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똑 똑 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미 Oct 29. 2019

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 어디에도 나를 위로하는 바다는 없었지만









남편에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한 달, 몇 주를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남편은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절친한 부부와 함께 바다를 보러 갔다. 

하지만 그 바다는 내가 원하던 바다가 아니었다.

남쪽의 바다는 따뜻하고 잔잔하고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감정과 닮은 바다가 보고 싶었다.

결국 동쪽의 바다를 보러 갔다. 

파도가 위, 아래, 좌, 우로도 모자라 달리는 해안도로까지 쳐 밀려왔다.

그래, 이렇게 파도가 하얗게 어딘가에 부서져 내려서 물기만 남기고 마는 움직임을 가진 바다가 보고 싶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좀 쓸쓸하고 차가운 가을바람이 부는 가운데 

해변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책도 읽어보려고 의자도 펴고 앉았지만 사실 바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꾸 바다가 보고 싶다. 망망대해 같은 내 인생 때문인지, 물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불안한 채로 두렵고 무서워진 나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냥 바다가 자꾸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주 한 잔 할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