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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Dec 27. 2019

이별

사랑했던 그 순간들이 슬퍼서






당신을 모른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무례할 수 있는 무엇이 되었다는 것. 
혹시 무례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당신에게 무례했다고 해야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에 
뒤돌아 보지 않을 것 같다는 또 다른 이기심을 부려본다.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역시나 하고 무너져 돌아오는 꼴이 나뿐만 아니라 
당신에게도 어떤 비참함이나 쓸쓸함으로 남는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뒤돌아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꾸 만들어본다.

이미 잘 알고 있다. 흩어지고 부서져서 조각조각 나 버린 감정들의 잔해를 거침없이 뿌려대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건 무척 어렵고 신중하게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뤄줘야 한다는 것을 
잊은 채로 어떤 것은 흐물거리는 잔해로 날아가고 어떤 것은 파편이 되어 꽂혀버렸다.
아름다울 수 없는 관계로 전락 해 버리고 난 뒤에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다.
이미 상처는 시작되었고 아무는 동안 따갑고 거슬리는 딱지 속으로 새살이 간지럽게 돋을 때까지 참아야 한다.
사랑이 아니어도 우정이 아니어도 그 어떤 마음 하나가 오고 가는 일이 
이렇게 순식간이고 이렇게 바람 같은 걸 모르지 않았는데 결국 반복되는 실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떤 순간에는 숨이 턱 막히고 통증을 느끼겠지만 다른 한 곳에선 간지럽겠지.
무엇이 더 금방 사라질까. 당연하게도 간지러움은 새살이 돋고 금방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에 시간을 쓰고 있을 우리가 안타깝다.
굳이 더 마음을 쓸 필요가 없는 일에 마음 쓰이는 걸 막지 못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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