범해져 있는 상태이고 이상한 기운을 느낀 마일스는 주변을 둘러보다 현재의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킹핀의 일당들과 싸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우연찮게 그 싸움에 끌려 들어간 마일스를 구하는 장면에서 스파이더맨은 너무 입체적이어서 놀랐다. 3D 인 것은 알겠지만 실사에 가까운 느낌을 받은 것은 아마도 섬세하게 그려낸 탓이겠지만 동시에 그만큼 3D 기술과 모션 캡처 등의 애니메이션 기법이 성장해 온 덕일 것이다. 또한 아웃포커싱이라고 불리는 집중되는 주인공 외에 다른 화면들이나 물건들을 블러 처리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데, 애니메이션 안에서 이러한 기법을 넣은 것 역시 신선했다. 테두리를 블러 처리하고 집중 조명되는 인물을 더 밝혀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등장하는 다른 차원에서 온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피터B.파커', 걸크러쉬 스파이더우면 '그웬', 3100년대의 기술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싸우는 미래형 스파이더맨 일본 소녀 '페니파커', 1930년대 고독한 사립탐정 '스파이더맨 누아르', 거미를 물어버린 돼지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햄' 등의 캐릭터를 다룰 때도 2D와 3D를 섞어 표현하기도 했다. 모두 3D 이겠지만 2D 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일지는 모르겠지만 입체와 평면을 자유롭게 편집한 장면들이 영화의 보는 재미를 높였다. 캐릭터 외에 다양한 장면 연출에서 코믹스를 섞은 부분들은 개인적으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임을 마블 코믹스를 기반해 두고 있다는 점들을 잊지 않게 해주는 장치들이었다. 

이러한 연출 기법들은 몰입함을 상승하게 해 줌과 동시에 실사에서 보여줄 수 없는 캐릭터들의 유연함과 화려함, 역동성을 키우는 데 제대로 한몫했다. 


사실 저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가거나 그들을 다루다 주인공은 소외되는 현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누구나 다 알 듯 방사능 거미에 물리고 어디서 나타났고 어땠고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에 방해되지 않는 소개와 그들의 활약을 다루긴 하지만 결코 주인공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 방해되지 않는 스토리 라인의 선택은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채로움은 선사하되 정신 사납지 않게 만든 부분이랄까.


마블을 몰라도, 스파이더맨의 역사를 몰라도, 


마블을 잘 모는 나는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 중간중간 키치한 유머들을 비롯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 그리고 역동적인 장면들과 촌스러울 줄 알았던 색 배합이 보여주는 화려함, 영화를 탁월하게 받쳐주다가도 장면을 보다 더 확장시켜주는 OST는 '아, 제발 더 멋진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주었다. 

그리고 참 웃기게도 이제야 스파이더맨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마일스가 죽은 스파이더맨을 기리는 차원에서 코스튬을 사 입고 그냥 돌아다녔다면 별로였을 장면들이 그가 원래 입고 다니던 조던 운동화를 신고 후드티와 반바지 차림으로 다닐 때 '아직 스파이더맨이 아니구나' 싶으면서 귀엽게 그의 성장이 기대되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수트를 그려 입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린 채로 스파이더맨이 된다. 


히어로물이 보여주는 어디든 나타나고, 다 구하고, 멋지게 퇴장하는 홀로만의 코스프레가 아니라는 점이 특히 좋았다. 성장과정뿐 아니라 히어로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자신을 믿어야 하며 함께 싸울 때 특히나 빛이 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후에 독불장군처럼 될지는 몰라도 이 영화만큼은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통해 그러한 부분에 충실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블을 모르고, 스파이더맨의 역사, 혹은 다양한 이스트 에그, 패러디, 레퍼런스 등에 대해서 전혀 몰라도 몰입감 넘치게 엉덩이 들썩이며 주인공을 응원하며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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